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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상 Jan 12. 2024

세상이 망해도

내 맘대로 리뷰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 세상을 뒤에 두고 떠나다.

영화는 정말 세상을 뒤에 두고 휴가를 떠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가족 간 그리 화목해 보이지 않은, 그런 가족이 여행을 떠나니 이미 시작부터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

그리고 이 가족이 휴가를 보내는 빌라에 아버지와 딸로 보이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원래 이 집의 주인이라는 이들 부녀는 사정이 생겼다며, 자기 집임에도 지하에서 지내겠다고 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두 가족의 긴장감이 영화 전편에 걸쳐 흐른다.

그리고 이 두 가족 앞에는 세상의 종말이라는 알 수 없는 위협이 찾아온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종말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위협 때문에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휴가지에서 갑자기 일이 생겼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정보로부터 차단된 상태라,

무엇이 자기들을 위협하는지도 모르기에 대처할 방법도 없다. 그냥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할 뿐이지만 위협은 너무나 거대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떠올렸다.

알 수 없는 일로 세상이 망하는 건 똑같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등장 인물은 위협을 직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세상은 이미 망했고, 생존하려면 아파트를 사수해야 한다. 

그래서 그 이익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고, 적을 명확히 구분한다.


그런데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의 등장 인물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위협은 실제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그 무지 때문에 결정할 수 없는 모든 것이 두렵다.


두 영화 모두 아주 작은 희망 하나를 남겨 놓고 끝나지만, 그 희망마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직접적인데 비해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안개 속에 빠진 듯 모호하다.


세상의 종말 앞에서 선 한(두) 가족의 투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두 영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별점은 세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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