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이끄는 열정은 무엇인가?

<인생은 뜨겁게>

by 홍승완 심재


%EC%9D%B8%EC%83%9D%EC%9D%80_%EB%9C%A8%EA%B2%81%EA%B2%8C.jpg?type=w1600 버트런드 러셀 저, 송은경 역, 인생은 뜨겁게, 사회평론,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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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봄이었다. 한 서점을 둘러보다가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인생은 뜨겁게(Autobiography by Bertrand Russell)>를 만났다. 책을 펼쳐서 책의 프롤로그 첫 문장을 보고 이 책을 사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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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이 문장을 보자 마자 감전(感電)되었다. 읽고 또 읽었다. 원문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Three passions, simple but overwhelmingly strong, have governed my life:


the longing for love, the search for knowledge, and unbearable pity for the suffering of mankind. These passions, like great winds, have blown me hither and thither, in a wayward course, over a deep ocean of anguish, reaching to the very verge of desp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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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뜨겁게>의 프롤로그의 분량은 2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다. 원서를 찾아보니, 두꺼운 자서전의 문을 여는 프롤로그는 단 한 페이지였다. 그런데 깊이와 여운은 여느 책 한 권에 비할 수 없다. 아마도 한 사람의 본질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프롤로그에서 내 마음에 지금도 남아 있는 문장을 하나 더 옮겨본다.


“사랑과 지식은 나름대로의 범위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로 이끌어 주었다. 그러나 늘 연민이 날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Love and knowledge, so far as they were possible, led upward toward the havens. But always pity brought me back to earth.


러셀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프롤로그를 끝맺는다.


“이것이 내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다시 살아볼 것이다.”


This has been my life. I have found it worth living, and would gladly live it again if the chance were offered me.


삶의 마지막 자리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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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평론에서 2014년 출간한 번역본을 읽었다. 정확하게는 초판 1쇄본(2014년 2월)이다. 내가 읽은 <인생은 뜨겁게>는 같은 출판사에서 2003년 3월 두 권으로 출간한 <러셀 자서전>에서 ‘편지글’을 빼고, 제1부의 프롤로그를 전체 프롤로그로 편집하여 다시 출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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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뜨겁게>는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번역도 잘 된 것 같다. 일단 가독성이 뛰어나다. 책의 끝에 위치한 ‘역자 후기’도 좋고, ‘주요 사건과 저작’과 ‘찾아보기’도 충실한 편이어서 책을 읽는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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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뜨겁게>를 읽는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읽기를 권한다. 먼저 ‘프롤로그’를 읽고, 책의 왼쪽 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보고 나서 ‘역자 후기’를 읽는다. 그러면 러셀과 자서전의 큰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이후에 본문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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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자서전이 부담스럽다면 위 사진에 있는 책을 추천한다. 러셀의 생애와 사상을 만화 형태로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다. 내용과 서사, 가독성과 완성도, 그리고 만화라는 형식까지 매력적인 '책'이다. 서지 정보는 다음과 같다.


-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외 저, 전대호 역, 로지코믹스, 랜덤하우스코리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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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자서전을 읽으면서도 밑줄을 참 많이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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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서 러셀의 책을 찾아보았다. 다 찾지는 못했는데, 언젠가 또 찾게 되리라.


러셀의 자서전을 읽으며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내 삶을 이끄는 열정은 무엇인가?’

이 질문과 함께 한 독서는 의미 있고 충실했다. 지금도 같은 질문을 내게 던지곤 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 마지막 문장을 빗대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다시 읽어볼 것이다.”


%EC%9D%B8%EC%83%9D%EC%9D%80_%EB%9C%A8%EA%B2%81%EA%B2%8C.jpg?type=w1600 버트런드 러셀 저, 송은경 역, 인생은 뜨겁게, 사회평론, 2014년


* 제목: 내 삶을 이끄는 열정은 무엇인가?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인생은 뜨겁게>에서 본 한 대목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한 문장이 내 마음에 파문(波紋)을 일으켰다. 러셀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러셀 자서전의 프롤로그 제목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이니, 위 문장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1872년 영국 웨일스에서 태어난 러셀은, 한마디로 자신의 사상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명문가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수학자이자 철학자로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손꼽히지만 이런 모습은 그의 인생의 절반에만 해당한다. 러셀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머물기보다는 자기 신념을 따랐다. 1916년 제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을 때, 그는 징병을 반대하여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납부를 거부해 대학에서 강의 자격을 박탈 당했다. 2년 후에는 전쟁을 반대하는 글을 써서 6개월 동 안 구금되었다.


새로운 교육 실험을 하기 위해 학교를 설립하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함께 핵무기 철폐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번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선동한 혐의로 감옥에 갇혔는데, 그때 그의 나이 88세였다. 이렇게 우여 곡절을 겪으면서도 명저를 여러 권 써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1970년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한 평생은 본인의 사상을 키워 나가고 실험하고 실천하는 장(場)이었다.


왜일까? 러셀은 부와 명예를 누리며 편히 살 수 있었음에도, 어렵고 힘든 길임을 알면서도 왜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은 것일까? 세 가지 열정 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 그는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사랑과 지식은 나름대로의 범위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로 이끌어 주었다. 그러나 늘 연민이 날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두 쪽이 채 되지 않는 <인생은 뜨겁게>의 프롤로그는 그야말로 명문이다. 이 두 쪽만 읽어도 책값이 아깝지 않다. 많은 사람이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처럼 살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후회와 아쉬움 없이 살기가 어렵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러셀은 “이것이 내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다시 살아볼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프롤로그를 끝맺었다. 본인의 신념과 열정에 충실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리라.


나는 러셀을 거울 삼아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삶을 이끄는 열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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