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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Mar 10. 2019

런던의 King, Lion King

런던 라이시움 극장 뮤지컬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 피는 숲에 저녁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뭍으로 건너온 새들이 저무는 섬으로 돌아갈 때, 물 위에 깔린 노을은 수평선 쪽으로 몰려가서 소멸했다. 저녁이면 먼 섬들이 박모 속으로 불려 가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가 먼 섬부터 다시 세상에 돌려보내는 것이어서, 바다에서는 늘 먼 섬이 먼저 소멸하고 먼 섬이 먼 떠올랐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 첫 부분이다.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와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두 문장은 조사 한 글자 차이밖에 없다.

그러나 김훈은 그 조사 하나를 갖고 며칠 밤을 고민하였다고 한다.


첫인상은 중요하다.

모든 글이 그렇다.

음악도 그렇다.

첫소리가 연주의 승패를 가름하기로 한다.

그림도, 달리기도 수영도 마찬가지다.

이 이야기를 하는 건 뮤지컬 라이언 킹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여행 스케줄이 정해지고 나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여행할 도시의 주요 공연장 프로그램 체크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갈 예정이면 마린스키 극장 홈페이지를 들어간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오페라나 발레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정에 맞는 공연이 있으면 당연히 예매를 한다.

그렇게 해외에서 찾아간 공연장들이 꽤 많다.

시카고, 파리, 밀라노, 베를린, 함부르크, 프라하,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공연장들을 찾아가 음악을 들었고 발레를 감상했다.

결과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7월과 8월은 클래식 공연이 거의 없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나 발레단은 바캉스 시즌을 맞이하여 휴가를 즐기거나 해외 공연을 다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여행지를 영국으로 정했다.

로열 앨버트 홀과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 하우스를 검색했지만 안타깝게도 내 일정에는 공연이 없었다.

뮤지컬만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뮤지컬이 차선책은 아니었다.

런던에서 뮤지컬은 당연히 필수니까 말이다.


영국의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 편으로 6조 이상의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였다.

그의 또 다른 뮤지컬 캣츠는 제외한 금액이다.

그만큼 뮤지컬 시장은 극대화되었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뮤지컬은 뉴욕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런던이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에는 각각의 뮤지컬 전용 극장이 따로 있다.

맘마미아는 런던의 노벨로 극장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her majesty's theatre' 그러니까 여왕 폐하의 극장에서 공연한다. 캣츠는 네일 시몬 극장, 레미제라블은 퀸즈 시어터, 내가 좋아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트라팔가 광장 앞에 있는 콜리시움 극장에 가야 볼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는 여왕 폐하의 극장


하지만 이번에 보고자 하는 뮤지컬은 이미 마음속으로 일찌감치 정해놓고 있었다.

위에 열거한 내로라하는 뮤지컬에 들어있지 않는 작품이다.

그러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문화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그 뮤지컬이 얼마나 핫한지 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알려진 '라이언 킹'이다.


라이언 킹 전용 극장인 라이시움 극장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날이 3월 7일이었다.

영국 여행 기간은 21일, 그중 런던에 머무는 기간은 7월 말에서 8월 초에 걸쳐 예정되어 있었다.

아직 4~5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 반쯤 예약이 된 상태였다.

내가 초이스 한 좌석의 금액은 우리 돈 10만 원쯤,

남아있는 좌석 중 가장 최고라 생각된 곳은 맨 앞 열이었다.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영화와 다르다.

무대와 가까우면 배우의 표정이나 몸짓을 잘 볼 수 있고 교감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

물론 극장이 크고 무대가 높으면 고개가 아픈 단점도 있지만 라이시움은 924석이라 큰 문제가 없으리라 예상했다.

그것도 여섯 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남아있지 않았다.

중앙 열을 제외한 좌우 좌석에서 골라야 한다.

하는 수 없이 왼쪽 앞열 3명, 오른쪽 앞열 3명으로 예약했다.



Lyceum theatre



드디어 그날이다.

예약해둔 레스토랑 Antricot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원피스나 린넨 셔츠 등 되도록 점잖은 옷들로 신경 써서 입고 나섰다.

라이시움 극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예약한 브로셔와 에코 백을 받아 들고 극장으로 들어섰다.

유럽의 여늬 공연장과 별 다르지 않은 구조였다.

오페라는 오케스트라가 반드시 연주하지만 뮤지컬은 녹음 반주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무대 아래쪽 오케스트라 박스에서 손을 풀기 위해 악기를 컨트롤하는 소리가 들렸다.

