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주 Savannah, 여기는 어디?
2016년 9월
사업 시작과 유지는 어려웠지만, 정리는 아주 간단했다. 폐업신고를 했고 남은 옷들을 성당에서 신자분들께 바자회로 판매를 하고 판매금 모두를 기부하고 끝이 났다. 신혼집에 있던 가구들은 모두 미국에 살다 한국에 들어오신 한 부부에게 모두 묶음으로 판매를 했다. 그렇게 5년간 살았던 신혼집 정리, 7년간 운영했던 의류 사업 정리가 두 달이 채 안되어 끝이 났다. 순식간이었다.
남은 귀중품 및 짐들은 양가 부모님 댁에 나누어 옮겨 두고 비행기를 탔다. 설렘 가득한 여행길이라기보다는 두려움과 책임감이 무겁게 깔려있는 긴 여행길로 들어선 기분이었다. 그렇게 미국 조지아주 Savannah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소형 렌터카를 빌려 한국에서 계약하고 온 미국 집으로 향했다. 진짜 시작이었다. 한 줄로 요약했지만 미국 집 계약 과정부터 한국과 아주 달랐다.
간단히 요약하면 한국에서 미국 부동산 매물 검색 어플로 Savannah 지역 매물 검색 시작, 원하는 집을 찾으면 담당 리얼터에게 이메일로 컨택한다. 쇼잉을 할 날짜와 시간을 잡고 현지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직접 집을 가서 확인한다. 지인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뒤 최종 마음에 든다면 리얼터에게 바로 연락하여 계약 컨펌을 받는다. 그러면 이제 아주아주 여러 번 계약서 사인을 하면 계약이 완료된다. 보증금(월세에 2배), 월세는 머니오더라고 하는 수표를 만들어 입주 첫날 리얼터에게 지불하고 키를 받는다. 이러한 다르고 정신없는 과정을 거쳐 한국에서 미국 집 계약을 마쳤다.
우리는 처음에 예상했던 유학비용이 정해져 있었다. 그동안 사업하며 모아 왔던 돈과 신혼집을 팔고 생긴 여윳돈이 전부였다.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벌이가 없어지는 것이기에 아껴야 했다. 첫 집은 한국인 하우스메이트 2명과 집을 셰어 하여 살기로 하고 방 하나를 렌트했다. 영어가 금방 늘려면 외국인 친구들과 살아야 하지만 우리는 부부이고 문화가 너무 다른 친구들과 처음부터 맞춰 살아갈 용기는 없었다. 나이 탓도 있었다. 너무 어린 친구들과 같이 놀 에너지와 여유가 우리는 없었다.
렌트한 집에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방 3개 중 아무 방 하나에 캐리어를 두고 집 근처 홈디팟으로 향했다. 깔고 잘 것이 필요했다. 단단한 건축용 스티로폼을 하나 사서 칼집을 내 3개로 분할하고는 조그만 렌터카에 구겨 넣어 실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 스티로폼을 우리 원하는 사이즈로 연결해 붙여 나무 바닥에 깔고 첫날 잠을 청했다. 긴장과 피곤이 가득이었기에 바닥이 돌이어도 잘 수 있을 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Savannah에서의 첫 날밤이 지나갔다.
7년 간의 사업을 쿨하게 순식간에 정리했지만 우리 마음은 쿨하지 않았다. 꿈만 보고 이 길에 들어섰지만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었기에 마음의 여유는 사치라 여겼던 것 같다. 늦게라도 시작한 것에 대한 다행스러움이 가득이었지만 조금만 더 어렸다면 여유롭게 더 다양하고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은 있었다.
이런 우리에게 아이러니하게도 조그만 방하나는 오히려 마음의 안도감을 줬다. 이후에도 매트리스, 접이식 책상, 조립식 옷장 2개가 Savannah 방 안에 있는 전부였다. 언제든 이사 갈 수 있는 상태가 마음이 편했다. 그때 그 시절, 그 방에서 찍은 우리 사진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설레고 흥미진진한 인생인가, 내일 당장 새로운 일이 마구마구 벌어지는 곳에 있으니 당연히 행복했다.
illustration by Aide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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