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떠날 수 있을까?(프롤로그)
다시 여행을 찾다.
54년 동안 학교를 다녔습니다.
배우러 16년, 그리고 가르치러 38년.
'그만 다니자.'
퇴직까지는 1년 반이 남았지만 떠나기로 했습니다.
맘먹으니 홀가분하더군요.
그리고 2월에 학교를 떠났습니다.
별 탈 없이 무난하고 건강하게 지내온 세월이 감사했지요.
섭섭함보다 시원함이 더 컸던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만둔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어김없이 6시면 눈이 떠집니다.
외출을 하다 보면 목적지와 상관없이 다니던 학교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리다가 혼자 피식 웃곤 했습니다.
작년, 그러니까 2021년 10월 20일, 친구들에게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내년이면 코로나가 좀 누그러질 것 같으니 다시 여행을 가야하지 않겠냐고요.
'갈 수 있을까?'
불확실함 때문에 불안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들은 모두 좋아라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계획은 늘 그랬듯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지요.
이틀 만에 스케줄을 완성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의 여행이 중단되어 있던 터라 항공권은 무척 저렴했습니다.(왕복 90만 원)
숙소, 기차표, 렌터카 등 필요한 것 모두 예약 완료, 떠나는 날만 기다리면 됩니다.
은퇴도 했으니 좋은 계절에 다녀보자 싶었어요.
5월 6일 출발, 6월 5일 도착 예정이니 딱 한 달입니다.
그런데 역시 쉽지 않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3월에 우리나라의 하루 확진자는 60만 명을 돌파했지요.
하지만 유럽은 우리와 달리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며 해외 여행자들의 입국을 쉽게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백신 증명서만 있으면 PCR 검사 없이 입국이 가능했으니까요.
'떠날 수 있을까?'라는 친구들의 우려보다 '갈 수 있어'라는 확신이 컸습니다.
그 믿음은 통했고 쿠바에 다녀온 지 2년 3개월 만에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공항에서 우리는 서로 손을 맞잡고 어린아이들처럼 깡총깡총 뛰었지요.
그렇게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름하여 남불 원정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 어떤 때보다 스펙터클 했던 하루하루였기에 더 감동적이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