라이언 킹이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갔다.

기대감이 더 치솟는다.

어떻게 시작될까?

많이 설레었나 보다.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었다.






김훈이 첫 문장의 조사 하나를 고민했듯 나도 고민해본다.

시작이 달랐다.

시작부터 달랐다.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주술사 라피키의 첫소리는 그대로 아프리카였다.

2층 객석의 양 끄트머리에서 주술에 화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올려다보니 치타와 가젤 영양이 우렁찬 성량으로 주술사와 완벽한 화음을 토해낸다.

어떠한 악 소리도 없었다.

아카펠라는 아프리카의 날 것으로 오롯이 다가왔다.  

그녀의 목소리에 취하는가 싶은데 기린 두 마리가 붉은 태양 앞으로 우아하게 걸어 나온다.

죽마를 신은 배우들은 완벽히 기린이었다.

객석 환호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놀라움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걸 곧바로 알게 되었다.

객석 양쪽 통로를 통해 밀림의 동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퍼펫(Puppet:인물이나 동물을 표현하는, 움직일 수 있게 만든 장치)을 조종하는 배우들은 완벽하게 동물의 호흡을 하고 있었다.


첫 등장한 기린
주술사 라피키



네 사람이 각각 다리를 연기해 동물의 육중함에 대한 현실감을 주는 코끼리,

수레바퀴를 회전하며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의 가젤 등 동물의 표현 장식에 입이 떡 벌어졌다.

어느새 아프리카의 초원이  만들어졌다.

무대를 가득 채운 동물들은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무대는 사자가 동물들을 통치하는 아프리카의 왕국 프라이드 랜드이다.

이어 제단 위에 우뚝 선 무파사 왕(심바의 아버지)과 사라비 여왕(심바의 어머니), 아기를 안은 라피키가 등장한다.

늙고 지혜로운 맨드릴 개코원숭이 라피키는 무파사와 사라비의 아들인 심바 왕자를 새로운 후계자로 선언한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직 첫 곡 circle of life가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미 주술사의 마술에 빠져버렸음이다.


그러니까 라이언 킹의 첫 문장은 베스트였다.




circle of life

 

내가 뮤지컬 라이언 킹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스토리도 아니요, 배우도 아닌 감독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줄리 테이머.

줄리 테이머는 1952년 12월 1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튼에서 태어났다.

우리 나이로 올해 68세이다.


줄리 테이머



내가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영화 <프리다 : 2002년작>였다.

멕시코 출신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에 대한 영화이다.


<프리다>는 강렬하다.

영화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진하게 드러낸다.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어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

강렬한 컬러와 의상, 음악들이 매혹적이다.

극 중 프리다 역을 맡은 셀마 헤이엑의 연기는 처음이었지만 각인될 정도로 인상 깊었다.

그 후 프리다 칼로는 나의 지적 호기심과 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년 전 쿠바 여행을 떠나면서 멕시코를 경유했다.

그 이유는 멕시코 시티에 있는 프리다 칼로의 집을 찾아 가고 싶었던 이유가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곳에 다녀왔다.

푸르다 못해 보랏빛이 도는 프리다 칼로의 집에서 나는 줄리 테이머를 생각하고 있었다.

 


영화 <프리다>의 음악은 엘리엇 골덴탈이 감독했다. 그는 <프리다>로  2003년 미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의 음악상을 휩쓸었다.

음악감독 엘리엇 골덴탈은 프리다의 삶을 멕시코, 스페인, 쿠바, 브라질의 다양한 민속음악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또한 골덴탈은 줄리 테이머의 좋은 예술 파트너이다.

그 두 사람은 결혼하지 않은 채 40년 가까이 동거 중이다.



영화 프리다 중 프리다 칼로 역을 맡은 셀마 헤이엑
멕시코 시티에 있는 프리다 칼로의 집



줄리 테이머를 완벽하게 흠모하게 만든 작품은 엉뚱하게도 오페라 마술피리였다.

마술피리는 모차르트가 죽기 3개월 전에 작곡한 징슈필(Singspiel : 독일어로 서로 주고받는 대사에 서정적인 노래가 곁든 민속적인 오페라이다)이다.

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 '지옥 같은 복수심이 내 마음에 불타오르네'는 오페라를 몰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이 올린 마술피리는 총 연출, 의상 디자인, 무대 연출 모두 줄리 테이머의 솜씨이다.

대중성이 강한 뮤지컬에 비해 오페라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장르이다.

