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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 Jan 30. 2023

일타 스캔들 - 그 흔한 단골손님이 될 수 없는 삶

이제는 드라마 속에서 전보다 다양한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고,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다운증후군 장애인이 직접 연기를 하며 주인공의 쌍둥이 역할을 했다.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도 장애를 가진 인물이 나온다. 바로 주인공 남행선의 남동생이다.


주인공의 가족구성원으로 장애인이 나오는 경우, 우리는 그 주인공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한때 핸드볼선수였던 남행선은 엄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자 장애가 있는 남동생과 어린 조카를 도맡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조카를 딸처럼 키우게 된 행선은 운동선수의 길을 접고 현재 국가대표 반찬가게를 운영한다.

연애 한번 못해본 주인공이지만 딸이 된 조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남동생이 제 한 몸 건사할 때까지 자신의 삶은 잠시 뒤로 미룬다. 이렇게 장애인이 드라마에 나오면 주인공의 시련 중 하나가 된다.


전에는 일일드라마에서 이런 인물들이 나오는걸 종종 볼 수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장애인은 주인공의 극한 상황을 더해주는 요소이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인물이었다. 모든 등장인물은 커플이 되어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 거처럼 이어지곤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얼렁뚱땅,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나오곤 했다. 물론 드라마가 현실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걸 넘어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어떤 고민이나 갈등 없이 여자가 장애를 가진 남자와 이어지는 게 쉽게 그려진다.


이제는 일차원적인 인물보다 점점 디테일이 더해진 인물들을 볼 수 있기에 장애인의 삶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번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나온 남동생의 에피소드에서도 공감 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남행선의 동생 남재우는 매일 같은 시간 산책을 하며 같은 카페에 가서 권진경 씨가 구워주는 와플을 먹는 게 중요한 하루의 일과다. 매일같이 하는 일상은 별 문제없어 보이다가 오전에 보이는 권진경 씨가 시간대를 옮기자 문제가 생긴다.


재우는 권진경 씨의 와플을 먹기 위해 저녁에 와플을 사러 간다. 하지만 알바생인 권진경 씨는 표정이 좋지 않다.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와플을 주문하는 남자,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남자를 보며 표정이 굳어지고, 여자의 손에 초코시럽이 묻자 닦아주려는 재우의 행동을 손을 잡으려는 행동으로 오해하며 놀란다.

그녀의 옆에서 같이 알바를 하던 남자친구는 재우의 멱살을 쥐고, 재우는 아프다고 말하지만 남자가 놔주지 않자 남자를 밀친다. 결국 누나인 남행선은 경찰서의 연락을 받고 달려간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오해로 틀어지는 순간이다.


장애인을 접해보지 못했거나 평소 관심이 없다면 재우가 겉만 보고서는 장애인인지, 이상한 사람인지 구분이 안될 수 있으니 오해한 여자의 탓을 할 수도 없다.


경찰서에 달려간 남행선은 사과를 하고 사정을 말하며 고소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빈다. 시시비비를 따질 생각도 없고, 따질 여유도 없다. 수갑을 찬 채 철창 안에 있는 동생을 보면 오직 동생을 그 안에서 빨리 꺼내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을 테니.


참 현실적으로 와닿는 에피소드면서도 안타까워서 울컥했다. 남재우가 무섭게 느껴지던 여자도 이해되었고, 이제 더는 그 카페에서 와플을 먹는 일상을 누릴 수 없는 남재우도 안타까워서.

오해는 풀었지만 알바생인 여자는 고소는 취하한다며 대신 그 카페에 다신 못 오게 해달라고 한다.

오해는 풀었을지라도 오명은 벗어나진 못한 결과였다.


결국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와플기계를 사기로 하고, 캠핑을 가자며 남동생의 다친 마음을 달래고, 행선 혼자 편의점에서 소주를 들이켜는 걸로 이 사건은 마무리된다.


남동생이 장애가 없다면 그저 그 카페의 단골이 되는 흔한 일상 중 하나였겠지만 그 일상 하나를 지키기 힘든 게 그의 삶이다. ‘그깟 와플 하나 가지고’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와플 하나에 마음이 무너지는 게 장애가 있는 삶의 한 부분이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매일이 힘들거나, 커다란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게 아니다.

이런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틈이 버겁고 아프게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향한 관심과 이해가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현실에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현실을 비추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행선도, 재우도 또 다른 따뜻함으로 행복해지는 모습이 그려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왜 정상도 아닌 사람을 싸돌아댕기게 냅둬? 개민폐지.'라며 반성도 할 줄 모르는 남친을 둔 권진경 씨는 어서 헤어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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