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낮은 차원의 세상, 글 그리고 사진

디자인 에세이

by 스페이스댕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의 공간이 시간축상으로 이어져 4차원이 되는 곳이다. 물론 그 이상의 차원이 있지만 직관적으로 상상할 수 없으니 제외하도록 하자. 수학적으로는 과거 방향이나 미래 방향에는 차이 점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과 미래에 일어날 일을 모두 느낄 수 있어야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라는 시점만을 느낄 수 있다. 현재가 아닌 것은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적어도 기억까지 합치고 나서야 4차원을 느끼는 것이지 실제 우리는 직관하는 4차원보다 한 차원 아래에서 살고 있다, 그것도 4차원 중 미래방향으로는 느끼지도 못하는 반쪽짜리 직관을 가지고 있다. 물론 상상을 통해 미래 쪽의 4차원 세상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우리가 사진을 촬영하면 3차원의 세상을 2차원으로 바꾸어 우리 뇌의 기억영역이 아니라 외부 메모리에 해당하는 종이나 화면으로 재생하여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된다. 만일 그게 동영상이라면 2차원 이미지에 시간차원을 더한 3차원이 되겠다. 입체영상이라고 하면 사실 3차원을 2차원에 담아 빛의 간섭이나 교차 시의 눈속임으로 우리 뇌에서 3차원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글은 세상을 문자를 통해 서술식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1차원 방식의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축이 포함되지 않은 3차원의 사물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0차원의 문자와 시간(순차배열)이 합쳐진 1차원의 서술 방식인 글을 사용한다. 실제 세상의 물리적 특성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할 만큼 해상도는 엄청나게 떨어지는 서술 방식이지만 우리가 우리가 눈으로 모든 부분을 인식하지 못하고 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덧씌워야만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원리적으로는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글 쓰기도 실제 우리가 실시간으로 느끼는 세상과 뭐가 다른지 생각해 보면 그리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시신경하나는 0차원의 정보만을 인식하고 그것을 다른 시신경에서 오는 정보와 합쳐서 1차원 2차원을 만든 뒤, 다른 쪽 눈에서 들어오는 2차원 정보와 교차하여 마치 3차원 공간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사진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것이나 맨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다만 해상도의 차이이고 그것은 세상에서 무엇이 다시 시뮬레이션시켜봐야 할 만큼 의미 있는 것 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남기는 일은 세상을 창조하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무엇이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인가가 더 중요하지 그게 실재이거나 실재와 같은 고해상도의 시뮬레이션이든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만들게 도와주는 글과 같은 저 해상도의 시뮬레이션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내 망막의 해상도보다 휴대폰의 해상도가 더 높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


가상현실의 발전한 기술이 새로운 이름으로 20년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이것은 공간적, 시간적 해상도를 올리는 일에 불과했다. 결국에는 그것으로 어떤 의미 있는 것을 시뮬레이션하려고 하는가가 관건이 될 거이고, 점점 볼 것과 만질 것 먹을 것들을 것이 늘어난 세상에서 한정된 인지, 감정 에너지를 한정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의미 있게 전달될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되는 듯하다.


미래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주가가 2022년 한 해 73% 추락한 메타의 상태를 봐서는 아직 그 의미를 찾지 못했거나 주주들에게 의미가 전달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글과 사진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의미를 주는 도구가 아닐까.


"마음에 실감나는 것은 물질적인 사실만큼 중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감각뿐만 아니라 정신과 상상력에 의해도 살아갑니다." - 월트 디즈니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