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Savannah에서 플로리다 Orlando까지
심은 졸업 전에 천운으로 미국 취업에 성공했다. 천운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자는 잡지 못하는 것이기에 90% 심의 능력과 10% 운이 만나 생긴 인생 이벤트. 학교는 조지아주 Savannah에 있었고 취업한 회사는 Florida 주 올랜도 근처 Mount Dora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즉 주를 이동하는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 다행히 차로 5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땅덩이 큰 미국에서는 10시간 이상 운전하여 주 이동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에 그에 비하면 황송한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얕잡아 보면 안 됐었는데 우리가 3년 사이에 40살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됐는데… 용감하게 중소형 우리 차에 짐을 싣고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Mount Dora에 가서 회사와 아파트를 둘러보았다. 따갑게 내리쬐는 플로리다 해를 고스란히 받으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워낙 조그만 동네라 선택할 수 있는 아파트가 3-4개 정도뿐이었다. 그중에 가장 깨끗해 보이는 아파트로 결정하고 계약을 하고 다시 Savannah로 돌아왔다. 일이 이렇게 수월하게 진행되다니. 가뿐한 마음으로 짐정리를 마치고 이제 무사히 OPT 비자 승인서와 EAD 라 불리는 노동카드가 배달되기만을 기다렸다.
하루 이틀, 그렇게 한 달이 훌쩍 지났고 결국 Savannah 아파트 계약 만료, 즉 이사 나가야 하는 날짜가 다가왔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아직 노동카드는 도착하지 않았다.
이사 당일, 우리는 짐 한 가득을 우리 차에 전문가급 테트리스 스킬로 실었다. 우리는 사업 때 백화점 팝업 행사를 갈 때도 우리 차에 옷을 싣고 직접 옮겼었기에 전문가급 스킬을 자연스레 장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차에 짐을 다 실기엔 우리 살림살이가 늘어나 있었고 결국 차에 실지도 못하고 버릴 수도 없는 짐들이 생겨났다. 이 짐들의 소유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우리 결정은 버릴 수 없다는 것. 버리면 당장 그 살림들을 샀던 돈보다 더 큰돈이 나갈 것이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승인서, 노동카드를 가지러 Savannah에 다시 와야 하기에 남은 짐들은 친구집에 잠시 맡겨 두고 이사로 진이 빠진 우리 체력을 위해 Savannah에 있는 호텔에 하루 묵고 다음 날 아침에 올랜도로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내심 노동카드가 우리 출발 전에 도착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그래서 우리가 단지 그 카드를 가지러 다시 왕복 10시간을 운전하는 일이 없기를 아주 간절히 간절히 바라며 잠을 청했다.
다음 날이 밝았고 피곤에 몸이 천근만근인 채로 간신히 가자미 눈을 하고는 기계처럼 우체국 트레킹 배송조회를 했다. 사실 기대보다는 매일 아침 했던 의식이었는데 이게 웬걸, 심 노동 카드가 Savannah 우체국에 도착해 있었고 내일 배송 완료될 예정이라고 떠 있었다. 내일까지는 기다릴 수 없고 우리는 오늘 당장 호텔에서 체크아웃해야 하고 선택지는 바로 우체국으로 가서 우편을 인터셉트하는 것이었다.
들뜬 마음에 우체국으로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드디어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편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올랜도로 출발하는 차 안에서 우편을 뜯었는데…
하... 카드가 없었다. 달랑 승인서 한 장만이 들어있었다.
‘너 승인됐어. 축하해.’
“뭐야.. 카드 없는 거야… 결국 또 와야 되는 거야?”
“그런데 카드가 원래 집주소로 배달될 텐데 우리는 이사 나왔는데 설마 다른 사람이 바로 그 집에 들어왔으면 우리가 우편함키를 열어 볼 수 없는 상황인데? "
다시 이사 나온 집으로 차를 돌렸다. 설마 설마 했는데 우리 옆옆집에 살던 사람들이 우리가 살던 집으로 짐을 옮기고 있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안녕하세요. 저희 여기 살다가 어제 이사 나간 사람들인데요, 저희 중요한 우편물 한 개가 일주일 뒤쯤에 이 주소로 배달이 되어서요, 혹시 그때까지만 우편함 키 바꾸지 않아 주시고 이 키 사용해 주시면 안 될까요? 우편배달이 되자마자 저희가 바로 찾으러 오겠습니다.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하며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흔쾌히 괜찮다고 그러라고 해주셨고 그분 연락처를 받고 우리 우편함 키 한 개를 드리고 나왔다.
다시 올 운명이었나 보다 하며 체념한 채로 올랜도로 향했다.
단순할 리 없는 우리 일정, 들어갈 아파트에 입주 날짜가 우리랑 5일가량 차이가 났기에 5일을 올랜도 호텔에 묵어야 했다. 사실 savannah 아파트에 5일 더 있다가 나올 수 있었지만 미리 올랜도에 머물며 그 지역을 여유 있게 돌아보고 싶어 결정한 일정이었다.
우리는 짐을 이사 날까지 아파트 근처 스토리지에 맡겨 두기로 하고 호텔에 도착했다. 플로리다에서의 첫 주를 에어컨 빵빵한 호텔에서 보냈기에 무서운 올랜도 날씨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황홀한 5일이었다. 일단 걱정은 5일 뒤에 하기로 하고 멍 때리는 5일 시작.
이땐 폭풍 전야였던 걸 몰랐지... 더 높은 산이 있을 줄 몰랐지... 후후~
너무 길어 후반전은 다음 편에...
달콤 살벌 심부부 유학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