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광고

성형외과 p1

by 사이먼 케이

이제 새해가 곧 다가옵니다. 당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부자가 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막대한 돈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큰 자금이 필요하지요. 그럼 그런 막대한 부(富)는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당신의 외모를 이용해 가지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결국 아름다움을 원하는 겁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외모가 아름다우면 인생이 달라지지요. 천만 원 들여서 천억 원을 가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어떻게?

천억 재산가를 남편으로 들이면 됩니다. 저희 텐프로 성형외과에 시술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상위 텐프로의 외모를 가지실 수 있습니다. 조금의 개선으로 부자 의사, 억대 자산가, 부자 변호사, 올드머니 가족을 둔 상속자등 다양한 부자를 남편으로 둘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얼굴부터 가슴, 엉덩이까지 모두 완벽하게 바꾸어 개선해 드리겠습니다. 완전한 여성으로 만들어드리겠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원하는 남편상을 알려주면 그 남자가 원하는 외모로 바꾸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서비스로 부자 남자를 꼬실 수 있는 남성 유혹 전문 코치도 붙여드립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오늘이 언제나 가장 저렴한 가격입니다.

여자는 나이 들면 끝입니다. 왜 이런 기회를 놓치고 기약 없는 로또를 기다리려 하십니까? 원하시는 남편을 지금 못 만난다면 어차피 다른 여자한테 뺏길 겁니다. 기억하십시오. 알파메일 Alpha Male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나이처럼 말이죠.

- 텐프로 성형외과-


괴상한 문장에 말이 좀 안 되는 듯한 광고 글이다. 그런데 이 괴상한 광고글이 한 사람의 인생을, 아니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의 인생을 바꾸어 버렸다.




분명 못생기고 뚱뚱했다. 하지만 새해오기 전 바로 적은듯한 저 내용의 광고가 꾸깃꾸깃한 종이에 적혀있었고 그 종이를 순자가 건네줄 때 내 인생의 판도 역시 순자와 마찬가지로 바뀌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야 했다. 아니, 이제는 순자가 아니라 세레나라고 불러야 하는구나. 외모와 함께 이름도 바뀌었으니까. 외모만 바꿔주는 병원이 아니었다. 모든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주는 병원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함께 공장에 들어갔다. 열심히 돈을 모아 함께 살 집을 마련하자고 약속했지만, 어느 날 말없이 사라졌다. 그런 순자가 몇 년째 보이지도 않더니 어느 날 완전히 달라진 외모로 나타났다.


"나 결혼했어."


전세로 함께 살던 집에 볼일이 있다고 하며 찾아왔다. 대충 눈치는 챘다. 자신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확인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순자는 뚱뚱했기에 이전에도 가슴은 컸다. 지금은 불필요한 곳은 빼고 필요한 곳은 더 메꾸면서 매력적으로 변했다. 뚱뚱해서 컸지만 처진 가슴이 이제는 볼륨감으로 튀어나와 있었고 그사이 짙은 가슴골이 보였다. 잘록해진 허리와 그에 붙은 엉덩이는 시선을 끌 정도로 이쁘게 튀어나왔다. 얼굴도 자연스러웠다. 마치 부잣집 규수같이 참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퇴폐적인 섹시미를 품기면서 말이다. 어느 남자가 봐도 군침을 흘릴 외모였다.


"남자는 말이야. 자기 여자는 참하지만 가지고 놀고 싶은 여자는 섹시하고 싸 보이는 여자를 찾거든. 그 두 가지를 다 가진다면 어떨까?"


두 가지 다 가진 외모에 찾기 힘든 명품 옷을 걸친 데다 수천만, 수억 원에 달한다는 명품 가방과 보석이 눈에 들어오니 이전에 내가 알았던 순자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말투 역시 고상해졌다.


"우리 나이 30세가 되기 전이여야만 해."


짐을 챙긴다기보다는 없애는 쪽이었다. 그리고는 찾고 싶었던 무엇을 찾은 듯 손을 뻗어 무언가를 꺼냈다.


"이것 때문에 온 거야."


나와 순자가 함께 서약했던 종이 쪼가리였다. 함께 집을 사자고 서약했던, 그저 별것 없는 종이 쪼가리. 법적 효능도 없었고 나 역시 이런 종이 쪼가리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난 너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 과정이 조금 달라졌지만, 결과는 같을 거야. 자, 여기가 앞으로 살 집이야. 이런 시궁창에서 벗어나야지."


