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지옥

엄마 편

by 사이먼 케이

'으앙 으앙 으앙 악! 악! 악'


아기가 처음에는 그냥 우는 듯하더니 점점 울음소리가 커지다가 이제는 악을 지르듯 소리치기 시작한다. 이 울음을 강성 울음이라고 한단다.


엄마는 잠결에 지친 몸을 이끌고 우는 아기를 달래는 중이다. 벌써 4개월째다. 병원에서 돌아온 후 4개월 내내 아기는 아침부터 밤까지 자지러지면서 운다. 모두가 잠들 늦은 저녁에는 더 시끄럽게 운다. 너무 시끄럽다. 동네 주민들은 자신들이 봐줄 것도 아니면서 괜히 와가지고는 아기 좀 울게 하지 말고 잘 달래면서 재우면 된다고 잔소리와 핀잔을 준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주겠다던 남편 놈은 새벽바람같이 일하러 나가서 새벽에 들어온다. 물 한 방울이 아니라 아기 똥물이 엄마 손에 깊게 묻는다. 남편은 피곤하다고 바로 잠들어 버렸다.


'엄마! 나 울잖아! 빨리 나를 달래란 말이야!'


아기는 빽빽 소리치며 강성울음으로 울지만, 아기가 하는 말이 엄마의 귀에 또렷이 들린다. 아기는 끼워준 공갈 젖꼭지를 일부러 뱉어낸 후 강성울음을 실현한다. 공갈 젖꼭지를 다시 입에 넣어주면 '퉤'하고 뱉어낸다.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저러는 게 분명하다. 공갈 젖꼭지가 입에서 빠지면 다시 강성 울음을 시작한다.


"어휴, 엄마가 아기를 왜 그렇게 못 봐. 그럴 거면 왜 낳았어. 그러지 말고 사람을 쓰든지 아니면 좀 조용히 시키던지 해봐. 온 동네가 다 아기 때문에 잠을 못 잔다잖아."


이웃이 와서 또 핀잔을 준다.


사람을 못 쓰니까 그러지 이 인간들아. 조용히 시키려 해도 아기가 조용히 안 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입밖으로는 차마 내보내지 못한 말이다. 살다 보면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행동이나 말이 있다. 엄마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감정을 가라앉힌다.


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에 엄마는 점점 미쳐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대로 가다간 아기를 들어 집어던져 버릴 것만 같다. 온갖 좋지 않은 생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두고 봐! 내가 더 크면 여자친구랑 함께 엄마를 버리고 떠나 버릴 테니! 그때까지는 날 잘 키우란 말이야! 그래야 내가 커서 부잣집 여자라도 꼬시고 만나지.'


분명히 아기가 이렇게 했다. 그래, 열심히 키워봤자 이 아기는 커서 다른 여자와 함께 엄마를 떠날 것이다. 아기 전문가 말대로 키워봤자 나한테 무슨 득이 된단 말인가. 잘 키운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따금 이성적으로 돌아올 때 엄마의 머릿속에서 전문가의 말이 떠오른다.


'아기의 뇌는 연약하므로 흔들리게 하면 안 된다. 아기를 세게 흔들지 말아라. 화날 때는 아기에게서 떨어져라. 토닥토닥해 보고 노래도 불러줘라.'


개뿔. 전문가는 아기를 키워본 적이 없는가 보다. 아니면 자기가 아기 키우는 걸 실패하니까 남들에게 설교나 하는가 보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지. 아기가 못 잘 때 흔들지 않으면 아예 안 잔다. 흔들어도 운다면 엄마는 화가 더 나서 더 세게 흔들게 된다. 그러면 아기가 기절한 듯 잠을 잘 때가 있다. 그렇게라도 해야 엄마가 쉴 수가 있다. 화날 때 아기에게서 떨어지면 아기는 점점 더 울다가 강성 울음을 터트린다. 토닥토닥하고 노래를 불러주면 갑자기 아기가 잠에서 깨고는 놀자고 칭얼댄다. 잠을 못 잔 엄마에게서 아기가 자야 되는 시간에 깨버리면 엄마가 미쳐버린다.


