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입던 옷 정리 어떻게 하세요?





입던 옷 정리 어떻게 하시나요?



강의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일단 다양한 분들을 고려하여 쇼파나 식탁 의자에 걸쳐 두거나, 홈웨어를 허물버듯이 바닥에 벗어두는 '초급자'용으로 답변을 한다.



- 바구니에 넣어놓으세요.

- 간이 행거에 거세요.

- 도어훅(문에 거는 후크)에 거세요.

- 스탠드형 옷걸이에 거세요.



'입던 옷'을 두는 제자리를 만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답변하고 나서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행거가 없지만 한 때 나도 입던 옷을 행거에 정리했었다. 문제는 입던 옷들이 계속 행거에 쌓였던 것!!늘 새 옷을 우선 적으로 꺼내 입다 보니 옷장 속은 점점 여유가 생기고, 겉으로 드러나 있는 행거에는 계속 입던 옷이 쌓여만 갔다.



[의생활의 싸이클]


{(A.옷을 꺼내 입는다)-(B.입덧옷을 정리한다)} * N번

C. 세탁한다

D. 개어서 넣는다



옷이 정리가 잘 되려면 A-B-C-D 과정들이 잘 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꺼내기만 하고 B에서 고인 물이되어 막혔다. 몇 번 입었는지, 빨아야 할 옷인지 알 수 없어서 언제쯤 C로 보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옷장으로 다시 들어가려면 세탁이라도 해서 쌓인 옷을 줄여야 하는데, 더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진퇴양난이었던 것이다.



어떤 정인님들은 한 번 입은 옷은 바로 세탁기로 보낸다고 했다. 아마 이런 분은 ‘입던 옷 어떻게 정리해?’라는 질문 자체가 없을 것이다. 고민을 한 번에 없앨 수 있는 솔루션인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집안일을 최소화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개는 것까지는 하겠다, 하지만 다시 옷장으로 넣는 일은 정말 자주 하고 싶지 않다), 세탁을 자주 하면 옷감이 망가지기 때문에 잦은 세탁을 지양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오물이 묻지 않고, 땀을 흘리지 않고, 실내에서 주로 있다거나, 한 번 입어서 때가 많이 타지 않았다면 한 번 더 입을 만한 이유는 충분했던 것이다.



몇 번 입고 세탁하시나요?



인스타 라이브때 받았던 질문이었는데, 사실 좀 당황했다. “세 번 정도 입고 빨아요.”하면 되었는데, 나도 참. 정확한 횟수를 확신할 수 없었고,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개인의 선택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질문자의 마음을 조금 알것 같다. 새 옷을 꺼내 입다보면 과거의 입던 옷을 몇 번 입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입던 옷이 세탁기에 가지 않고 쌓여 있어요”라는 호소가 아니었을지.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이란 횟수를 정확하게 지키기 위해 했던 일이 있었다. 논슬립 옷걸이를 주문했는데 옷걸이 색깔이 총 3가지 였던 것이다. 그래서 새 옷은 주황색, 한 번 입은거는 연두색, 두 번입은 거는 보라색으로 구분하기로 했다. 만약에 오늘 보라색에서 꺼내입으면 이제 세탁기로 보내면 되었다. 좋은 시스템 같았지만, 삼일 하고 그만 두었다. 비어 있는 옷걸이가 계속 생기고, 새로운 색상의 옷걸이가 계속 생겨났다. 옷걸이 색상을 늘 신경써서 바꾸는 일은 귀찮은 일이었고, 옷 정리하는 일의 저항감을 더 크게 키울 뿐이었다.



입던 옷 정리의 고민을 해결하다



그러던 중 입던 옷 정리의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하게 된 시기가 왔다. 전체적인 옷 수량을 많이 줄여서 옷장에 4계절 옷을 다 집어넣었고도 여유가 있는 옷장을 만든 것이다. 소재별로 구분한 각각의 옷에는 제자리가 생겼다. 옷을 꺼내 입으면 그 곳에 그 옷의 제자리가 보일 정도였으니. 여백이 생기면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여유가 생기는걸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입던 옷을 두는 공간이 따로 있어야 할까?

- 새옷과 입던 옷은 반드시 구분해야 할까?



공간적 여유만 된다면 새옷과 입던옷을 구분해도 좋을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상상도 해본 적이 있다. 집에 똑같은 옷장이 한 세트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입은 옷은 또 다른 옷장으로 옮기면서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비경제적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새옷과 입던 옷을 구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즈음 '세탁기의 배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에서는 더러움이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고 공중위생 수준이 높아지고 나서는 세탁기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과 더불어 청결함이 안전함의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강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청결과 불결은 미추만큼이나 주관적'이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그동안 새옷과 입던 옷을 구분하려 했던 것이 스스로의 근거 있는 판단때문인지를 되물었다. 무엇보다 옷장이 여유가 있으니 입던 옷을 새옷과 같이 두는게 그리 찝찝하지도 않았다. 입던 옷이든, 세탁한 옷이든 옷의 집은 옷장이어야 한다는 명제를 실현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입던 옷 중 세탁할 옷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나는 거의 집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옷이 더러워질 일이 거의 없다. 커피를 마시고, 요리를 하고, 밥을 먹으며 음식물을 흘리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날 뿐. 그래서 세 번 정도 입으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벌의 입던 옷을 다시 입기까지에는 텀이 있기에, 이 옷을 두 번째 입는지, 세 번째 입는지 기억하는 것은 불가했다.



횟수에 얽매이는 것은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 '너무 빨리 세탁하는 건가? 너무 세탁을 안하고 있는가?'라는 해결할 수 없는 의구심을 갖지 않기 위해, 현재의 감각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감각을 활용하여 그때그때 검수 하는 것이다.


일단 눈으로 이리저리 살펴서, 뭐가 묻은 게 없는지, 때가 타지는 않았는지 살핀다. 특히 소매 부분의 때나, 커피를 흘리지는 않았는지, 홈웨어에 음식물이 튀지는 않았는지 살펴본다. 냄새도 맡아 본다. 그리고 밖에 나갔다 오면 먼지를 힘껏 털어내고. 페브리즈도 뿌리고, 비나 눈을 살짝 맞았으면 잠깐 문 위에 걸어놓고, 베란다에 걸어두고 환풍도 시킨다. 스타일러가 하는 일을 직접 내 손으로 하는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감각, 육감을 활용한다. '세 번 입은거 같아, 빨아야 될거 같아, 빨고 싶어.'라는 느낌이 들면 곧 장 세탁기로!



라이프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세탁을  자주해야  수도 있고, 새옷과 입던 옷을 구분하는 것이 마음이 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 가장 편안한지를 아는 , 그리고 옷정리와 관련된 불편함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숙고해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게 아닐까싶다. 내가 여백이 많은 옷장을 만들고, 입던 옷과 세탁한 옷을 구분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육감까지 포함된  감각을 신뢰하고 행동하게 되었듯이 말이다.


불빛이 꺼진 드레스룸, 지금 나의 옷들은 옷장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하고 있다. 가지런하고, 평온한 나날이다.




인스타 @simji.eun

카페 http://cafe.naver.com/1day1org








작가의 이전글 극강의 냉파하며 깨달은 5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