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부부 Saai Jun 28. 2023

12. 중고차 구매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수동 잠금 우리 차

  

  2016.9월에 미국에 왔고 정확히 1년 동안은 차 없이 savannah 생활을 했다. 당연히 이 넓은 미국땅에서 차 없이 어찌 살아갈까 싶지만 Savannah는 SCAD 스쿨버스와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무료 dot 버스, 1.5$ 정도인 시내버스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다.

 

  Savannah에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차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여름이 오고 어마어마한 태양이 내리쬐는 날들이 계속되자 남편과 나는 도서관을 갔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아 이러다 진짜 죽을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했고, 차구입을 결정했다.


  처음 계약한 집이 다행히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마트도 걸어가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1년은 편하게 생활했다. 단 생활할 수 있는 활동 반경이 제한되어 있었다. 차가 있으면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했다. 돈으로 경험을 산다는 느낌으로 중고차 검색 시작!! 이때는 몰랐지, 차에 노예가 될 줄은.


  Savannah 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 지역들도 그럴 듯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장을 이용했다. 특히 학생들. 비싼 가구를 살 필요도 없고 공부하는 동안만 필요하기에 특히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했다. 페이스북에 학생들의 중고 물건 커뮤니티가 잘 되어있어서 좋은 중고차들도 운 좋으면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특히 중국 학생들 커뮤니티에서 거의 새것 같은 물건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다 있다고 보면 될 거 같다. 듣기로는 중국친구들 그룹채팅방에는 기본 300명은 있다더라. 못 사는 게 없겠다 싶다.

 

  우선적으로 중국 학생들 커뮤니티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졸업하는 중국 여학생이 올린 기아차 포르테를 발견했다. 어쩌다 보니 굳이 미국에서 기아차랑 인연이 닿았다. 메시지를 보내서 테스트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바로 다음 날 테스트 드라이브를 해보았다.


 2013년 차로 좀 오래되었지만 저렴한 가격대의 중고차들의 연식은 그 정도로 비슷한 듯했다. 관리도 잘 되어있었고 워런티도 남아 있었으며, 차 내부 상태도 깨끗하여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단, 가격 협상을 좀 하고 싶어서 현재 그 차종의 중고차 거래 시세를 알 수 있는 KBB 사이트와 Carmax에서 구입하려는 차종의 중고차 소매가격을 찾아보았고, 그 중국 친구에게 좀 낮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그 친구는 더 가격을 협상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제 우리 부부의 결정 시간. 심사숙고 끝에 기본적인 차 정비를 다 받아 줄 것을 요구한 뒤, 정비 후 받은 서류를 보고 최종 결정 하겠다고 했다. 그 친구는 2-3일 후 정비 예약을 잡았고 우리에게 결과 서류를 보여줬다. 아쉽게도 깎을 여지없이 아무 문제도 없었고 오일, 휠 체인지가 최근에 모두 이루어진 상태라 우리도 최종 구입을 결정했다.

 

  구입하기로 하고 그 친구와 구매 날짜를 정했고 그다음 날 우리는 인터넷으로 보험을 들기 위해 각 보험사 사이트에서 견적을 받기 시작했다. 그중 저렴하면서도 신용도 높은 보험 회사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고 구입할 차종과 운전자 정보들을 기록 한 뒤, 금액 지불을 끝내고 이메일로 발송된 보험증서를 프린트해 두었다.


  쉽게 그냥 되는 게 없었다. 모든 과정이 생소해서 계약과정 내내 초긴장 상태였다. 이게 맞나? 돈 떼이면 어뜩하지?


  드디어 차량을 넘겨받는 날, 그 중국 친구와 함께 Driver Department Service (DDS)로 가서 차량 title을 넘겨받았다. 정말 간단히 10분 정도 걸렸고 서류 작업 후 남편 생일 날짜 스티커가 붙은 Georgia주 새 번호판을 받았다. 생일 날짜 스티커는 다음 해 내 생일달이 돌아오면 다시 새 스티커를 받아 번호판에 붙여야 한다. 이 스티커도 비싸다. 역시 모든 서비스에 돈을 책정해 놓은 미국이다.


  타이틀 변경, 금액 지불이 끝나고 드디어 우리 차가 되었다. 이때까지도 우리 차 문 잠금과 창문을 여는 시스템이 수동이라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더워서 문 열일 별로 없을 거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직도 손수 손잡이 뱅뱅 돌려가며 차 창문을 내린다. 그래서 차 창을 잘 안 내리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이면서 덕분에 팔운동을 하고 있다는 기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 또 있다. 언급했듯이 문 잠금도 수동이다. ‘삑’ 하며 잠기지도 열리지도 않는다. 문 열고 손수 문 잠그고 다시 문 닫고. 탈 때는 남편이 타고 내 문 잠금을 손수 풀어주는 시스템. 덕분에 매번 남편이 매너 있게 문을 열어 주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낀다. 그래 좀 불편해도 매력 있잖아 하며 다스려본다 오늘도.



달콤 살벌 심부부 미국 유학 생활


매거진의 이전글 11. 불쌍한 도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