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바다 사진을 보다가
바다가 소나타의 느린 악장 같습니다.
음표는 적고 여백이 많으니까요.
수면 위로 반짝이는 수천 개의 은빛 점들은,
거울 속의 거울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기억의 입자들입니다.
바다는 스스로 반짝이지 않습니다.
햇살이 머물다 갈 뿐이죠.
바다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람이 흔들어 놓을 뿐이죠.
바다는 스스로 물들지도 않습니다.
하늘이 내려앉고, 구름이 머무를 뿐이죠.
바다는 해가 빠지고 달이 빠져도 참습니다.
어둠이 와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깊이로 하루를 받아낼 뿐이죠.
빛을 잃은 뒤에도
바다는 여전히 바다이고,
모든 걸 끌어안은 채 아침을 기다립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비춰주고,
조용히 내어줄 뿐인 바다 사진을 또다시 들여다봅니다.
바다가 쓸쓸해 보입니다.
바다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바다가 지금,
나를 안아주고 있는 거라는 걸 압니다.
이 한 장의 사소한 바다 사진을 바라보다가 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