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나무 Apr 21. 2017

Another day, Canada

2017, Vancouver preview


7월 19일 저녁 6시 50분(수요일),

밑 불만 남은 가마솥처럼 한낮의 열기가 한소끔 빠져나갈 무렵, 300톤이 넘는 거대한 쇳덩어리가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저녁 6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을 날아갔는데 같은 날, 낮 12시 50분입니다. 밴쿠버가 한국보다 17시간 늦은 까닭이지요. 집으로 돌아갈 때는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이 들겠지만 우선은 좋습니다. 늦가을 같이 선선한 바람이 불어요. 그 서늘함이 환영의 메시지 같아 맘에 듭니다. 공항에서 980번 버스를 타고 밴쿠버 시티 센터에서 내려서 Hugo네 집을 찾아가야 합니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물어볼 때마다 공통으로 느끼는 게 있습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친절하게 귀 기울여 들어준다는 것이지요. 설사 그들이 내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말이지요. 아마도 그것은 오래도록 체득된 여유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해요.


Hugo는, 레 미제라블의 작가 Victor Hugo와 철자가 같으니 프랑스식으로 발음하면 위고라고 해야 맞겠다 싶습니다. 10년 전, 중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온 위고는 아직 학생인데 그가 에어비앤비에 등록을 하게 된 건 단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


캐나다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이나 스위스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요. 비교적 저렴하다는 호텔은 마치 유스호스텔처럼 공용 욕실을 사용하는 방 마저 1박에 12만 원 정도, 혼자서 방 하나 빌려 쓰는 것이니 만큼 B&B가 훨씬 매력적입니다. 위고네 집은 무엇보다 위치가 훌륭했습니다. 웬만한 곳은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 시내 중심가였고 Via-Rail을 탈 수 있는 퍼시픽 센트럴 스테이션과 그레이하운드 스테이션으로의 접근성이 좋아 매우 편리하지요.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그의 아파트는 7층, 시가지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창문이 맘에 듭니다.

   

 

원래 이번 여행 스케줄은 영국과 아일랜드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행하기로 한 친구들에게 예기치 않은 불가피한 사정이 생겨서 1년 후로 연기를 하고 오래전 이민 간 사촌들도 만날 겸, 루트를 캐나다로 변경했지요. 마침 건국 150주년을 맞은 캐나다가 1년 동안 국립공원을 무료 개방하는 행사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여행자들이 더 몰리긴 하겠지만요.


제일 먼저 캐나다 여행 비자인 ETA를 신청했습니다. 30분도 안되어 승인 메일이 오더군요. 캐나다 디스커버리 패스는 신청하고 3주쯤 지나서 우편으로 받았고 유스 호스텔은 물론이요, 그레이 하운드와 비아 레일까지 할인(12~25%) 되는 월드 호스텔 카드도 만들었습니다. 렌터카를 사용할 테니 국제 운전 면허증을 만들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종종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제 교사증(Art)도 만들었어요.



여름 여행이 좋은 건 어디나 흐드러지게 핀 꽃 때문이기도 합니다. 꽃잎이 작은 것들은 시들거나 말라있어도 별로 표시가 나질 않아요. 그저 올망졸망 어우러진 모습이 앙증맞게 예쁘지요. 가장 가까운 개스 타운으로 향합니다. 개스타운은 밴쿠버의 올드 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1867년에 건설된 밴쿠버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영국 상선의 선원이었던 존 데이튼이라는 사람이 맨 처음으로 이곳에 정착했고 그의 별명인 개시 잭(Gassy Jack)이 알려지면서 개스타운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해요. 술통 위에 서 있는 그의 동상이 개스타운에 있네요. 초창기 개스타운의 풍물들이 거리 곳곳에 남아있어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클래식한 향취가 물씬 풍겨 나는 빅토리아풍의 건물과 도심의 화려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요. 개성 있는 장식과 분위기가 독특한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골목마다 늘어서 있고, 쇼핑을 위한 아기자기한 부티끄들이 눈길을 끄는군요.



원주민들의 마지막 섬이었던 그랜빌 아일랜드는 철강공장이 들어서며 도시의 흉물로 여겨졌습니다. 1970년, 낡고 오래된 공장지대는 휴식과 예술공간으로 변화하면서 밴쿠버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 되었다고 해요.

섬 곳곳에서 만나는 앙증맞은 장신구, 공예품, 작가정신이 느껴지는 아이템들은 보기만 해도 신기하고 수공예 품들이 발길을 잡아끌고 좋아주질 않습니다.


퍼블릭 마켓에서 생생한 컬러의 과일과 채소, 생선들을 맘껏 눈요기한 후 선착장으로 향합니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아쿠아 버스를 타면 스탠리 파크로 이어지는 잉글리시 베이 산책로에 닿거나, 세련된 카페들로 채워진 예일타운의 남쪽으로 연결되니까요.



스탠리 파크는 워낙 넓어서 걸어서 돌아보는 건 불가능합니다. 400만㎡가 넘는다는데 그 면적이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아요. 스탠리 파크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보다 넓은데 1888년, 당시의 총독인 스탠리 경의 이름을 땄다고 해요. 원래 캐나다 인디언 부족들이 살았던 80km의 원시림이 우거진 산책로가 이어진다니 파크라는 이름이 무색합니다. 자전거는 못 타지만 걷는 건 자신 있으니 다행이지 싶어요. 탱크톱 차림으로 풀밭에 누워있는 젊은이들 사이로 햇살과 바다를 눈에 품고 걷는 시간이 풍요롭고 넉넉합니다. 수영하는 사람들, 카약이나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게 느껴져요. 다리가 아프면 공원의 명소를 둘러보는 마차를 탈 수도 있지만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보기로 합니다.



워터프런트는 근대적인 빌딩들이 늘어선 항만도시 밴쿠버를 상징하는 지역으로 관광안내소, 캐나다 플레이스, 하버센터 타워 등이 위치해 있습니다. 캐필라노 협곡 출렁다리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도 여기서 출발하지요. 텐트를 연결한 모양의 독특한 외관을 가진 캐나다 플레이스는 1986년 밴쿠버 엑스포에서 캐나다 정부관으로 사용했던 건물입니다.



빅토리아 섬에 다녀오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곳에 가면 1억 송이의 꽃을 볼 수 있다던 지인의 말이 기억나지만 아쉬움도 그리움처럼 여기면 아름답지 않은가 생각하기로 했지요.


캐나다는 비아 레일이라는 기차를 타고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 횡단할 수 있습니다. 동서 횡단 거리는 무려 4,500km이며 80시간이 걸리죠. 1주일에 3회만 운행하기에 예약은 필수입니다. 사촌이 사는 Kamloops는 밴쿠버를 떠나 토론토까지 가는 비아 레일의 첫 번 째 도착역이며 그다음 역은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이 있는 재스퍼예요. 기차를 타고  Kamloops에서 간다면 그곳에서 적어도 3박은 해야 다음 기차를 탈 수 있으므로 그레이하운드를 이용합니다. 버스를 타면 시간이 절약되고 다음 날 재스퍼로 가는 비아레일을 탈 수 있으니까요.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다 느끼셨지요? 이 글은 여행 프리뷰입니다. 여행을 준비하며 상상했던 것과 실제 여행의 차이가 어떤 것일지 리뷰와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써보기로 한 것이지요. 말하자면 콘서트 프리뷰 같은 것입니다. 이 프리뷰가 토론토까지 도착할 때쯤이면 아름다운 비상구를 향해 비행기를 타겠지요.

여행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라일락이 바람을 품고 있네요.

참 좋은 4월입니다.

 

 


* Canada Journey preview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