순자는 폰을 집어 사진첩에서 어느 집 내부를 보여주었다. 강남의 고급 오피스텔이었다. 말이 오피스텔이지 넓고 방도 여러 개인 곳이다.


"왜 이걸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


내가 물었다. 솔직히 순자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그녀의 아픈 과거를 안다 한들 누구한테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설령 말한다 한들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순자도 나의 그런 성향을 잘 알 것인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불안했으면 이렇게까지 찾아왔을까에 대해 의심이 갔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해 온 삶이 얼마인데 나를 못 믿었나 하는 아쉬움도 남았고.


"말했잖아.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고. 네가 한국에서 살 집이야. 지금은 오피스텔이지만 너 하는 거 봐서 아파트도 해줄 수 있어."


우리는 낮에는 공장을, 밤에는 술집에서 노래 도우미로 돈을 벌었었고 괜찮은 남자가 2차를 원할 때 따라가기도 하였다. 그 수입 또한 짭짤했기 때문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우리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정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마음을 주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너밖에 없어. 내가 무슨 너 입단속 시키거나 내 과거를 청산하려고 온 줄 알아? 아니야. 우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온 거야. 너를 위해서 온 거라고. 지연아, 세상은 정글인 거 알잖아. 생전 몰라도 되는 것들로 인해 자칫 잘못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냥 열심히만 일해 돈을 번다고 해서 집을 장만하지 못해. 이런 시궁창 집이야 언젠간 구할 수 있겠지. 하지만 제대로 된 집이 아니잖아. 집을 구했다 치더라도 세상에 어떻게 맞설 건데? 세상은 정글처럼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고 앞으로도 계속 방해하려고 들 거야. 그러니 우리가 정글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해. 우리같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불가능하다고 하겠지. 그러니 일확천금의 운을 노려야 하는 거야. 물론 그 일확천금의 운은 우리가 열심히 일할 때 비로소 조용히 찾아오는 것이고. 우리... 열심히 일했잖아. 열심히 살아왔잖아. 몸까지 팔아가면서."

"결혼이 일확천금의 운이야?"

"누구랑 결혼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이제 우리 곧 30이야. 현실을 봐야지. 언제까지 이러고 살래. 어차피 남자 새끼한테 몸을 줄 거면 제대로 된 남자한테 줘서 일확천금의 운을 얻는 거야."


순자는 서약서를 찢어버린다. 그리고 구석에 박혀있던 꾸깃꾸깃한 광고 종이를 꺼내 보여준다.


"여기야. 여기가 내 인생을 바꿔준 첫 번째 운이었어."


괴상한 문장의 말이 안 돼 보이는 문제의 광고 종이를 나는 순자에게서 건네받았다.


"남편이 내 이름으로 미국에 문화재단을 만들어줬어. 난 지연이, 네가 거기로 들어왔으면 해. 평생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곧 한국에도 문화재단을 또 만들 거니까 그때 되면 한국에도 왔다 갔다 하면 돼. 네 이름도 바꾸고. 지연이 대신 제니라는 이름 어때?"


막무가내다. 돈 걱정은 안 하겠지만 이대로 응답하면 순자의 노예로 살 것이 뻔하다. 지금 내 삶에 만족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얼마 전에 공장 매니저로 승격했고 더 이상 술집에 나가지도 않는다. 내 집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그래도 반전세/반월세로 살면서 한 번도 세를 안 밀렸고 지금까지도 잘 내면서 살고 있었다. 원래 순자와 둘이 내던걸 나 혼자서도 잘 내었다.


"이렇게 살다가 네가 잘리거나 공장이 망하면 어떡할래? 그다음에 너 같은 경력을 어디서 뽑아줄 것 같아? 결국 다시 술집을 나갈 수밖에 없단 말이야. 하지만 네 나이를 생각해야지. 현숙 언니 사건을 되풀이할 거야?"


현숙 언니는 함께 공장을 다닌 언니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었고 공장 매니저까지 갔다가 잘렸다. 그 이후에 돈을 벌려고 술집을 나갔지만 이미 나이가 들어 돈도 제대로 못 벌다가 어떤 남자 때문에 결국 인생을 망친 소설 속 뻔한 이야기의 인물과도 같았다. 대신 현실적인 불행의 인물이었다. 순자가 나와 연락이 끊긴 것도 그즈음이었다.




