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회사에 다닐 때의 일이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정리를 잘하는 동료들이 부럽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때 마침 며칠 뒤 동료P의 생일이라 축하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헌데 몇 날을 고민했지만 선물을 도통 고를 수가 없었다. 미니멀하게 살고 계신 분께 불필요한 물건을 선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남편분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라고 ‘영화쿠폰’과 ‘커피쿠폰’을 보내드렸다. 부부가 영화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니 좋은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내놓고 뿌듯해 하고 있는데, 그분으로부터 생각지 못한 답장이 왔다.
“아하하^^; 심지은 매니저님. 저희 집에 와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 집에는 커피머신도 있고요, 요즘은 웬만하면 집에서 IPTV를 보는걸요.”
문자를 받고서는 아차 싶었다. ‘왜 그 생각까지 못했지?’.그런데 곧 서운함이 밀려왔다. 며칠동안 어떤 선물을 해드려야 할지 고심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래도 고민해서 고른거에요.”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 자꾸 마음 속에 맺혔다. 나는 마음을 준 것인데, 상대는 마음이 아닌, 물건을 받은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선물을 주는 경험과 받는 경험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주는 사람이 고민해서 고른 선물도 ‘이래서’ ‘저래서’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받는 사람은 미안함 때문에 가지고만 있다가 잊어버리거나, 먼지 쌓인 상태로 방치하는 일도 참 많다.
오늘은 선물 주는 이의 입장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쁘게 받고, 쓰지 않을 선물은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받으면서 실망하지 않아도 되고, 미안해서 잡동사니가 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선물 주는 사람의 마음도, 받는 사람의 마음도 그 물건이 잘 쓰이길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고운 마음 씀씀이, 세상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데 쓰인다면 말이다.
무언가를 소유하려는 집착이 그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게 한다.
- 린다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