이런 건 알고 하는 조언이었나? 엄마는 떠오르는 전문가의 조언들이 점점 더 성가시기 시작한다.


'이딴 집구석! 엄마는 괜히 왜 날 이런 집구석에 낳아서는!'


아기가 말한다. 엄마는 점점 더 짜증이 많아진다.




아기가 일부러 엄마를 골탕 먹이려고 우는 것 같다. 가짜 울음을 할 때도 있고 일부러 엄마가 깊은 잠에 빠지려고 할 때만 골라서 운다. 엄마는 더 피곤해진다. 호르몬이 미쳐 날뛰는 듯하다. 무기력하게 앉아서 아기가 우는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불쌍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내 곧 지속적으로 빽빽거리며 우는 아기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처음에는 조용히 울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울음소리가 더 커진다. 이웃들이 매일같이 불만을 터트린다. 이러한 날의 반복이다. 엄마는 갈수록 감정조절이 안 된다.


엄마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혼자 있으면 조용히 독서와 영화감상을 즐길 줄 알고 글도 잘 쓰는 지식인인 데다 밖에 나가면 남자들의 시선도 한눈에 받을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아이 낳기 전에는 부지런하게 매일같이 필라테스로 몸매를 가꾸는 여자였다. 이 아기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클럽 가서 수많은 남자에게 대시를 받고 있을 그런 여자다. 남편 놈이 돈만 더 잘 벌었으면 입주 아줌마를 구해 우아한 엄마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남편 놈은 쥐꼬리만 한 월급을 가지고 오면서 뭐 그리 일이 많다고 아침 일찍 나가 새벽에 들어오는가 싶다.


엄마는 이제 아무렇게나 먹는 음식 때문에 보이지 않던 살이 삐죽삐죽 튀어나왔고 잠도 제대로 못 자 얼굴이 썩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점점 더 빠진다. 그렇게 잘하는 화장도 언제 해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임신하면서 책을 출판하자고 결심도 했었는데 저놈의 아기가 저런 식으로 매일 우는 바람에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육아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엄마에게는 미래도 희망도 보이질 않는다.


늘 보던 거울조차 볼 시간이 없다. 아기가 잠깐 잠든 사이, 아기 옷 빨래와 젖병들을 씻느라 아무것도 못 한다. 빨래하다가 실수로 발가락을 찧고는 그만 서러움이 폭발했다. 주위에 보이는 건 다 집어던지고 울음을 터트린다. 그래도 도움 주는 손길 하나 없다. 정부에서 돈을 준다, 도우미를 붙여준다 했지만, 길어봤자 고작 15일이었다.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는 기껏해야 기저귀랑 분유 몇 번 사면 끝난다. 물가는 상승하면서 정작 필요한 건 점점 더 뺏어가는 것 같다. 이럴 거면 아이를 왜 많이 낳으라고 하는지.


무엇보다 나만의 온전한 시간이 없다는 게 너무나 서럽다. 잠도 푹 자고 싶다. 잠을 못 자니 모든 생체 호르몬이 다 망가진다. 이러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나 희생을 해주는데 아기는 그 마음도 모른 채 계속해서 빽빽거리며 울기만 한다.


"네가 내 앞길을 막고 있잖아!"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우는 아기의 뺨을 내리친다. 아기가 더 빽빽거리며 운다. 순간 미안한 마음에 안아준다. 아기를 키우면서 엄마 자신에게는 점점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아까 짬 나는 시간에 인스타를 켜보았다. 자신과 비슷한 여자들이 멋진 식당에서 먹고 마시는 사진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이쁜 사진들을 보았다. 화가 더 치밀어 오른다.


'지금 내 뼈가 얼마나 아픈지 알아!? 왜 굳이 자기들이 성욕을 참지 못해서 나를 낳아놓고는 날 괴롭게 하냔 말이야!'


