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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부부 Saai Jun 26. 2023

11. 불쌍한 도둑

덕분에 선팅 없는 맑은 유리를 가졌다

2017년 어느 날


 우리가 살았던 Savannah는 조지아주에 있는 조그만 도시이다. 다운타운이 도보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조그맣고 아기자기하고 히스토릭 타운도 많은 관광의 도시. 또한 SCAD의 타운이다.


 Savannah에는 SCAD 전공 건물들이 동서남북으로 퍼져있다. 즉, 학생들이 대부분 Savannah 다운타운에 몰려 살고 있다. 우리 집은 다운타운에서 살짝 남쪽으로 차로 10분가량거리였으며, 집 주변에 공원, 마트등 도보로 5분이면 갈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었다.


 단, 앞으로는 기찻길이 있어 이른 새벽엔 기차가 지나가고 집이 살짝 흔들리며, 아주 살짝 동떨어진 이상한 위치인데, 이런 우리 집 옆에 브라질 아줌마가 사는 집 한 채가 더 있었다. 그리고 두 집 사이에 주차장으로 쓰는 공터하나가 있었다.


 유학 1년은 차가 없었지만, 이사를 하면서 차를 사게 되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가기 2-3달 전. 아침 7시에 심은 학교를 가려고 집을 나섰다. 강의 건물도 집에서 가깝고 주차장은 자리가 얼마 없고 해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수업을 다니던 때였다. 심이 수업을 가려고 문을 나선 순간, 헉.... 집 옆 공터에 고스란히 주차되어 있던 구매 한 지 얼마 안 된 우리 중고차 조수석 유리가 깨져있었다.


 하... 그리고는 주차비 하려고 차에 두었던 1$을 가져갔다.... 도둑놈 너도 참 안 됐다 1$ 밖에 없는 차인데..... 그러고 보니 옆집 브라질 아줌마 차도 깨져있었다. 또 문득 지난주 옆집 미국인 조나단 차도 깨져서 경찰이 왔다 갔다는 것이 생각났다. 같은 놈이었나 보다.


 남편은 일단 교수님께 사정을 얘기하고 수업에 늦는다고 연락한 뒤,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경찰이 바로 오고 도착하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하는 말... 오늘 아침에 여기 똑같이 왔었단다. 옆집 브라질 아줌마 차도 깨져서 신고를 받고 온 것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더 수업을 늦을 수 없어서 바로 수업을 갔다.

 

 남편이 간 뒤 경찰은 질문 몇 가지를 하고는 차 실내에 가루를 묻히고는 브러시로 쓱쓱 하며 지문을 찾겠단다. 35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거의 40분가량을 둘러보고 조사하더니 경찰이 하는 말


"아무래도 증거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사고 신고는 들어갔으니 더 정보가 나오면 알려 드리겠다"


그래 기대는 안 했기에 실망도 없었다.


 경찰이 리포트 페이퍼를 한 장 주면서 확인 전화가 올 거라고 했다. 그렇게 경찰이 가고 청소기로 유리 파편과 차 실내 청소를 했다. 너무 더웠다.. 정말 땀 죽죽.... 너무... 더웠다. 이래서 차고를 가지고 있는 집들을 선호하나 보다. 그러다 빗자루를 빌리러 브라질 아줌마네 갔더니, 아줌마 하우스메이트인 친구분이 빗자루를 빌려주시며 도와주셔서 그나마 시간이 줄었다. 너무 고마웠다.


 청소를 다 하고는 뚫린 차 유리를 비닐로 임시로 막아 두었다. 테이프 칭칭... 하다 보니 문득문득 떠올랐다. 오며 가며 많이 봤던 테이프 칭칭 감은 차들이.... 이래서 그러고 다녔구나 싶었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 미국이구나...


 그렇게 일단락이 되고 심이 하교하고 돌아와 테이프질된 차를 몰고 근처 유리 Glass repair 상점으로 갔다. 먼저 보험 회사에 전화해서 물었더니 내 보험이 200$ 기본 디덕션 (내가 내야 할 기본금)이라서 아마 유리 한 개 가는 것은 200$ 이하라 보험 적용 안될 거라 한다. 그래서 근처 Glass repair샾으로.


샵에 가니 보험회사에서 얘기한 대로 200$ 이하였다. 180$ 정도. 이 사건 이후로 glass에 관한 디덕션은 무조건 0$로 보험을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독 조심해야 하는 지역들이 있는 것 같으니, 지역에 따라 보험 내역을 바꿔야 할 듯하다. 유리 퀄리티도 안 좋고 선팅도 주법 때문에 못한다 하고 정말 180$ 아까웠지만 비싼 수업 했다 치자...


 이렇게 우리 차 내 좌석 쪽 유리는 선팅도 없는 맑은 유리라 다른 쪽보다 더 무지 덥다 지금도. 나중에 차를 팔생각하면 주법을 어기더라도 선팅할걸 그랬다. 별일 다 겪는 미국 생활이다. 아, 그리고 이사하고 차 보험 회사에 새 주소 업데이트 했더니 보험료를 깎아줬다. 안전한 곳으로 이사했다면서.... 와우. 



달콤 살벌 심부부 미국 유학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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