"나 잠깐 화장실 갔다 올 거니까 그때까지 결정해. 이 집도 정리해야 할 거야. 우리는 함께 외국으로 나갈 거니까. 이미 내 남편이 나를 위한 별장도 여러 나라에 사놨어. 재단이 한국에도 들어오면 미국과 한국을 오갈 수도 있고 함께 전 세계를 누빌 수도 있어. 이 이상 더 좋은 조건이 없잖아. 너는 내 옆에만 붙어있으면 되는 거니까."


말을 마치고 순자는 화장실로 향했다. 허탈했다. 순자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순자는 나쁜 아이가 아니다. 기회주의자일 수는 있고 체리피킹을 하는 아이여서 냉철할 수는 있지만 나를 버린다거나 배신할 아이는 아니다. 이렇게 찾아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을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살아온 나로서는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배신하는 게 아니라 환경이 사람을 꼬드겨 배신하게 만든다.'


술집을 다니며 순자는 남자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한다. 여자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남자가 좋아하고 어떤 말이 남자를 매료시키는지. 외모까지 출중해진 순자가 어느 남자라도 꼬시면 다 넘어올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다른 이야기다. 순자의 과거를 잘 제작해야만 했다고 한다. 순자는 그 과거를 잘 만들었다. 그녀가 잡은 남자의 할아버지가 장관 출신인 데다 남자에게 넘겨줄 게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남자의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부잣집 딸이라고 한다. 순자의 남편은 그렇게 받은 재력과 인맥을 총 동원해 전 세계적으로 돈을 많이 벌어 들였다고 한다. 현재는 순자와 결혼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몇 달에 걸친 성형을 마치고 순자는 강남의 유명 텐프로 술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거기서 그녀는 수많은 부자 남자를 만났고 그들에게 많은 대시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대신에 남자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악착같이 돈을 모아 미국으로 유학 갔다. 물론 연예인 제의도 수차례 받았지만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일은 노예들이나 하는 거야. 연예인? 인플루언서? 그딴 건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더 높아지려고 하는 일이지. 두고 봐. 우리 함께 겪었던 치욕을 다 풀어버리자고."


순자는 뜨고 싶거나 명예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이상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순자와 함께 살면서 딱히 다른 사람들로부터 치욕을 겪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순자는 함께 술을 마시는 남자들에게서 경멸을 느낀 모양이다. 아니, 이런 정글 같은 세상에 경멸을 느낀 듯하였다.


순자는 미국으로 건너가 술집에서 모은 돈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저녁에는 나이트클럽에서 남자를 탐색했다고 한다. 물론 순진한 여자 코스플레이를 했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당연히 이쁜 순자 주위에는 많은 친구들이 생겨났다. 어느 날 친구들이 나이트클럽을 가자고 꼬셔 마지못해 가는 척했고 마침 그날이 기회였는지 지금의 남편을 만났었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나이트클럽에서 남자를 탐색하였기에 가능한 기회였다고 한다. 순진한 남편은 그날 생일이어서 생전 처음으로 나이트클럽을 갔었고 매력적인 순자에게 푹 빠졌다고 한다. 그 이후로 계속 순자를 만나면서 이 여자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그래,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똑똑하게 살아야지.'


순자의 비위만 맞추면 편하게 살 수 있다. 어차피 인생이 힘든 이유는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 때문이었으니 여러 사람보다는 한 사람, 나를 친구라고 부르는 한 사람의 비위만 맞추면 될 것이었다. 나 역시 세상일을 하며 눈치가 많이 늘었다. 순자의 짐을 대신 정리해주고 있다가 텐프로 성형외과의 광고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도대체 이 성형외과는 어떠한 곳이란 말인가? 모르겠지만 인생이 필 거라는 느낌은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그녀를 따라가는 것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계속 떠올랐다. 어찌 되었든 거짓 인생을 사는 건데.


