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라는 단어는 단절감, 외로움, 호젓함 궁금함 그런 것들이 떠오릅니다.
이탈리아 남쪽에 위치한 시칠리아(이탈리아어 Sicilia, 영어 Sicily)는 제주도의 13배의 면적으로 꽤 넓지요.
영화 '대부'와 '시네마 천국', '그랑 블루' 등이 촬영된 곳이고 마피아의 본거지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 도시 이름 하나 알지 못하던 곳입니다.
그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시칠리아섬을 한 바퀴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굳이 어떤 이유를 들어 여행지를 정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모릅니다.
이러저러한 단편적인 정보는 온라인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나는 아직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을 보는 것이 편한 사람입니다.
관련 서적을 뒤졌지만 시칠리아를 위한 여행안내 서적은 없더군요.
오래 준비해 온 대답, 퐁당 시칠리아,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 등 갖고 있던 몇 권의 책을 읽었지요.
몇 가지로 요약이 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알아냈습니다.
1. 많은 도시들이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2. 매우 가파르고 구불거리는 도로가 많다.
3. 이탈리아는 각 도시마다 ZTL(Zona Traffico Limitato) 구역이 포진해 있어 렌터카 이용하는 여행자들은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 많다.(지역 및 장소에 따라 80~335유로의 벌금) 그러므로 ZTL구역이 아닌 지역에 숙소를 구해야 한다.
4. 9인승 밴을 렌트할 계획이므로 무료 주차 공간이 있는 집을 찾아야 한다.
5. 무엇보다 시칠리아로 들어가는 방법을 정해야 했다.
로마에서 팔레르모까지 비행기로 갈 것인가, 아니면 밤새 남쪽으로 내려가 기차가 통째로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듯 페리에 싣고 메시나 해협을 건너는 방법 중 택해야 한다.
삶은 선택입니다.
살아있는 한 매 순간 뭔가를 끊임없이 선택해야만 하지요.
그 선택이 때로는 고달프고 힘이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아까울 것도, 서두를 것도, 지루할 것도 없는 시간을 누리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지요.
'시간의 사치'
내가 제일 즐기는 사치랍니다.
이탈리아의 그림자를 밟고 다니던 31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