<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내가 해피엔딩을 간절히 바랐던 영화 중 하나다.
아마 나와 조제가 비슷하게 느껴져서가 아니었을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조제와 또래였고 우린 비슷한 장애를 갖고 있었다. 구체적인 환경이나 상황은 나보다 조제가 더 열악했다. 나는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니지만 조제는 집에서 할머니가 주워준 책을 보며 세상을 배웠다. 바깥세상이 궁금한 그녀는 새벽에 할머니가 밀어주는 유모차에 타 몰래몰래 밖을 훔쳐본다.
영화 속 조제는 츠네오를 만나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할머니가 보여주는 이른 새벽의 밖이 아닌 푸르른 하늘을 보게 된다.
이 영화를 본 당시에 나도 더 넓은 사회로 나가고 싶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고민 등이 자리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할머니가 밖에 나갔던 조제를 타박하면 나도 엄마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나 속상했고, 츠네오를 보며 느낀 이성에 대한 설렘, 츠네오와 함께 온 여자애를 보며 느꼈을 열등감 등이 공감되었다.
두 사람이 멀어졌다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두 사람의 연애가 해피엔딩이길 바랐다. 그 마음은 이 영화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다.
내가 미래의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불안하고 답답했던 시절 나는 나 같은 장애인이 나오는 다큐멘터리에서 그 장애인이 결혼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얻기도 했다.
나와 비슷한 케이스를 찾았을 때 희망적인 부분을 본다면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란 확률이 늘어난 거 같았다.
조제는 영화 속 인물이지만 해피엔딩이라면 나도 그런 남자를 만나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평탄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다.
츠네오는 지쳤고 어느 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츠네오는 헤어지는 길에서 터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지만 휠체어 없이 츠네오의 등에 업혀 지내던 조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 시장을 본다.
처음에는 이 엔딩이 아프고 슬펐다. 두 사람의 헤어짐이 나에겐 새드엔딩처럼 다가왔다. 결국 츠네오의 감정은 동정이 컸던 걸까 의심도 하고 현실이 저런 건가 하며 씁쓸했다.
내가 바란 엔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영화가 좋았다. 장애를 가진 여자가 주인공이지만 장애의 초점보단 두 사람의 감정이 중심인 연애영화라서 좋았다. 우울하지 않고 밝아서, 괴짜 같던 조제가 어느 순간 사랑스러워서 좋았다. 그래도 결말만큼은 아무리 봐도 쓰게 다가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영화의 엔딩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저 이별에 슬퍼했던 나는 어느샌가 이 엔딩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는 이별이 아닌 조제의 성장에서 끝맺었다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남의 손을 빌리지 못하면 쓰레기도 비우지 못하고 장도 혼자 볼 수 없던 조제가 혼자 장을 보며 끝나는 장면은 앞으로도 오롯이 혼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엔딩이었다.
삶이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으로 나눌 수 없는 것처럼 조제의 삶은 해피와 새드를 넘어서 더 많은 감정과 경험으로 채워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삶도 조제처럼 다양한 감정과 삶으로 채워질 수 있을 거란 기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