나 역시 순자의 도움으로 문제의 광고를 낸 텐프로 성형외과에 가서 성형을 마쳤다. 알고 보니 누가 소개를 해줘야지만 갈 수 있는 특수한 성형외과였다. 이전의 내 모습도 나쁘지 않은 외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텐프로 성형외과 이후 나의 외모 역시 비현실적으로 변했다. 어떻게 하길래 이렇게 자연스럽게 외모를 바꿔 주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정신적인 변화도 있었다. 의도치 않게 살도 더 빼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만들었다. 순자만큼의 외모는 아니었지만 나도 꽤 괜찮게 변했다. 그저 그랬던 삶에 활력이 더해졌다. 그렇게 변해버린 나는 순자와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아니, 우리가 그날 둘 다 처음으로 나이트클럽에 간 건데 이렇게 맺어진 거야. 물론 부모님한테는 학교 도서실에서 만났다고 했지."


순자의 남편이 비싼 샴페인을 마시면서 신나는지 열심히 입을 털었다.


"여보, 너무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어떡해요. 참."


순자, 아니, 세레나는 남편을 살짝 치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 남편은 그런 세레나의 모습이 너무 이뻐 보이는지 볼에 뽀뽀를 해줬다. 남편은 취해 있었다.


"우리 와이프가 이렇게 똑똑해요. 상황 판단을 잘한다고. 우리 엄마아빠도 너무 좋은 며느리 들어왔다고 친구분들한테 계속 말씀하셔.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여자라고."


나는 별장 파티에 온 손님들에게 술을 따르며 셰프들과 함께 음식을 관리하고 있었다. 순진한 남편은 계속 아내 자랑으로 떠들고 있었고 파티에 온 손님들은 그런 남편의 말보다는 세레나의 외모에 반한 듯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나와 세레나는 서로 분주히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파티에 온 손님 중에 세레나를 알아보는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 텐프로 술집을 다닐 때의 세레나를. 이 모든 건 세레나의 계획이었다.


그들은 같이 온 자신들의 아내 때문에 세레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세레나 남편의 재력에 빌붙는 식충이라고 세레나가 그랬다. 세레나의 남편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성공이 한국으로 까지 이어갔다. 주위 많은 사람들이 남편의 성공에 빌붙기 위해 세레나가 굳이 미국 저택에서 여는 파티에 참석하러 한국에서 자기 돈을 내고 온 것이었다. 물론 세레나가 다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세레나는 일부러 과시를 하기 위해 텐프로 술집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한 후에 그들에게 따로 연락을 한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 그들은 세레나가 누군지 모른 채 그저 남편의 이름만 보고 왔다.


"다들 바쁘신 와중에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세레나는 나에게서 샴페인 병을 받아서는 그 남자들에게 따라주며 말했다. 물론 텐프로 술집 시절 남자들을 홀렸던 그 미소도 잊지 않고 말이다. 이 파티는 행사를 가장한 자금행사였다. 한국에서 그들은 비행기표를 포함해 이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따로 모금을 가장한 돈을 내야 했다. 싸지도 않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세레나의 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싫어도 그들은 내야 하는 자금 그 이상의 돈을 기부하였다. 미국 환율이 만만치 않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환전을 해서 기부하였다.


이것이 세레나가 말하는 권력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움이 절실한 인생의 나락 때는 주위에서 도와주기보다는 더 나락으로 빠트린다. 대신 별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주위에서 더 돈을 보내준다. 아이러니한 인생이다.


"... 마음껏 드시고 가정으로 잘 돌아가셔서 또 내일 열심히 세상을 위해 일해주세요."


세레나의 눈치를 보며 남자들은 샴페인을 받았다. 이 비싼 샴페인 역시 그들의 자금으로 산 샴페인이다. 그들의 아내들은 옆에서 남편의 행동에 눈치를 줄 뿐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한 여자들이었다. 그렇다. 이 남자들이 세레나의 과거를 안다 한들 이미 세레나는 그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서 있었다. 그녀가 입만 뻥긋하면 그들이 나락으로 가는 건 시간문제였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그들의 지위를 지킬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이 자리에 있는 그 어느 남자도 세레나의 과거를 들추려 하지 않을 것이다.


샴페인을 따르던 당당한 표정의 세레나 얼굴이 순간 창백하게 변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대 리스트에 없었던, 한국에 있어야 할 텐프로 성형외과 의사가, 저 괴상한 광고글을 적은 그 주인공이 샴페인 잔을 들며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마치 그 의사의 존재가 우리 두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듯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세레나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광고 -성형외과 p1 끝





작가의 이전글크리스마스가 빨간 이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