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사람들은 책을 고를 때 책 맨 앞에 배치되어 있는 서문을 읽는다. 서문을 보면 대략적인 내용과 분위기, 콘셉트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서문은 책에서 말하려는 주제를 환기시켜준다. 책을 쓰게 된 동기와 내용의 전개 방향뿐 아니라 저자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래서 서문만 읽고도 우리는 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할 수 있다.
서문은 독자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거꾸로, 독자 입장에서는 책에 대한 첫인상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첫인상이 좋지 않은 사람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서문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독자는 그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서문은 공을 들여 인상적으로 써야 한다. 독자의 뇌리에 확고하게 각인될 수 있도록 강렬하게 써야 한다. 그러니 압축적인 문장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충동질하라.
서문을 쓸 때는 독자를 끌어당기듯이 써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한 편의 글을 쓸 때 첫 문장 쓰기가 어렵듯이 책의 서문도 막상 쓰려면 막막하기 그지없다. 오히려 첫 문장 쓰기보다 몇 배나 부담되기도 한다.
서문 쓰기는 새내기 저자가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아직 글쓰기 훈련이 부족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왜 책을 쓰는지 스스로 정리가 안 되고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좋은 서문은 책을 쓴 이유와 책의 핵심 메시지를 호소력 있게 보여주고, 책을 읽을 독자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말한다. 그렇지만 모든 글이 그러하듯이 한 번에 완전한 서문을 쓴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저자는 초고에서 탈고까지 적어도 세 번은 서문을 쓰고 고친다. 책의 중심 메시지가 담기는 부분이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제일 먼저, 책을 구상할 때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쓸 것인지 정리하려는 목적으로 서문을 작성한다. 청중을 한곳에 모아 강의할 때 말문을 어떻게 열 것인지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초고 집필 과정에서 글이 막힐 때 본문의 집필을 멈추고 두 번째 서문을 써본다. 이때는 ‘누구를 위해’와 함께 ‘왜 책을 쓰려고 하는가’에 대한 솔직하고 명확한 서술이 중요하다. 서문을 다시 써보면 새로운 시선으로 글을 보는 힘이 생긴다. 또 글의 방향을 재정립하고 글을 쓰는 동기를 강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탈고한 후 서문을 다시 살펴보고 초고와 일관성이 있는지 더 매혹적으로 다듬을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며 고쳐 쓴다. 서문은 본문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본문과 상반된 내용이거나 전혀 관계없는 얘기라면 서문으로서 의미가 없다. 본문을 쓰다 보면 서문과 맞지 않는 부분도 생길 수 있으므로, 초고를 다 쓰고 난 뒤에 서문을 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
서문에 특별한 스타일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면 적절한 사례와 인용문을 활용하여 풀어나가는 방식이 무난하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사례와 인용문은 진부 한 것이어선 안 된다. 독자가 책에서 손을 떼게 하기 때문에 없느니만 못하다. 또한 사례와 인용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해석을 반드시 덧붙여야 한다. 나의 언어로 재해석하지 않으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생뚱맞아 보일 뿐이다.
다시 말하자면 서문은 원고 전체에서 가장 극적인 사례나 인용문을 제시한 후 자신만의 참신한 해석을 붙이고, 여기에 책의 핵심 메시지와 이 책을 쓰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데 효과적이다. 아울러 필요에 따라 책의 차별적인 매력, 책을 읽는 독자의 혜택, 책의 전개 방식이나 활용법 등을 기술하면 서문에 담아야 할 내용이 정리된다.
◎ 서문을 잘 쓰는 방법: 평소에 멋진 서문 모아두기
특히 자신이 쓸 책의 주제와 관련된 참고 도서의 서문을 유심히 들여다보라. 마음으로 침투하는 서문이 있거든 필사를 하며 깊이 음미하는 것도 좋다. 특별한 서문은 서문 작성 훈련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좋은 사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의 자서전 『인생은 뜨겁게』의 서문은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지금까지 본 수많은 서문 가운데 백미라 할 만했다. 제목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인데 그는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서문의 첫 문장이다. 본문만 550쪽이 넘을 정도로 두툼한 책인데 서문은 2쪽이 채 안 된다. 러셀은 첫 문장에서 자기 인생의 본질을 함축하며 읽는 이를 끌어당긴다. 짧고 강렬한 서문에 감전된 독자에게 책의 두께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두 저자 역시 이 글을 읽게 될 때마다 내 삶을 이끄는 열정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좋은 서문은 독자의 내면 깊숙이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삶의 활력을 북돋는다.
가끔 책을 읽다 보면 서문이 굉장히 장황해서 지루할 때가 있다. 지나치게 길면 독자는 본문을 읽기도 전에 지치고 만다. 책에 따라 다르지만 서문은 4∼6쪽 내외가 적당하다.
서문을 쓰고 나면 책의 윤곽이 더욱 명확해진다. 아울러 어떤 방향으로 책을 써야 할지 확실하게 감이 잡힌다. 서문은 책의 날개다. 튼튼하고 빛나는 날개를 달면 힘찬 날갯짓으로 본문 쓰기를 향해 날아갈 수 있다.
◎ 서문의 모범 사례
•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스페인 기행』
• 짐 콜린스Jim Collins,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 카를 융Carl Gustav Jung, 『기억, 꿈, 사상』
• 이윤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글쓴이 : 홍승완 kmc2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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