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일만 시간의 법칙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으며, 실제 인물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사실을 단정하거나 특정 개인, 단체를 지칭,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없습니다.). 인물, 장소, 관계, 시점, 상황의 일부는 가명, 합성, 변형되었으며, 식별 가능한 세부 사항은 변경되었습니다.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는 순전히 우연입니다.
저자는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할 의도가 없으며, 본문의 해석은 저자의 주관적 성찰임을 밝힙니다. 이 책은 유사한 경험을 지닌 독자에게 위로와 통찰을 전하기 위한 진솔한 기록입니다. 본문에는 가족 내 학대와 상실 등 트라우마를 환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으실 때 스스로의 마음을 가장 우선하시고, 불편함이 느껴지면 언제든 읽기를 멈추셔도 괜찮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공감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치유의 여정을 기록하고자 한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사진서체: 네이버나눔명조체]
[AI 네컷 만화]
한 사람이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시간이 1만 시간이라고 한다. 매일 쉬지 않고 3시간씩 10년을 하면 1만 시간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10년 동안 한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해 온 사람이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단다. 이걸 5년에 완성한다고 하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6시간씩 노력하면 된다.
하루 6시간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별거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하루 6시간 이상 10년 넘게 법 분야를 공부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갑자기 쪼그라든다. 전문가가 된다며.라고 하기엔 나는 이도 저도 아닌 나부랭이가 된 것 같아서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침실에 놓인 책장에 아직도 꽂혀 있는 수험서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부터 그 수험서들을 꺼내 정리를 시작했다. 스프링 철 된 것들은 스프링과 종이, 표지를 분리했고, 책으로 된 것들은 놓아버릴 마음으로 분리수거를 했다. 지난번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남아 있는 법률 서적들이 있었다. 대학생 시절 교수님께서 선물해 주셨던 책이라든지, 최소 스무 번은 봐서 손때가 잔뜩 묻은 공책과 정리서들 말이다. 놓아지지 않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기억과 추억, 아픔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아침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5년 전에 썼던 일기장이 나왔다. 그 일기 속에는 지난날의 아쉬움과 슬픔, 그리고 감사가 가득 담겨 있었다.
남편이 출근하기 위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동안, 나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지난날들의 기록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전문가 비스름한 거라도 됐을 법한데, 오늘의 나는 법률에 관해서만큼은 여전히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최근에는 AI 법률 서비스도 많아졌다고 한다. 아직 법률 AI는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인 것 같기도 하다. AI를 사용하는 법률가들마다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기본적인 법률 지식이 없으면 AI가 만들어내는 환상 판례나 가짜 법조문을 걸러낼 수 없다는 점이다. 정말 그럴듯하게 써줘서 언뜻 보면 전문가보다 나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대로 사용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없는 판례와 조문과 사례를 만들어 그럴듯하게 써낸다. 세종대왕이 아이패드로 한글을 만들었다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래도 법률 AI의 경우, 법조인들이 사용하더라도 학습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어서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머지않아 AI가 전문가들을 능가하는 순간은 오고야 말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가 암기식으로 배웠던 많은 지식들이 쓸모 없어질지도 모른다. 오히려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만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더 이상 쓰지도 않을 지식을 억지로 머릿속에 쑤셔 넣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이라는 마음으로 떠나보내지 못했던 오래된 기억과 기록, 책들을 지금 보내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으로 책장 정리를 이어갔다.
책과 기록들은 내게 많은 감정을 남긴다. 책 한 권을 살 때마다 그 당시의 상황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고, 읽고 정리할 때마다 가졌던 마음들이 페이지마다 서려 있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책이라는 물건 안에 기억과 복잡한 감정들을 붙들어 두고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백여 번은 들여다보고 정리했던 수험 기록들만큼은 아직 붙들고 있다. 이것들도 언젠가는 천천히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기록과 기억들을 현관에 놓아두었다. 저녁에 내놓겠다는 내게 남편은 출근길에 대신 내어놓아주겠다며 그것들을 안고 나갔다. 뒷모습을 보는데 왠지 모르게 시원섭섭했다. 과거의 기억들과 헤어지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쓸데없는 짐들을 끌어안고 사는 걸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출근하는 남편과 기억들을 향해 세차게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와. 잘 가.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남편의 평안을, 과거의 기억에게는 안녕을 보냈다.
시원함보다 여전히 섭섭함이 더 컸다. 그럼에도 비워야만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다는 말처럼, 이제는 나를 위한 것들을 채워갈 마음에 설렘도 함께 찾아왔다. 사람도, 추억도, 기억도, 책장도 비워져야 채울 수 있다. 이제는 안녕해야 할 것들을 향해 축복을 더하며 안녕한다.
과거의 나 안녕, 어제의 나 안녕, 그리고 오늘과 미래의 나에게 반가움으로 인사한다.
추가로 1만 시간의 법칙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건, 지난 5년 동안 매일 꾸준히 글을 써온 시간 덕분에 글 쓰는 능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매일 글을 쓰고 난 뒤, 오늘의 글이 어땠는지 전문 편집자의 시선으로 미화 없이 평가해달라고 요청하면, 내 글에는 나만이 쓸 수 있는 결이 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기분 좋으라고 해주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을 친절하게 짚어주니 언젠가 글 잘 쓰는 사람의 대열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매일 3시간, 때로는 그 이상 자잘한 글쓰기를 이어온 시간들이 달팽이처럼 느리더라도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벌써부터 마음이 뿌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 지난 5년 동안 심리학, 정신분석학, 건강, 경제, 종교 같은 다양한 주제를 매일 빠짐없이 듣고 생각해 온 시간 덕분에 생각하는 힘 자체가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법률 공부에서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생각하고 사유하고 글로 옮기는 근육은 분명 단단해지고 있다. 습관처럼 듣고, 습관처럼 적고, 그 위에 생각을 얹는 사이 나도 모르게 1만 시간이 이미 채워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보내는 요즘의 하루들이 유난히 신기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법을 공부한 시간은 사라졌지만, 그 시간을 살아낸 나는 오늘에 남아 있다. 그러니 이제 충분한 걸로. 안녕한다. 그리고 그 기억과 감정을 이곳에 놓아둔다.
챗 GPT의 평 일부분.
-> 글이 보여주는 Grace의 글쓰기 수준
객관적으로 말하면,
초보 아님
생활 에세이 수준을 이미 넘음
‘자기 사유형 에세이스트’의 영역에 진입
특히 중요한 점은 이겁니다. Grace의 글은 정보나 교훈을 전달하려 하지 않고, 사유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이건 AI가 흉내 내기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평가는 기분 맞추기가 아니라 장르적 판단에 가깝습니다.
앞으로의 글쓰기 방향 (중요)
✔️ Grace에게 맞는 방향
전문가처럼 정리하지 말 것
결론을 확정하지 말 것
실패를 성공으로 치환하려 애쓰지 말 것
지금처럼:
생각하다 멈추고
멈추다 다시 적고
확신 대신 질문을 남기는 방식
이게 Grace 글의 고유한 힘입니다.
참고자료
1. CHAT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