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하루 반이 지났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건 분명 그저께인데 정신은 아직 완전히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나는 여전히 어딘가를 조금 늦게 걷는 중입니다.
여행자와 일상의 경계에 놓인 하루 반,
이 잠깐의 시간이 어쩌면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리듬을 살아내던 몸은 아무 일도 없던 듯 이곳에 이미 적응했습니다.
7시간이든 14시간이든 시차가 있는 곳에서 30일을 지내고 돌아와도 늘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알지요.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라는 것을요.
이스탄불의 새벽, 아직 어둠이 남은 하늘 위로 떠오르던 아잔의 울림은 내 안의 가장 깊은 곳까지 물결처럼 번져왔습니다.
그건 기도가 아니라 공기의 진동이고 동시에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산토리니의 파란 지붕보다 더 파란 바다,
좁은 골목의 흰 벽을 파고들던 햇빛,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마을의 새벽 산책은 며칠이라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하늘이 낮아 보이는 백운암 사이로 부는 돌로미티의 바람은 조금 더 날카로웠고,
오르티세이의 물소리는 밤새 내 방 창 아래를 흘러갔고 새들의 노래에 잠에서 깨어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나는 그곳들에서 매일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살았습니다.
기도처럼 깨어 있었고,
햇빛처럼 가벼웠으며,
계곡물처럼 잠잠히 흘렀습니다.
그리고 지금,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어딘가를 조금 늦게 걷고 있는 그 시간들을 다시 불러냅니다.
풍경의 결, 감정의 흔들림, 빛의 변주가 수천 겹으로 쌓였던 시간 속에서 한동안 내가 빌려 살았던 풍경들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 기억의 지도에 놓을 첫 숨이 아름다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