아기를 안아줘도 저런 말이나 해댄다. 아기를 침대에 던져버린다.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면서 나를 감히 던져? 내가 크면 엄마 죽여버릴 거야!'




악마의 탈을 쓴 아기임이 분명하다. 아기 울음소리가 악마의 목소리로 들린다. 엄마는 환청이라 생각해 자신의 귀를 한번 만져본다. 아기가 말을 할 리도 없지만, 악마의 목소리로 말할 리도 없다. 엄마는 악마의 목소리가 어떤지도 모른다. 그러니 환청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귀가 뭔지 모르게 다르게 변해 있다. 거울을 보자 마치 낫과 같은 모양으로 뾰족하게 변해있는 자신의 귀가 비췬다. 엄마는 이게 지금 꿈인가 싶다.


자기도 모르게 짧게 잠든 순간 아기의 울음소리가 악마의 소리로 들렸다. 엄마는 깨버린다. 강성울음이 이제 악마를 소환하는 듯한 소리처럼 들린다. 환청이라 생각하면서도 깨어나면 어느새 곤히 자는 아기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내 다시 울기 시작한다.


'나를 제대로 키우란 말이야!'


환청이 아니라 실제로 아기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제대로 키운다는 게 무슨 말인가? 지금은 그냥 아기를 한 대 때려주고 싶다. 터져 나오려는 화를 애써 누그러트리며 우는 아기를 달래 본다. 아기는 여전히 빽빽거린다. 분유도 줬고 기저귀도 갈아줬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처음에는 아기가 두 다리를 계속해서 움직이기에 아기의 두 다리를 잡아주었다. 그러자 두 팔을 움직이기 시작하며 짜증 섞인 울음을 시작한다. 그래서 아기의 두 팔도 묶어버렸다. 그러자 아기는 자신의 머리를 계속해서 도리도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이씨!"


엄마는 아기가 머리를 도리도리 움직이는 소리에 깨서 짜증을 낸다. 그러다가 아기가 다시 빽빽거리며 강성울음으로 울기 시작한다 미쳐버리겠다. 저 악마 같은 강성울음을 온종일 들으니 돌아버릴 것 같다. 이웃 주민들의 눈치 보는 것도 슬슬 짜증 나기 시작한다.


5개월째다. 엄마는 더 이상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미친 사람처럼 더 헝클어져 있던 머리카락이 이제는 대머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다 빠져있다. 귀는 더 날카롭고 뾰족하게 변해있었다. 날카로웠던 코는 마치 누가 잘라버린 듯 돼지코가 돼버렸다. 눈에는 생기가 사라져 흰 막이 눈 위로 덮여있다. 피부는 마치 악어 피부처럼 거칠어졌고 양치를 안 한 지 오래돼서 치아도 썩어있다.


낮에 이웃 주민들이 찾아와서 현관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잔소리한다. 엄마는 거의 다 빠져버린 민머리를 만지면서 현관문으로 향한다. 자신의 머리에 뿔이 난 듯하다. 뿔을 뽑아버린다. 아프지만 견딜만했다. 뿔은 마치 날카로운 칼과도 같았다.


엄마는 자신의 뿔을 보면서 다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아기에게로 돌아간다. 그리고 아기가 울어도 내버려 둬 본다. 이웃 주민들이 현관문을 계속 두드린다. 무시한다. 아기를 쳐다본다. 10분, 30분, 1시간…. 이렇게 5시간 넘게 아기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다시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렇게나 현관문을 두드리던 이웃 주민들이 어느새 사라졌다. 아파트 복도에는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듯 휑하다. 언제 캄캄해져 버렸는지 짙은 밤에 밝은 둥근달이 떠 있다. 한동안 엄마는 둥근달을 쳐다본다. 다시 머리를 만져본다. 아까 뽑아서 없어야 할 뿔이 지금은 여러 개가 더 나와 있다.


엄마는 더 이상의 엄마 모습이 아니다. 이성도 잃어버렸다. 며칠 전에 남편에게 하소연하다가 또 바쁘다는 핑계로 급히 나가려고 하는 바람에 남편 뒤로 무엇을 집어던진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남편을 보지 못했다. 상관없다. 어차피 도와주지도 않는 놈이다. 아기는 엄마가 혼자 보는데.


