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짧은 글 한 편을 쓸 때는 글의 구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간략하게 개요를 짜고 쓰거나 생각의 흐름에 따라 쓰고 나서 여러 번 수정하면 된다. 그러나 책을 쓸 때는 다르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써서는 완성할 수 없다. 한편의 글쓰기에서 소재와 문체가 중요하다면 책 쓰기에서는 전체적인 콘텐츠를 구성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콘텐츠 구성 능력은 목차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책을 하나의 건물로 본다면 목차는 건물의 설계도이자 구조물이다. 설계도가 정확하지 않으면 건물을 지을 때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구조물이 튼튼하지 않은 건물은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책을 쓸 때도 목차가 탄탄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칼럼이나 기고문 같은 짧은 글을 아주 잘 쓰는 선배가 있다. 글을 맛깔나게 잘 쓴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문체가 좋고 글의 흐름도 좋다. 그는 책을 쓰고 싶어 하지만 콘텐츠를 구성하는 능력이 부족해 아직까지 책을 내지 못했다. 책을 쓸 때는 문장력보다 콘셉트와 목차를 어떻게 기획하고 구성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1년에 책을 한두 권씩 내는 전업 작가들에게도 까다로운 작업이 바로 목차를 짜는 일이다. 깊이 고민하고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차의 중요성을 ‘선정문목(先定門目)’이란 말로 표현했다. 본격적인 집필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목차를 먼저 정하라는 말이다. 이 과정을 급하게 처리하면 부실시공이 된다. 편집자들도 목차가 탄탄하고 짜임새 있으면 명쾌하고 호소력 있는 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목차는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요충지다. 그래서 대부분의 책은 목차만 보고도 책의 수준과 내용을 가늠할 수 있다.
목차를 구성하려면 먼저 책의 콘셉트가 명확해야 한다. 목차는 콘셉트와 긴밀하게 연관되며, 좋은 책은 차별화된 콘셉트의 뿌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목차와 콘셉트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책의 콘셉트가 정해지면 개략적인 스토리를 짠다.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책은 특히 이 단계가 중요하다. 에세이는 에피소드를 발굴하고 그 의미를 찾아서 구성하는 방식이 좋다. 책의 주제와 관련된 에피소드 또는 메시지를 30~40개 정도 적고 이것을 그룹화하여 5~6개의 장으로 구성해볼 수 있다.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는 콘셉트를 담은 핵심 메시지 또는 제목에 큰 덩어리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대한 대답을 적는 방식으로 스토리와 목차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스승과 제자’에 대한 책을 쓸 때 ‘왜 스승이 필요한가?’ ‘스승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좋은 스승의 조건은 무엇인가?’, ‘스승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가?’, ‘제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스승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등으로 흐름을 고려하여 큰 질문을 던지고 대략의 답들을 적어서 책의 얼개를 작성한다.
그런 다음 콘셉트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간략하게 목차의 개요를 기술한다. 그리고 목차 항목별로 자료를 수집하여 검토하고 분류한다. 분류된 자료를 참조하여 세부적인 목차를 만들고 항목별로 들어갈 키워드를 뽑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략적인 목차가 만들어지면 탄탄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다듬는다.
본격적으로 원고를 쓰기 전에 구성한 목차는 완전하지 않은 상태다. 원고를 쓰면서 목차의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내용을 추가하거나 삭제하기도 한다. 또 처음 목차의 장절(章節) 제목은 투박하고 거칠기 때문에 독자가 읽고 싶도록 매력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목차를 수정할 때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지침으로 삼는다.
• 첫째, 탄탄한가?
• 둘째, 일관성이 있는가?
• 셋째, 신선한가?
목차를 구성할 때, 필요한 경우 항목별로 개요나 핵심 메시지를 함께 기록하여 원고 내용의 방향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다. 또 목차에 집필 일정을 기록하여 진행 과정을 점검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완성한 목차는 출력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보고 고쳐야 한다. 자주 들여다볼수록 목차가 정교해지고 책 내용도 튼실해진다.
평소 다양한 책을 읽으며 그 책의 목차를 유심히 보고 재구성하는 연습을 해보자.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 목차를 만들 거야’라는 마음으로 목차를 고쳐보자. 이 작업을 거듭할수록 목차 구성력이 향상됨은 물론이고, 실제 자기 책의 목차를 짤 때 큰 도움이 된다.
글쓴이 : 홍승완 kmc2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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