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r Liber_책을 사랑하는 시간, 공간, 인간
필사(筆寫)를 꼭 필기구를 손에 쥐고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컴퓨터에 키보드로 옮겨 적는 방법도 있다. 책을 읽으며 뛰어난 통찰이나 절묘한 표현을 담은 문장, 기억해 두고 싶은 내용을 타이핑하고 내 생각과 해석을 덧붙이면 더 좋다. 나도 오래전부터 책을 읽으며 강의와 집필에 써먹고 싶은 부분을 따로 컴퓨터에 모아두고 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고 AI에게 물어보면 쉽게 정리해주는데 뭣 하러 시간과 노력을 들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검색해서 나오는 것과 내가 읽고 직접 정리한 건 매우 다르다. AI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근육을 키우려면 몸을 써서 운동해야 한다. 운동하는 영상을 본다고 근력이 발달하는 게 아니다. 지력도 마찬가지다. 효과적으로 검색하고 AI를 사용하기 위해서, 또 검색과 AI의 결과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검증하고 활용하는데도 지력은 필수적이다.
사실 나는 타이핑과 필사를 같은 거로 생각했다. 오히려 필사보다 타이핑이 속도가 훨씬 빠르고 편집하기도 편해서 더 유용해 보였다. 그런데 특별한 계기로 필사를 하게 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나는 손글씨로 필사를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 된다. 필사 초보인 셈이다. 20년 넘게 컴퓨터로 독서 노트를 타이핑하면서도 필사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일단 지독한 악필이다 보니 손글씨가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필사를 실천하면서 필사가 타이핑과 많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
필사를 꾸준히 한 사람들이 강조하는 필사의 효과, 즉 ‘감정을 다스려주고, 생각을 열어주고, 감각을 깨워 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제 나도 체감하고 있다. 앞으로 타이핑은 예전처럼 하면서 필사도 계속 할 생각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내가 필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필사하고 있는지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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