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짧은 이야기
한약은 무게가 제법 나갑니다. 보통 한 제에 6~7kg 정도 하니까요. 게다가 보약을 지으시는 분들은 기력이 쇠한 어르신이나, 몸이 무거운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환자분이 들고 가시겠다고 해도, 저는 웬만하면 택배 발송을 권해드립니다.
"무거워서 안 돼요. 댁에서 편하게 받으세요."
어느 날 오후, 진료 중에 CJ대한통운 기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운송장 번호 XXXX번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통화 괜찮으세요?"
자초지종은 이랬습니다.
그 운송장번호에 적어놓은 전화번호는 다른 사람 것이었습니다. 구매자가 잘못 입력한 번호였죠. 그런데 저희 한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모조리 그 번호를 적어논 것 같았습니다. 참다못한 전화번호의 주인은 CJ대한통운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고요.
덕분에 그 전화번호의 진짜 주인은 화가 단단히 나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원장님, 그 전화번호를 쓰시는 분을 혹시라도 알고 계시면, 그 전화번호 대신에 본인 전화번호를 쓰라고 말씀해주셨으면 하시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부탁드립니다. ^^”
“아이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네 알겠습니다. 꼭 잊지 않고 그렇게 할게요.”
저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이런 경험이 있어서 핸드폰을 바꾼적이 있거든요. 저는 잘 해결해드려야겠다는 일념에 불타올랐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 문제의 운송장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송장에 적힌 문제의 전화 번호를 찾은 다음에 그분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환자분께 "번호가 잘못됐으니 고치셔야 한다"고 알려드릴 참이었죠.
뚜르르... 뚜르르... 신호가 가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여기 XX한의원입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짜증 섞인, 아니 거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니라고요! 나 아니라고!! 아 왜 자꾸 전화질이야 진짜!!"
뚝.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멍하니 끊긴 수화기를 들고 생각했습니다. '뭐지? 환자분이 왜 이렇게 화를 내시지? 내가 뭘 잘못했나?'
저는 멈춰서 운송장을 다시 봤습니다.
번호도, 이름도, 주소도… 한 글자씩 확인했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전화를 걸었나 싶어서요. 정확히 눌렀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화 한 번 더 받으셨을 기사님과 이제는 번호를 바꾸셨을 그분에게... 죄송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