하지만 줄리 테이머가 감독한 메트의 마술피리는 지루할 틈이 없다.

일단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파격적인 디자인의 의상들이 한몫 단단히 한다.

그 오페라에도 다양한 퍼펫들이 등장한다.

한 번 보면 도저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게 줄리 테이머의 작품이다.



줄리 테이머 연출의 마술 피리 중 파파게노
오페라 마술 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 같은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네;
오페라 마술 피리 중 파파게나 파파게노



라이언 킹은 그중 단연코 최고였다.

단순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을 어떻게 그렇게 높은 수준의 뮤지컬로 승화시킬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뮤지컬은 종합 예술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무대와 의상과 배우의 연기와 노래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중심은 역시 음악이다.

라이언 킹의 음악은 엘튼 존( Sir Elton John, CBE , 1947년 3월 25일 ~ )이 작곡했다.

이 또한 놀랄 일이다.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s, good bye yellow bric road 등 그는 영국을 대표하는 국민 가수이다.

영국에서는 문화·학술·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큰 공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군주(현재 엘리자베스 2세 여왕)가 정부 추천을 받아 기사 작위를 수여한다.

명단은 1년에 두 번, 신년과 여왕의 공식 생일에 발표된다.

기사 작위를 받은 사람이 영국인 이거나 영국 군주를 국가원수로 인정하는 영연방 국가 출신일 경우 이름 앞에 남성의 경우 서(Sir), 여성의 경우 데임(Dame)이란 경칭을 붙일 수 있다.

비틀스에 이어 가장 많은 음반 판매고(3억 5천만 장)를 기록하고 있는 엘튼 존은 1998년에 음악과 에이즈 퇴치, 성소수자 권리 관련 자선활동에 기여한 공로로 작위를 받았다.

1997년 타계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가까운 사이였던 그는 그녀의 장례 때 <Candle in the Wind 1997>을 부르기도 했다.



Sir Elton John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s'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함은 배역에 맞는 음색이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원년 멤버 중 콰지모도 역을 맡은 갸루(Garou)가 좋은 예다.

콰지모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곳 하나 성하지 않은 괴물 같은 외모이다.

그 배역에 곱고 맑은 목소리는 어울리지 않는다.

탁하고 어두워야 제격이다.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으며 노래하는 마지막 곡은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만큼 감정 이입이 강하다는 뜻이다.

'춤을 춰봐요 에스메랄다, 노래해봐요 에스메랄다'

반음 씩 올려가며 반복되던 노래가 콰지모도의 자결과 함께 막이 내린다.



콰지모도의 노트르담 드 파리 엔딩곡 Danse Mon Esmeralda

 

대신 음유시인 역을 맡은 그랭구아르는 목소리에 힘이 있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브루노 펠티에(Bruno Pelletier)의 목소리는 대리석을 닮았다.

매끈하면서 단단하다.

막이 오르면서 시작되는 대성당들의 시대는 김훈의 첫 문장처럼 압권이다.

개인적으로  그 두 사람의 음색을 정말 사랑한다.


그랭구아르가 부르는 노트르담 드 파리 첫 곡, 대성당들의 시대


뮤지컬 라이언 킹은 배우들 또한 최고였다.

주인공 심바는 어린 심바와 성인이 된 심바, 즉 2명이다.

무파사와 사라비의 아들로 호기심이 많다.

어린 심바 역을 맡은 배우는 열 살이나 되었을까?

물론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했을 터다.

당차게 노래하고 연기를 하지만 귀엽다.

저대로 성장하면 어떤 배우가 될까 싶을 정도로 어설픈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무파사가 죽은 후 스카에게 쫓겨난 심바는 티몬과 품바가 구해 줘서 정글에서 같이 살게 된다.

그러나 영혼으로 나타난 무파사(아버지)의 말에 용기를 얻고 날라, 품바, 티몬과 함께 프라이드 랜드로 돌아간다. 그리고 스카를 무찌른 후 왕이 되고 날아와 결혼한다.


날라는 심바의 여자 친구다.

정글에 살고 있는 심바에게 고향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하지만 심바는 거절한다.

나중에 심바가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듣고 품바, 티몬과 함께 찾아간다.

심바와 결혼해서 딸 키아라를 낳는다.

어린 심바 역을 맡은 흑인 소녀 역시 얼마나 당차던지 엄마 미소가 계속 이어졌다.

어린 심바와 날라 역을 맡은 두 꼬마는 철수와 영희처럼 맑고 예뻤다.



