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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와 정리의 공통점

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이효리 덕분이었다. 몇 해 전, 핑클 멤버들과 캠핑을 가는 프로그램을 즐겨 봤는데, 새벽에 홀로 일어나 잔디밭에 담요 하나 깔고 자신의 몸을 중량으로 지탱하는 동작들이 참으로 건강하고, 평온해 보였던 것이다. ‘그래, 바로 저거야.’ 당시 나는 헬스장에 가야만, 웨이트 기구가 있어야만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이었는데, 요가는 어디에서든 할 수 있으니 핑계를 댈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평온하고, 아름답게만 보였던 요가는 실상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 내 몸은 내 몸인데 왜 선생님의 팔과 다리처럼 자유스럽게 움직여지지가 않는 것인가! (이제 막 정리를 시작하면서 느꼈던 ‘내 물건은 내 물건인데 버릴 수도 없고, 어디에 넣을 수도 없는’ 막막함처럼.)


한 날은 집에서 스트레칭으로 요가동작을 하는데, 따라하는 아이의 몸이 더 유연한 것을 보면서 ‘오랫동안 잘못된 습관으로 내가 이렇게 되었구나!’ 싶었다. (충동구매, 대량구매, 쑤셔넣기 등. 정신을 차려보니 집안이 물건들의 창고가 되어 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어지러운 집이 운신의 폭을 좁히듯,) 굳은 신체는 가동범위를 편협하게 만들고 여기저기에서 고장의 신호를 보내왔다.


결국 (우리 정인들이 물건이 없던 때로 돌아가기 위해 상실의 아픔을 감내하듯,) 고통을 견디며 다시 아기처럼 자유로운 몸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벌써 2년차가 되었지만, 내 몸뚱이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언제쯤 이 고통에서 벗어나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무리했더니 온 몸에 짜릿한 고통이 전율했다. 눈치 챈 선생님이 슬며시 다가와 나의 무릎을 조금 구부려주었다. 동작이 한결 수월해지며 평화가 찾아왔다. ‘나도 우리 정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지. 무리하지 않게 천천히 한 발작씩 따라 갈 수 있도록.’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 속으로 조용히 다짐 하나를 했다.




무슨 일이든 조금씩 차근차근 해 나가면 그리 어렵지 않다.
- 헨리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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