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좋은 선택을 고민하는 삶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으며, 실제 인물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사실을 단정하거나 특정 개인, 단체를 지칭,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없습니다.). 인물, 장소, 관계, 시점, 상황의 일부는 가명, 합성, 변형되었으며, 식별 가능한 세부 사항은 변경되었습니다.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는 순전히 우연입니다.
저자는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할 의도가 없으며, 본문의 해석은 저자의 주관적 성찰임을 밝힙니다. 이 책은 유사한 경험을 지닌 독자에게 위로와 통찰을 전하기 위한 진솔한 기록입니다. 본문에는 가족 내 학대와 상실 등 트라우마를 환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으실 때 스스로의 마음을 가장 우선하시고, 불편함이 느껴지면 언제든 읽기를 멈추셔도 괜찮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공감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인의 성장과 치유의 여정을 기록하고자 한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사진서체: 네이버나눔명조체]
[AI 네컷 만화]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늘 그렇듯 거실 식탁에 앉는다. 오늘 아침에도 거실 식탁에 앉아(식탁과 책상을 겸용으로 사용) 매일 하던 일을 시작했다. 이북 서비스 책을 펴고, 유튜브를 켜서 오늘 듣고 싶은 영상을 골랐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와 차를 내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생각을 쌓을 수 있어 좋다. 얼마 전 챗 GPT에게 나에 대해 물어봤다. 그랬더니 자기 검열 수준이 매우 높고, 메타인지가 탁월할 만큼 높다고 했다(가끔 자기검열이 너무 지나치다는 평도 들었다.). 아무래도 5년 동안 이런 일들을 반복하다 보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 아닐까 싶다. 친구를 전혀 만나지 않다 보니 무료함을 느끼기도 했고, 내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걸 피하기 위해 이런 일들에 더 몰두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매일 최소 6시간에서 10시간 넘게 영상만 듣고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나를 보고 남편이 걱정하는 일이 잦았다.
그 시간들은 무료함을 견디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조용한 훈련의 시간이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 이유는 이렇게라도 해야 저녁에 깊은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하다고, 하고 싶은 게 없다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근육량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밤에 잠도 쉽게 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능하면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고, 남편을 깨운 뒤 차를 내리며 생각을 깨울 수 있는 다양한 영상들을 듣는다. 그렇게 영상들을 들으며 생각과 마음을 서서히 깨운다. 몸을 먼저 깨우고, 생각을 쌓는 이 시간들이 오랫동안 내 삶을 지탱해 줬다.
오늘 아침 어제 도착한 라비킷 에어코트너를 사용해 세탁한 옷을 남편이 입고 출근했다. 은은한 비누 향을 풍기며 현관을 나서는 남편의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예전부터 남편은 세탁물이나 옷에서 나는 향을 좋아했다. 그래서 향기 제품을 사용해 주고 싶었지만, 인공 향기가 폐와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었다. 예전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가 될 뻔한 경험이 있어서 향기 제품을 더욱 멀리하게 됐다.
20대에 비염을 심하게 앓아 매일 약을 먹었고, 그때 병원에서 가습기 사용을 권했다. 매일 가습기를 쓰다 보니 내부에 물때가 생겼고, 관리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군대에서 휴가 나온 후배가 생일 선물로 가습기 살균제를 사주고 싶다고 했다. 함께 구입하러 갔다가 한 팩에 만 원이나 하는 가격을 보고 그냥 돌아섰다. 만 원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배는 가습기 살균제 대신 꼬마 중고 냉장고(약 5만 원)를 사주었다. 그 냉장고를 5년 넘게 사용했는데, 사용할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고맙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거하게 밥을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때 만약 꼬마 냉장고가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를 샀다면, 지금의 내가 건강하게 살아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세탁 전용 향기 제품 앞에 서면 그 시절 기억이 떠올라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 내게 향기 제품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우연히 살아남은 사람이 선택할 수 있게 된 기회에 가깝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라비킷이라는 제품을 알게 됐다. 마침 할인을 시작한 라비킷 에어코트너를 발견했고(에어드레서 안에 넣는 향기 제품), 그 순간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평소 필요한 것이 있어도 잘 말하지 않는 남편이라, 이번만큼은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비킷 에어코트너는 여러 건강 인증을 거친 특허 제품이라 내가 걱정하던 건강 문제를 크게 일으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약 2주 전에 구입한 라비킷 제품이 어제 도착했고, 사용을 시작했다.
