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웹소설을 시작했을까?
- 50대
- 출판편집자 경력 20년 이상
- 단행본(장편소설, 단편소설) 출판 경력 있음, 나름 작가
책을 출간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꽤 괜찮은 커리어일지 모르지만, 웹소설 지망생으로는 글을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중고등학생보다 못한 커리어다.
경험해 보니 알 수 있었다.
출판 편집자와 작가 경험은 웹소설을 집필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아름다운 문장, 복선, 입체적인 캐릭터, 반전이 있는 결말.
이런 것을 생각하다가 웹소설이라는 세계에 입장하기도 쉽지 않은 경험을 했다.
물론 웹소설계와 출판계 양쪽을 오가는 훌륭한 작가도 많겠지만, 출판계의 경력은 그곳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처음에 나는 왜 웹소설을 쓰려고 했을까?
스티븐 킹의 소설 ⟪피가 흐르는 곳에⟫가 말하는 ‘피가 흐르는 곳’이란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라는 뜻이다.
나는 피가 흐르는 곳에 가고 싶었다.
매년 하는 말이지만 출판계는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들은 전망하기도 한다. 내년에는 반도체가 호황일 것이라고. 즉, 호황과 불황이 왔다 갔다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20년 넘게 출판계에 있으면서 ‘내년에는 책 판매가 호황일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출판계는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는 곳이다. (물론 여기서 ‘피’는 ‘돈’과 바꾸어 불러도 된다.)
그래서 난 우리에게도 ‘전자책’이라는 매체가 있으니까, 글을 다루는 동지를 만나러 가는 마음으로, 아직 피가 흐르고 있다는 웹소설계를 기웃거려 보기로 했다.
사실 조금 얕본 경향도 있었다.
난 장편소설도 출간해 봤는데 웹소설 하나 못 쓰겠어? 하는 아주 빌어먹을 얕은 마음 말이다.
그 빌어먹을 얕은 마음 때문에 1년이 넘었지만, 지금 ‘실패기’를 쓰고 있다.
이제 ‘실패기’를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