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고집 아내, 황소고집 남편 심부부
2022년 어느 날
지지리 궁상. 내가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사진과 이야기 들에는 특징이 있다. 아름다워 보이게 사진 1장을 보정한 뒤 나의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생각이 담긴 글을 주저리주저리 붙여 넣고 포스팅한다. '내 피드 좀 봐주세요, 내 포스팅의 요점은 이거 에요'라고 외치는 그 흔한 해쉬 태그도 하지 않는다.
얼마나 고집스러운지 난 포스팅을 올릴 때마다 나 자신에 놀란다. 이렇게 똥고집이었던가 내가. 무섭게도 이건 아직도 변할 수 없는 나의 부분이다.
이렇듯 나도 모르게 내 스타일이 강해지며 이유나 설명이 불가한 지지리 궁상 지점들이 생겼다. 물론 나의 모든 선택에 있어 나만의 소소한 이유는 있었다. 하지만 남들을 납득시킬 수는 없는 지극히 사적인 이유이다. 이런 똥고집을 가진 내가 또 다른 착한 황소고집을 가진 짝꿍과 만나 함께 심 부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심 부부 궁상 포인트 중 가장 큰 것은 결혼 한 2012년부터 각 집에 흔한 TV가 없었다는 것이다. 들쭉 날쭉한 일상 패턴을 가지고 있는 사업 특성상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시간에 볼 수 없기에 TV는 자리만 차지하는 뚱뚱한 기계라 생각했다. 물론 내가 원하는 영상을 원하는 시간에 자유자재로 볼 수 있는 방법이 널려 있는 사회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미국 유학을 온 2016년부터는 소파도 없다. 현재 2022년까지. 미국에서 학생으로 지내면서 언제 어떻게 주를 이동해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고 언제 한국에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기에 버릴 짐, 무거운 짐을 만들기 싫었다. 덕분에 좋게 말하면 미니멀 라이프, 나쁘게 말하면 궁상맞게 지낸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궁상보다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키며 지내왔던 것 같다. 필요한 건 다 있었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그러니 궁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님이 보신다면 갖추어야 할 것을 없게 사는 듯 해보이는 부분인 것들이 많았을 것 같다.
사람들은 각자의 고집스러운 자기만의 포인트들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며 나이가 들어가며 생활환경이 바뀌며 변하기도 하고, 더 굳건해지기도 한다.
너무 강해져서 툭 부러지는 딱딱한 고집은 원하지 않는다. 소신이 있고 매력적이고 유들유들하기도 한 세련된 우리만의 고집을 가지고 심부부 인생길을 만들어 나가길 항상 바라며 살고 있다.
illustration by Aiden Lee
달콤 살벌 심부부 미국 유학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