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이런 집사의 탄생
“고양이의 재채기는 자연과 예술의 조화다.”
- 애드거 앨런 포 -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리브
“키우실 건가요?”
수의사가 질문했다. 그렇게 물을 만도 했다. 그 사이 만능 초록 창 검색을 통해 검진부터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어, 임보자의 집에서 아깽이를 안고 곧장 동물 병원으로 달려간 나. 낯선 이의 품에서 발버둥 치며 쇳소리를 내는 어린 고양이를 보는 수의사의 눈에는 필경 내가 어디 풀숲에서 새끼를 덥석 납치해 온 파렴치한으로 보였으리라. 물론 무지했던 그때는 그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허허.
“네… 그런데 고양이에 대해 잘 몰라서요.”
“육안으로 봤을 때 건강상 문제는 없네요. 생후 3주 정도 된 암컷이고요. 분유에서 서서히 이유식으로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수유와 이유식 방법에 대해서는 데스크에서 설명해 주실 거예요. 참, 배변 유도는 어떻게 하는지 아시나요?”
“아니요…….”
“아직 어려서 보호자가 도와주실 필요가 있어요. 이런 식으로 조심스레 자극을 주시면 아이가 배변할 겁니다.”
번쩍-
마치 심 봉사가 개안하는 듯한 새로운 세계였다, 아깽이 육묘란. 사료를 챙기고 응가나 치우는 게 결코 전부가 아닌, 마치 신생아를 하나 키우는 것과 같은 헬게이트의 시작.
나는 그날부터 수년 전에 끊었던 밤 수유를 다시 시작했다.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 아깽이의 응꼬를 티슈로 살살 문지르며 그저 잘 싸주기만 바랐다. 밤낮이 따로 없는 아깽이 곁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일쑤- 어느새 나만 보면 하악질을 하던 그 고양이는 내 무릎 위에 올라와 손등을 핥고 있었다. 나에게 고양이 둘째 딸이 생긴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 첫째 아들과 고양이 둘째 딸 키우기는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 둘째라고는 하지만 나는 무지렁이 초보 엄마일 뿐이었다. 덕분에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딸내미를 안고 동물 병원에 달려갔다.
1일 차>
“선생님, 우리 애기가 일어나질 않아요! 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모유를 못 먹고 자라서 선천적으로 약해서일까… 하… MRI 같은 거 찍어봐야 할까요?”
“…음, 이제 일어나네요. 푹 잔 모양입니다.”
2일 차>
“선생님, 우리 애기 호흡이 거칠어요! 폐에 문제가 있어요! 폐렴 아닐까요? 이렇게 어린데 폐렴이면 어떻게 되나요? 살 수는 있는 거죠?”
“(숨소리 들으신 후) 아이가 기분이 좋네요. 골골송입니다.”
3일 차>
“선생님, 우리 애기가 응가만 싸면 비명을 질러요! 대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통증이 있나 봐요! 범백이라든가, 뭐 그런 전염병은 아니겠죠?”
“(청진 후) 장은 깨끗하네요. 쾌변 후 시원했나 봐요.”
… 그렇게 아깽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아픈 곳 하나 없이 튼튼하게. 다소 지나친 엄마의 사랑을 무한정 먹으며.
참, 전에도 말했다시피 내 둘째 딸의 이름은 ‘리브’이다. 그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주기만을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았달까. 그렇게 내게 와준 그녀는 2024년 봄, 도도하기 그지없는 만 4세 공주냥이 되었다.
리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