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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부부 Saai Jun 24. 2023

8. 정육점 Gary 할아버지

미국에서 느낀 따뜻함

2016년 10월

 나의 친구들, 나의 가족, 소중한 남편, 남편을 만남으로 해서 생긴 새로운 나의 가족들 이러한 감사한 인연은 다시 생각해도 가슴 벅차고 뿌듯하다. 소중한 인연들로 인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 꿈과 희망을 안고 시작한 우리의 유학 길에서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길 갈망하고 있었다. 이 길에 분명 고통과 좌절이 따를 테니까. 그런 때에 이곳에서 우리를 일으켜줄 붙잡아줄 감사한 인연이 있길 바랐다. 우리가 있는 지금 이곳 Savannah를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우리는 인복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믿으며 살아왔기에 화려하고 많지는 않아도 진정으로 눈물 흘릴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부자이기에 우리의 다가 올 인연을 믿었다. 하지만 기본 생필품, 생활환경을 만드는 데만 서너 달이 훌쩍 지나 버리고, 이제야 아 친구를 사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말도 어눌하고 들리는 것도 신통치 않은데 어쩌지? 고민은 했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일단 나가야 사람을 만나겠지? 구글 지도로 집 주변 상점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아낸 정육점. Smith Butcher shop. 평도 좋고 사진을 보니 가게가 깔끔했다. 무언가 기분 좋은 예감이 스멀스멀. 그렇게 맛있는 고기 한번 먹자 하며 심이랑 갔던 그곳에서 와인을 추천해 주는 백발의 할아버지 매니저 Gary를 만났다.

 

 와인을 설명해 주는 백발의 할아버지라니 너무 멋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와인에 흠뻑 빠져 있는 우리에게 Gary는 너무나도 좋은 친구가 되었다. 포도 품종을 설명해 주고 추천해 주고. 그 무엇보다 인상이 깊었던 것은 미국에 와서 느꼈던 예상했던, 뭔지 모를 무시함이 전혀 없었다. Gary는 우리의 영어가 어색한 것에 대해서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사실이 그렇다. 그들은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데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닌데,  영어가 어색한 것에 대한 뭔지 모를 미안함으로 가득 차 있던 우리에게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미국인에 대한 편견을 깨 주는 할아버지였다. 기분 좋은 만남을 하고 입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단지 인사만 나누고 간단한 대화만 했을 뿐인데, 사람을 이렇게 기분 좋게 할 수 있나? Gary는 그 정도로 느낌이 좋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이러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진 우리는 그 후 이틀이 지나고, Gary에게 받은 명함에 적힌 메일 주소로 이메일을 보냈다. ‘외국인이 아닌 마치 가족을 반겨 주듯 친절함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네가 시간이 된다면 종종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돼 줄 수 있겠냐. 다시 한번 당신의 친절함에 감사하다 ‘ 이렇게 솔직한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는 바로 답장을 받았다. ‘우리 이 일에 대해서 가게에서 만났을 때 더 얘기하자’ 이 내용을 본 순간, 아 거절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가게에서 만나면 더 얘기하자 했으니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그다음 날 와인 테이스팅 타임에 Gary를 찾아갔다. Gary는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처를 받고 와인을 한병 사서 집에 돌아왔다.

 

 그 후 Gary와 우리는 시간이 나는 주말마다 만나서 저녁을 같이 먹으며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육점에서 와인을 담당하시기에 와인 박람회나 테이스팅도 자주 다니시고 바이크를 즐겨 타시며 건강하게 생활하시는 할아버지였다. 그렇게 행복하고 귀한 인연을 만났다. Savannah에 살고 계셨던 Gary 여동생 분 집에 초대받아서 Thanksgiving 도 재밌게 보내고, 우리 집에 초대해서 미역국도 대접해 드렸다.

 

  아쉽게도 시간이 흐르고, 연세가 많은 Gary 할아버지의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후 Gary 할아버지와 연락이 어려워졌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몇 달 후에도 몇 번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우리는 졸업 후 플로리다로 이사해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타국에서 외롭고 힘들 때 느낀 Gary의 친절함과 따뜻함은 큰 힘이 되었다.


너무 행복했어요. 감사해요 Gary! 지금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멋지게 지내고 계시길 바라요.

심 부부 기억의 한 조각을 따뜻하게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illustration by Aiden Lee

달콤 살벌 심부부 미국 유학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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