어린 심바와 날라


성인이 된 심바와 날라


무파사는 프라이드 랜드의 왕으로 심바의 아버지이다.

왕이라는 타이틀을 인식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커다란 사자 마스크를 머리에 쓰고 있다.

마치 태양의 신을 연상케 했다.

그는 파워풀하고 공격적이지만 다스리는 모든 동물들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왕다운 외모에 걸맞게 목소리 또한 근엄하고 우렁차서 믿음이 가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무파사가 어린 심바에게 위험에 뛰어들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사자의 마스크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는다.

왕이 아닌 아버지로서 이야기하는 걸 표현한 것이다.

스카 때문에 죽지만 심바에게 영혼으로 나타나 왕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왕의 마스크를 벗어놓고 아버지로서 이야기하는 무파사, 그의 아들 심바



첫 장면에 등장한 라피키는 프라이드 랜드의 주술사인 맨드릴 개코원숭이다.

늙고 지혜롭다.

몸집은 이영자급이고 목소리는 서아프리카 출신 가수 세자리아 에보라와 비슷했다.

아니 세자리아보다 훨씬 힘이 있는 소리였다.

확실한 건 아프리카 목소리라는 것이다.

성대를 잔뜩 눌렀을 때 나오는, 그러니까 기품이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뭔가 동네 아줌마 같은 친근함이 느껴졌다.

라피키는 다른 동물처럼 마스크는 쓰지 않았지만 주술사답게 허리춤에 뭔가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걸을 때마다 덜렁거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재밌다.




주술사 라피키



스카는 무파사의 동생이니까 심바에게는 삼촌이다.

다른 사자들에 비해 갈기가 적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파사는 물론 어린 조카 심바에게도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스카는 왕위를 차지하려고 형인 무파사를 죽이고 심바를 쫓아낸다.

하지만 돌아온 심바와의 싸움에서 지고 만다.

하이에나들에 의해 집단 공격을 당해 죽는다.


무파사의 동생  스카


왼쪽이 스카, 오른쪽이 무파사


라이언 킹에서 가장 웃음을 많이 주는 캐릭터는 티몬과 품바이다.

티몬은 미어캣이다.

스카에게 쫓겨난 심바를 품바와 함께 구해 주고 정글에서 같이 살게 된다.

심바에게 하쿠나 마타타라는 말을 가르쳐 준다.

그때 부르는 노래 하쿠나 마타타는 아마도 대중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노래가 아닐까 싶다.

목소리가 캐릭터인 미어캣스럽게 가늘고 날카롭다.


티몬



품바는 흑 멧돼지다.

티몬과 달리 뚱뚱한 몸매에 각설이 타령을 하듯 구성지다.

티몬과 품바는 노래보다 대사가 많은데 둘의 케미가 최고였다.

모자란듯한 몸짓과 대사, 그러나 정이 넘치는 커플이 매력 있다.

어린 관객들이 많았는데 힐끗 돌아보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연신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세월이 많이 흘러 성인이 되어서도 그날을 기억하겠지 싶었다.



품바
티몬과 품바


자주는 무파사의 비서인 코뿔새다.

무파사가 죽고 스카가 왕이 되고 난 후에 스카에 의해 감옥에 갇힌다.

그러나 심바가 돌아온 후 품바와 티몬 덕에 풀려 난다.

눈꺼풀과 입이 정교하게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코뿔새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자주



그리고 심바를 쫓아가다가 나무에 떨어져서 가시에 찔리는 하이에나 반자이,

말은 못 하지만 반자이와 셴지의 말을 따르는 하이에나 에드,

하이에나들 중 유일한 암컷인 셴지 들이 열연을 한다.

노래나 대사는 없지만 그 외에도 열연하는 출연자들이 많다.

기린, 코끼리, 코뿔소, 특히 얼룩말의 점프는 가히 날아다니는 수준이다.


반자이, 에드, 셴지





어느 것 한 가지도 아쉽거나 부족함 없는 한 판 놀이가 끝났다.

배우들의 무대인사가 차례로 이어지고 작별의 손을 흔든다.


여행이 막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그 여행이 이미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뮤지컬 라이언 킹은 그동안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과 슬픔을 잊게 해 주는 명약이었다.

친구들 역시 눈물 나게 감동적이라고 했다.

라이언 킹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라이시움 극장을 나와 불빛에 비친 노란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모처럼 내가 내게 고마웠다.


* 런던, 또는 뉴욕에 가시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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