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2021년 4월
코로나가 한 창인 때 우리는 플로리다에 있는 올랜도에 살고 있었다.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시작이 되었다는 뉴스로 인해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을 향한 눈총이 따갑게 느껴지던 때였다. 코로나 초기에는 미국인들도 진짜 마스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던 것인지 우리만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그렇게 눈치를 보며 마스크를 쓴 지 1년이 지난 2021년 봄 즈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물론 미국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가 살고 있던 동네에서는 아시아인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아시안들이 많이 사는 것은 그 지역 한인 마트 개수나 위치를 보면 대충 짐작이 가능한데 올랜도에는 롯데마트 1개 작은 한인마트 1개가 전부였다. Orlando는 아시안보다는 백인들이 더 많이 사는 지역이었다.
미국 마트 중에 아기자기하고 유기농 마트로 유명한 트레이더조라는 마트가 있는데, 그 큰 올랜도에 매장이 딱 2개 있었다. 우리 집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곳에 1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1개의 매장. 이 말은 즉 가까운 그 트레이더조 매장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 트레이더조 매장을 들어가려면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직원들이 계산하고 나오는 손님들의 동태를 살펴 새로운 고객들을 들여보냈다. 원래 자유롭게 줄을 섰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6피트 간격으로 테이핑이 바닥에 되어 있어서 그 선에 맞춰 한 칸씩 줄을 섰다.
그런데 우리 바로 뒤에 연세가 있어 보이시는 백인 아줌마 두 분이 줄이 앞으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뒤 칸으로 절대 가까이 안 오시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 결국 우리가 가장 줄 앞에 위치했고 슬쩍 뒤를 돌아보니 한 4칸 뒤에 7미터 정도가 사람 없이 텅텅 빈 상태.
직원이 움직이지 않고 우리와 7미터 떨어져 있는 아줌마들에게 손짓하며 앞으로 오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덕분에 아줌마들 뒤로 줄이 미친 듯이 길어져 기다리는 공간 밖으로 길게 줄이 늘어졌다.
“아니 우리가 바이러스야? 나이 진짜 저렇게 먹으면 안 돼. 정말 너무 어이없다”
마스크를 우리만 쓴 것도 아니고 모두가 쓰고 있는 이 시국에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차이만 있는 상황이기에 아주 기분 나쁜 분명한 인종 차별을 느꼈다. 그렇게 우리는 씩씩 거리며 장을 보기 시작했다.
타국땅에 살면서 인종차별을 느낀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정말 이렇게 몰상식한 사람들을 본 건 처음이었다. 그 트레이더조 매장이 위치한 곳은 백인들이 많이 사는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항상 손님 중 백인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매장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이런 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 할머니들의 손주 손녀는 다르기를 바라며 소심하게 둘이 씩씩거리며 속으로는 욕을 한 바가지를 해대며 그림일기로 남겼다. 사람이 사람을 차별한다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행위인가. 우리는 이 날 절대 저렇게 늙지 말자 약속했다.
행여나 나도 모르게 무의식 속에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눈곱만큼이라도 자리잡지 않도록 겪은 만큼 생각하며 나이 들기.
달콤 살벌 심부부 유학생활
illustration by Aide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