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재미있는 일
인생 두 번째 챕터를 채울
2016년 10월 27일
새로운 일들이 매일매일 벌어지고, 2달여의 Savannah 적응 후에 찾아온 자아 성찰 시간. 남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노력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지금 여기 Savannah에 있으니 계속 앞만 보고 달려가는 방법만이 남았다. 그 와중에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 있다. 이맘때쯤 이런 생각이 들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진짜 왔다 그 시기가. 고민의 시간. 앞으로 나는 남편을 서포트해 주며 나를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만 남은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즐겁게 살 수 있을까.
너무 서두르지 않고 생활하며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이를 갖는 게 날 행복하게 할까? 어느 정도는. 그럼 무엇이 날 즐겁게 하지? 영어, 색감을 보는 것, 느끼는 것, 입히는 것. 추상적으로만 생각해 왔다. 즐겁고 좋아하지만 난 기술이 부족했다. 반면 그 기술을 터득하고 싶은 마음 또한 적었다. 단지 동경 할 뿐. 어제 남편이 그려 놓은 그림에 색을 입히고 한동안 그림을 그렸다 오랜만에. 재미있어서 심에게 그림을 찍어 보냈고 심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난 즐거웠다.
다음 날, 남편이 한창 미드 듣기에 빠져 있던 나에게 주소를 하나 링크해서 보냈다. 심과 나 모두 엄청 잘한다고 생각하던 아티스트 영상을 찾아서 보내줬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빛에 따른 색감을 찾고 입히고 시각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왜 그 순간 눈물이 나지? 나의 역할을 인정해 주고 고마워하는 착한 마음에 대한 고마움과 이런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있음에 감사함과 모든 것이 순간 울컥했던 것 같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나 빛 연출이나 그 이외의 것도 엄청 중요한 거 같아 심이 잘하는 색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거니까 그 중요도가 더 큰 거지. 잘할 수 있어. 구름이나 배경에 분위기를 주는 요소들은 멋있게 그릴 수 없잖아, 얼마나 어울리게 색을 조절하고 연출해서 어울리게 만들고 그게 느껴지게 보이게 하느냐 인 거니까. 그게 더 중요한 거 일 수 있어. 연기자 한 명보다는 주변을 만드는 사람이 더 대단한 거야. 심은 할 수 있어. 나는 주인공 만들 테니까 네가 내 배경을 만들어주면 돼 심 ^^
내가 멋진 주인공 만들려고 노력 중이니까 지켜봐. 멋진 영화 한 편 만들자 인생을~ 우리는 멋진 한 팀이 될 수 있어 심”
용기가 났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 어렴풋했던 일들이 조금 더 구체화된 듯한 느낌이었다. 한동안, 아니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시간 동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분명 언젠간 또 다른 모습으로 심과 함께 다시 멋진 팀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꿈이 샘솟아 마음이 우리우리한 날이다. 이 흥분을 원동력으로 우리 부부의 남은 인생을 멋지게 채우길! 사랑한다!! 심!!!
illustration by Aiden Lee
달콤 살벌 심부부 미국 유학 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