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여자는 왜 축구 안 해?

by 강알리안

딸이 최근 아빠랑 인형 친구들이랑 하는 축구놀이에 푹 빠졌다. 어젯밤에는 축구놀이가 더 하고 싶어서 울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잠자리에서 "엄마 여자는 왜 축구 안 해?"하고 물었다. 이 말에 "아니야 여자도 축구해. 여자 축구경기도 있고 축구선수도 있어"하고 빠르게 답해줬다.


아직 6살밖에 안 된 딸아이는 은연중에 축구는 남자 얘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축구교실이나 야구교실 수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딸한테 배워볼래라고 한 적이 있는데 수업 현장에 여자아이가 있는 경우는 없었다.


아침에 읽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본 예능프로 가족 프레임에 대한 글과 성역할 이런 것들이 오버랩됐다. 경향신문 칼럼에는 '나 혼자 산다'에서 키를 '이모'로 칭하지 말라는 트위터 글과 함께 예능프로에 씌워지는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이모 등 역할이 주입된 가족 프레임을 덧싀우는 것을 비판했다.


딸은 한 번도 강조한 적이 없는데도 분홍색을 좋아한다. 초록색, 파란색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만 어린이집을 갈 때부터였나 분홍색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분홍색은 여자 색 파란색은 남자색이라는 생각을 안 하게 하려고 난 항상 파란색 좋아하는 여자도 많다고 말해준다. 주말에는 아빠랑 노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그 시간에 내가 식사 준비를 하게 되는 날이 많은데 그걸로 밥은 엄마가 준비하는 거 이런 인식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며칠 전 한 모임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지인이 고민을 털어놨다. 담임선생님이 아이한테 엄마는 일해 하고 물어 안 한다고 했더니 담임이 그럼 집안일은 엄마가 많이 하시겠구나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근데 그 선생님이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가 아니라 20대 후반에 남자 선생님이었다고. 그 집은 집안일을 엄마 아빠가 똑같이 나눠서 하는 집이라 지인은 좀 당황했다고 한다. 특히 젊은 남자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한 게 놀라웠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지인 아이는 선생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건 성역할 문제랑 다를 수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쉽게 씌워지는 성고정 관념이랑 연결 지을 수 있.

이렇게 사회 곳곳에서 성역할, 성 고정관념은 알게 모르게 뿌리 박혀 어린 얘들한테까지 영향을 미친다. 로봇과 대화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는 날이 머지않은 시대에 어린 딸이 벌써부터 남자, 여자 할 일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 딸이 남자, 여자 이런 구분 짓지 않고 사람, 연대, 친구, 동료 이런 걸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신경 써서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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