'엄마 따위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아빠가 집을 나가는 거야. 아빠는 나가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시시덕거리며 놀고 있을 거야. 엄마보다 더 젊고 이쁜 여자를 만나서 말이야. 엄마는 완전히 루저야. 얼굴도 못생겨졌고 이제는 머리카락도 없잖아. 악마처럼 뿔만 더 생겨나고 있잖아. 내가 조금만 더 커봐라. 악마 같은 엄마를 내가 죽여버리고 말 거니까.'


악마는 너야.


엄마가 말한다.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왔는지 속으로 말한 건지 모르겠다. 흰 막으로 덮여있던 엄마의 눈이 어느새 검은 막으로 덮여있다. 엄마는 천천히 우는 아기에게 다가간다. 불도 키지 않았고 캄캄한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엄마는 정확히 손을 뻗어 아기의 얼굴을 잡는다. 아기 얼굴을 잡은 자신의 손이 보인다. 이전에 없던 두꺼운 털이 잔뜩 덮여있다. 아무것도 안 보여야 하지만 털에 덮인 자신의 손과 그 손에 잡혀 낑낑대는 아기의 머리통이 잘 보인다. 이상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다른 손에는 날카로운 뿔이 들려있다. 엄마는 있는 힘껏 아기를 향해 뿔을 내리꽂는다.




"여보 뭐 해?!"


불이 켜지며 남편이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빽빽 우는 아기가 엄마의 머리 위로 들려져 있었다. 남편은 재빨리 아기를 엄마에게서 받는다. 엄마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표정이다. 그러다가 울음을 터트린다.


"내가 볼게. 힘들지? 조금 쉬어."


남편이 아기를 달래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기가 옹알이하며 좋아한다. 이럴 때는 천사 같다. 남편 옆에는 여러 아기 물건들이 놓여있다.


"옆집에서 자기 고생한다고 이것저것 챙겨주시네. 너무 힘들면 자기들이 봐주겠대. 1년만 고생하래. 아기는 이웃 전체가 봐야지 혼자 보기 힘들다고 하시던데. 좋으신 분들이야. 나도 곧 육아휴직 내니까 우리 조금만 더 고생하자."


남편은 품에 안은 아기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 인자하게 말한다. 아기를 키운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나 있었다. 엄마는 깨닫는다. 엄마도 모르게 찾아온 악마는 엄마가 가지고 있던 욕망, 과욕, 그리고 애정결핍을 이용해 몇 개월 동안 점점 자신과 똑같은 악마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떤 상황이 진짜였고 가짜였는지 구별되는 듯했다. 엄마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아기와 남편을 쳐다본다.


"그럼 앞으로 6개월을 더 하라는 거야?"


갑자기 엄마가 아기를 쳐다보며 혼잣말을 한다.


"응? 뭐라고 그랬어?"


남편이 잘못 들었나 싶어 묻는다. 살다 보면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행동이나 말이 있다.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행동과 말이 밖으로 나오는 날, 복잡해지고 위험해진다.


하지만 육아의 고생은 엄마가 다했다. 남편도 돈 버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면서 벌어주는 돈은 엄마가 하는 육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봤자 기간이 정해져 있어 결국 엄마가 아이를 다시 봐야 할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살았던 지옥을 다시 살아야 할 것이다. 잘 모르는 이웃들이 뭔데 돕냐 마냐라는 말을 하는지. 엄마는 남편의 말 역시 악마의 소리라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머리를 긁적인다. 다행히 머리카락이 생각처럼 다 빠지진 않았지만 머리카락 안으로, 그리고 머리통 위로 건드려지는 솟아나는 듯한 작은 뿔들을 만지며 아기와 남편을 쳐다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곳은 집이지만 엄마가 아는 느낌의 집이 아니다. 지옥이다.


육아로 인해 창조된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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