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기로 정한 것
나는 모든 일이 전적으로 내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사다난한 변수에 영향을 받지만 그 와중에도 난 선택을 한다. 즉, 내 선택으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고, 결과가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남편을 내조하는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오롯이 나의 선택이었다. 누가 등 떠민 것이 아닌 내가 정한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선택에 자신의 생각이 담긴 질문을 종종 던진다.
“대단해. 너의 희생이 있어서 남편도 공부할 수 있는 거지. 근데 심심하지 않아? 뭐라도 취미로 하고 배우고 하면 좋지 않아?”
희생이라니…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단한 게 아니고 그냥 남들이 취업을 하기로 결정했듯이 난 전업 주부로서 남편 공부하는 동안 내조 하기로 결정을 한 건데 뭐가 그렇게 달라 보이고 대단해 보이고, 희생을 하는 것 같아 보이는 걸까?
만약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데 그걸 못하고 내 시간을 ‘희생’해서 남편 내조를 한 것이면 나 대단한 거 맞다. 요즘 세상에 그렇게까지 나를 희생하며 남편을 내조하다니 그건 대단한 거 맞다. 그런 상황이면 ‘희생’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근데 난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내조였다. 적어도 남편이 유학 후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우리 둘 타지에서 심신이 아프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내조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내가 아는 나란 사람은 한 번에 한 가지일 밖에 못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선택한 이 한 가지 일을 잘 해내고 있으므로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 나다운 내 선택이었다.
나의 고지식한 변치 않는 성향 중 하나가 이것이다. 모든 것이 내가 선택해서 일어난 일이기에 누구 탓을 할 수가 없다. 상황 탓도 못한다. 다 내 탓이다. 그러니 내가 책임지고 받아들여야 한다. 결과가 쓰면 역시나 너무나 아프지만, 결과가 달면 우주 최강 나 스스로 자존감 뿜뿜 하며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그런데 그 선택이란 걸 하기까지가 경우에 따라 오만세월이 걸리기도 한다. 생각이 가지를 마구마구 쳐서 도대체 원래 어떤 걸 고민했는지 조차 헷갈리는 날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렇게 계속 고민하고 파고 묻고 건드리다 보면, 그 과정을 돌고 또 돌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생각이 하나로 단순해지는 순간을 느낀다.
그럼 그걸 한다.
왜냐하면 매번 하던 생각이 단순하게 정리되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고 귀한일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귀한 생각에 기반해서 나온 나의 모든 행동들은 진심이기에 결과가 내편이던 남의 편이던 난 이 길의 많은 쓰고 단맛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라고 여긴다.
내가 키우고 싶은 나무를 열심히 키웠는데 그 나무가 죽었다고 나무 탓을 할 수 없지 않은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방식으로 열심히 나무를 키워보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오늘도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감정의 파도와 자아 성찰을 양분 삼아 나라는 사람을 키워보려 많은 선택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나의 사고방식과 다른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들은 내가 특이해 보일 수 있겠다 싶다. 또다시 위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내가 이 길을 선택했어”라고 여유롭게 웃으며 짧게 말해줘야겠다.
퐁퐁퐁 샘솟는 일상 생각 꾸러미 by Sa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