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다
2016년 11월 2일
무지 넓은 이 미국 땅에서 차 없이 살아가려면, uber 나 lyft 같은 드라이빙 공유앱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버스를 타는 게 가장 저렴하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예정된 시간에서 15분~20분을 벗어나도 기다려야 한다. 물론 한국처럼 버스정류장이 뚜렷이 있는 곳은 별로 없다. 물론 미국 지역마다 다르지만 Savannah의 정류장은 아주 시크하게 버스 번호만 써진 표지판만 떡하니 한 개 꽂혀 있다. 그게 정류장이다.
심이랑 매트리스 틀 밑에 깔 스티로폼을 사러 자신만만하게 버스를 타고 Home depot으로 갔다가 벽채만 한 건축용 스티로폼을 4등분으로 쪼개 등에이고 온 이후로는 버스를 거의 타지 않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아주 활발이 이용한 lyft 앱은 아주 흥미롭다. 차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이 차가 없는 사람들을 픽업하러 오는 시스템. 사실 기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지만, 앱에 기사, 차 번호 정보 모두 기입되어 있으니 문제없으리라 믿고 자주 이용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지아주 면허 신청 한 걸 찾으러 Department of Driver License로 가야 해서 리프트 앱을 이용했다. 차 주인은 착한 아프리카계 흑인 미국인 April이었다. 흑인들 특유의 스웨그 넘치는 발음과 억양으로 대화가 힘들었었는데 April 은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며 대화를 해줬다.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묻더니, 한국인이라 대답 한 순간, 벽이 허물어지며 자기 친한 미국 친구가 한국에서 교수를 한다고 한다. 그녀가 항상 놀러 오라고 얘기했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먼 타지에서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한국이란 나라를 알다니, 물론 예전보다는 그 당시 정치가 뒤숭숭한 탓에 미국 뉴스에도 부끄럽게 보도되는 나라였어서 예전보다는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을 아는 듯했다.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었다.
그렇게 한국인이기에 April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생기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남편과 나는 영어로 대화할 친구가 필요하고 April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했다. 그렇게 April과 소중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우리 부부는 주말마다 1-2시간씩 에이프릴을 만났고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나이가 적었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여 인연에 감사함과 경중을 느끼지 못했겠지만, 우린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를 하는 유학생이기에 에이프릴과의 인연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인연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연이 줄어들며 알게 된 중한 가치이다. 솔직히 나이가 들며 알아가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보다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겠다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인생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겠지. 곱던 곱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고 들리니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꿈꾸는 모습으로 늙어 갈 수 있게 우리만의 기준을 항상 생각해야겠다. 이게 말은 쉽지, 참 어렵다.
illustration by Aiden Lee
달콤 살벌 심부부 미국 유학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