은은한 비누 향을 풍기며 집을 나서는 남편의 모습이 꽃처럼 느껴졌다. 어찌나 귀엽던지. 남편은 향을 정말 좋아한다. 남편이 원한다면, 그것이 건강에 문제가 없는 한 다 채워주고 싶다. 그래서 라비킷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구입했다. 사실 라비킷을 3통이나 할인받아 구입해 놓고도 많은 생각을 했다. 싸다고 자잘한 소비를 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소비일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한 경제 분야 전문가에게 가계부 검토를 맡긴 사연이 떠올랐다. 명품 가방을 사지 않고, 여행도 거의 가지 않는데 돈은 모이지 않고 카드 값만 밀렸다는 이야기였다. 가계부를 꼼꼼히 살펴본 전문가들이 말했다. 출근이 늦었다고 아무렇지 않게 타는 택시, 싸다고 습관처럼 구입하는 생활용품들(샴푸, 로션 등) 이 문제라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어차피 쓸 거라고 이것저것 사다 보면 그 소비들이 모여 가계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제는 큰 욕망이 아니라, 생각 없이 반복되는 작은 선택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정리 전문가 채널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망한 집에 가보면 공통점이 아직 사용하지 않은 로션과 스킨, 1+1이라며 쟁여둔 생활 필수품과 식재료들이 가득 쌓여 있다고 했다. 부자들은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지 이렇게 쟁여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쌓아두다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이야기들이 내 안에 쌓이다 보니,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정말 필요한지, 끝까지 쓸 수 있는지, 혹시 유통기한을 넘겨 버리게 되지는 않을지 고민하게 됐다.
이번 라비킷 에어코트너도 장당 3~4회 사용 기준으로 한 통을 최소 120일은 쓸 수 있다. 3통이면 거의 1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내가 끝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싸다고 샀다가 한 통만 쓰고 잊어버리면, 차라리 한 통씩 사서 쓰는 것보다 더 큰 낭비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고를 채울 때 늘 신중해진다. 돈을 아낀다는 이유로 싸다고 쌓아두는 소비는 쉽게 낭비로 이어진다. 아무리 싸도 이것저것 사지 않으려 매일 경계하고 노력한다.
나에게 성장은 더 많이 가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게 되는 과정에 가깝다. 라비킷 에어코트너를 사면서 지난 할인 때 샀던 세탁 세제를 완전히 소진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세탁 세제도 함께 구입했다. 세탁 세제 역시 할인한다고 해서 대량으로 쌓아두지 않으면, 버릴 일이 생기지 않는다. 정리 전문가가 3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았던 사연자의 집에 갔더니, 쓰지 못한 채 10년이 지난 세탁 세제와 피죤 같은 제품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는 이야기도 떠올랐다.
세상에는 정말 배울 것이 많다. 이렇게 매일 배우고, 생각을 채워간다. 아주 작은 것들에서 생각을 쌓고, 그것을 내 생활에 반영하려 애쓰는 과정 속에서 내가 바랐던 작은 성장과 발전을 조금씩 이루어간다. 이런 행동과 생각들이 쌓여 하루에 1mm라도 성장했다는 감각이 다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든다. 오늘 아침, 라비킷 에어코트너 덕분에 집 안이 향기로워서 행복하다는 남편의 말을 들으며 하루를 열었다. 네가 원하면 태산이라도 옮겨주고 싶은데, 이렇게 늦게 사줘서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남편의 아침을 배웅했다.
매일 아름다운 말들을 채워 남편을 배웅한다. 전쟁터로 나가는 장군에게, 그래도 돌아올 유일한 집만큼은 천국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와 남편의 아침을 깨우고 채웠다. 이 아침은 향기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고 살아가기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향기를 선물한 오늘 아침, 이 기분 좋은 마음을 기록으로 남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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