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트 지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주인공 노라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른 세계선에 있는 다양한 자신을 경험해 보는 이야기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땐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라!’라는 진부한 이야기로 다가왔었다. 몇 년뒤, 새로운 마음으로 한번 더 읽었을 땐 ‘그냥 지금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라고 읽혔다.
가령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다.
‘지금 내 삶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들, 그렇게 다른 삶으로 태어난다 한들 지금이랑 다를 게 있을까?’
‘죽어서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해도 그것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당장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그냥 오늘 하루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도 되지 않겠나? 아니면 반대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다가 안 되겠다 하고 죽어버리면 되지 않나?’
나의 경우 나이가 30대 중반을 달려가니 다정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안정적인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꿈은 뭔가에 쫓겨서 꾸는 꿈같다.
‘이대로 결혼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더 늙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그 꼬리의 끝엔 계속해서 쫓기는 답만 나온다.
그런데 사실 나는 나를 잘 안다. 나는 혼자 살면서 흔히 말하는 커리어우먼으로 사는 게 훨씬 마음이 기우는 사람이다.
만약에 내 영혼이 지금의 내 몸을 선택할 때 ‘아 이번 생은 커리어우먼으로 혼자 사는 삶이구나. 옳다구나 마음에 드네!’하고 선택한 삶이라면? 대신 이 사실을 알기까지 조금 늦게 자리 잡게 되는 삶이라면? 정말 내 영혼이 선택한 결말을 맞게 될지 궁금해서라도 지금의 삶을 살아 볼 이유가 하나쯤은 생겨난다. 설령 그렇게 흘러가지 않더라도 ‘아, 이번 생은 아무것도 못하고 생각에 먹히는 결말이구나. 아쉽지만 다음 몸을 기약하자.’ 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내 삶을 사랑하려 잘 살아보겠다고 애쓰지 말고, 우리의 영혼이 떠돌다가 ‘어라 좀 흥미가 가는 인생인데?’해서 선택한 삶이니 그냥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마치 열정적인 인터넷 쇼핑을 끝낸 뒤, 두근대는 마음으로 택배상자를 열었지만 실물과 상세페이지가 달라 실망한 마음에 반품을 수십 번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서 애정템이 되는 그런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이 정도면 지금 내가 느끼는 무게들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도 커피 한잔 할 여유쯤은 생긴다.
그 커피가 한 잔 두 잔 쌓이다 보면 변화들도 아주 천천히 따라오지 않을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소설의 마지막에 주인공 노라가 오빠 조에게
“인생은 이해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사는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결국 이 말 또한 이해하려 애쓸수록 인생이 너무 무거워지니 좀 더 가볍게 살아라는 말 같다. 세상에 천재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그들조차 삶의 지침서를 건네줬을 뿐 답을 내놓지는 못했지 않는가.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멍하니 바깥 풍경을 보듯, 내 인생도 그저 바라봐주자.
그리고 유리창 너머 커피 한잔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자.
“이번 몸의 여행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