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와 웹소설은 다르다

by 은상

최근 드니 빌뢰브 감독이 연출해서 유명해진 <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SF 대하소설이 원작이다.

<듄>은 수많은 팬을 확보한 걸작이지만, 판타지나 SF 소설을 쓸 때 하지 말아야 할 모든 것을 한 소설이기도 하다.

일단 독자들이 몰입하기 전에 소설의 세계관을 지루하고 장대하게 설명한다.

그럼에도 아직 다 설명되지 않은 세계관과 개념이 많아서, 한참을 읽고 나서도 생소한 인물과 사건이 등장한다.

그리고 모든 지명과 사물의 이름을 새로 만들었다. 이러면 독자가 외워야 할 단어가 늘어나니까 집중할 수가 없다고들 한다.

아라키스, 아트레이데스, 베네 게세리트, 프레멘, 사다우카….

설명이 없으면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난 웹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나서 어떤 소설을 써야 할지 자료 조사를 해봤다.

아무래도 그동안 내가 써오고 출판한 글들과는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웹소설은 크게 남성향과 여성향으로 나뉘는데, 여성향이라 함은 보통 ‘로맨스’다.

나는 로맨스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 하다못해 텔레비전에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나오면 다른 데 틀어버리는 사람이다.

그러면 결국 남성향으로 귀결된다. 남성향 웹소설은 판타지, 무협 등이 주종을 이룬다.

판타지와 무협, 둘 중에 고르라면 난 판타지 쪽이 맞다. <드래곤 라자>와 <룬의 아이들> 같은 판타지 소설은 좋아했지만, 무협에는 빠져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뛰어들려고 하는 세계는 일반 판타지의 세계가 아니다.

웹소설이라는 특수한 세계다. 그걸 난 몰랐다. 난 웹소설이 아니라 <듄>을 쓰려고 들었다.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고, 특수한 직업을 만들고, 복선과 반전을 집어넣고….

좀 복잡하기는 해도 재미만 있으면 당연히 통하리라 생각했다. <듄>처럼.

그러나 난 프랭크 허버트가 아니었다.

<듄>이 아니라 웹소설을 써야 했다. 그런데 난 아직 모른다. 무엇이 웹소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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