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중요성
원래 30화를 만들어 놓고 시작하려던 내 계획은 결국 15화만 써 놓고 시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아무 피드백이 없더라도 120화 정도는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내 길이 과연 맞는 것인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30화를 채우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15화까지만 쓰고 연재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문피아에 아이디를 만들고(원래 있던 것이지만), 자유연재 코너에 작품 소개를 올리고, 표지를 올리고, 제목을 올렸다.
처음 연재하는 것이지만 표지도 신경 쓴다고 혼자 꾸역꾸역 만들고, 제목도 ‘독특한 걸 지어야지!’ 하고 다짐하며 몇 번을 수정해 만들었다.
필명은 원래 사용하던 걸 사용하려다가 혹시 실패했을 경우 괜히 창피한 일이 생길까 봐 다른 필명을 만들었다.
다행히도 웹소설 세계에서는 작가의 이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정말 유명한 작품을 쓴 작가가 아니라면, 누가 썼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성공한 IP를 가진 작가라면 한 작품을 수년 동안 쓰고 있을 것이고, 실패한 작가라면 이름을 알리지 못했을 것이기에, 근 1년 내에 한 작가의 이름을 여러 번 들을 일이 없었다.
그리고 표지! 사실 이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문피아는 제목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텍스트 기반의 표지를 만들어준다. 조회수 수백만인 작품도 그냥 텍스트 기반 표지로 연재하는 경우가 흔하다. 즉, 표지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품 소개? 뭐 깔끔하게 할수록 좋다. 길고 장황하게 소개해봐야 보지 않는다. 작품 소개는 한두 줄이면 된다.
그런데 제목!
이건 정말 중요하다. 특히, 연재를 처음 시작한다면 독특한 제목을 짓겠다는 만용은 부리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이전에 출판 소설에서는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이미 결말을 밝혀주는 신호탄을 쏘기 시작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미 글이 시작될 때 결말을 향해 달리는 셈이다.
그런데 웹소설은 그렇지 않다.
시작 부분에서 신호탄이 아니라 미사일을 날려야 한다.
‘이러다가 결말을 어떻게 맺으려고 이러지?’
이런 걱정이 나오도록 시작해야 한다.
웹소설을 출판 소설과 다르게 분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재미만 있고 내용만 따라간다면, 결론만 100화를 연재해도 된다.
심지어 결론이 바뀐 소설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못했지만) 1화부터 미사일을 쏜다면, 이 소설이 어디를 향해 달려갈 것인지 알려주는 신호탄 혹은 조명탄은 언제 쏴야 할까?
그게 바로 제목이다.
제목에서 이미 이 소설이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가 나온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이 소설에서는 정말 주인공이 데뷔 못 하면 죽는 병에 걸린 연예인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정말로 주인공만 레벨업을 한다.
지금 문피아에서 무료소설 분야 베스트 작품을 바로 뽑아 보았다.
《검귀가 환생함》 검귀가 환생한 이야기겠지.
《회사에선 건물주인 걸 숨김》 건물주가 숨기고 회사 다니는 이야기겠지.
《아이돌이 기타를 잘 침》 아이돌인데 대 연주자의 재능이 있는 이야기겠지.
이제 감이 올 것이다.
제목이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하다. 독특한 제목이 아니라 내용이 예상되지만 유혹할 만한 제목이어야 한다.
물론 난 그렇게 못 했다. 다시 상기시키지만 이 브런치북의 제목은 ‘실패기’다.
내 첫 연재 작품의 제목은 《헌터자원공사 우 대리가 분노하면 생기는 일》이었다. (지금은 찾아봐도 안 나오니까 수고하지는 말기 바란다.)
뭔지 모르겠다고?
다음화에서 설명하겠지만, 설명이 필요하다는 건 이미 실패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