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드론

개인 드론이 의무화가 되어 버린 사회

by 사이먼 케이

거슬린다. 위에서,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하루 종일 나를 쫓아다니는 드론. 내 드론이지만 나를 감시하는 느낌이다. 지금 세상은 개인마다 드론을 가지고 다닌다. 의무 아닌 의무이다. 보호라는 이름 아래.


시끄러웠던 드론을 더 개발시켜 이제는 마치 없는 듯,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 조용한 드론이 만들어졌다. 약간의 소리가 나지만 도리어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리란다. 기술과 정신의 승리다. 이 승리는 곧 인류에게 새로운 문화를 가지고 온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이전에는 개인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으면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개인드론이 없으면 생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개인드론이 생긴 건 작은 사건의 발단이었다고 한다. 한 오토바이가 일부러 차에 치인 척, 넘어진 다음 보험비를 받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차주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끈질기게 발품을 팔아, 결국 오토바이 주인이 잘못했다는 판정을 받아냈다. 차주는 cctv가 없는 퇴로를 이용한 사기범죄부터 다른 종류의 사건들이 한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아 물질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데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죄를 덮어버리면 억울하게 된다고 말하며 이러한 사건들을 줄이려면 개인에게 드론을 붙여야 한다는 안건을 냈다. 너무 생뚱맞았다. 하지만 이런 생뚱맞은 안건은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모든 게 맞아떨어지면서 진행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몇몇 정치인들은 자신의 업적을 위해서 무언가 필요했고, 드론 개발자들은 소리 안나는 초소형 드론을 개발한 단계인 데다 기자들과 연예인들이 휴대폰 대신 초소형 드론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드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함께 맞물리면서 갑자기 개인 드론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개발자들은 드론이 공중에서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고 드론에서 나오는 소리가 인간의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기술을 포함해 여러 드론에 관련된 특허를 낸 유일한 국가라고 하였다.


이 말인즉슨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였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 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소수의 몇 기술자들과 정치인들, 기자들, 그리고 연예인들이 참여했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 비슷하게 만들어 교묘하게 특허법을 피하려 하는 것조차도 못하게 하기 위해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 테스트도 진행을 하였다.


마침 참여했던 연예인들도 세계적인 스타로 탈바꿈하는 시기였기에 그들의 소리가 전 세계인들로 하여금 이 특허를 더 단단하게 해 주었다. 참여한 정치인들도 서로의 다름을 떠나 이번 일에는 마음을 합했다. 대가가 확실했고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참여한 기자들 역시 입을 보통보다 더 무겁게 하였다. 어디에도 새나가지 않게 조용히 일을 처리하며 기사를 써 내려갔다.


기술자들 중에는 사업가도 있었고 변호사 출신도 있었다. 모두가 처음으로 한 마음 한 뜻으로 드론 개발과 특허에 최선을 다했다.


중간중간에 스마트폰 회사들의 방해가 있었지만 모든 혐의가 다 풀렸다. 강대국에서 가만히 놔두려고 하지 않았지만 정치인들이 웬일로 잘 막아주었다.




개인드론이 나온 후 사생활에 대한 우려가 당연히 나왔지만 소용없었다. 사람들이 뭉치면 아무리 힘이 없는 작은 나라여도 안 되는 일이 없었다.


어차피 스마트폰도 사생활 보호가 안된다고 계속해서 뉴스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드론이 공중에 떠다니면 위험하고 비행기의 안전도 생각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주장했지만 특허를 받은 기술은 그러한 위험부담을 다 없애주었다. 드론은 전혀 해가 안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득이 된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나왔다. 기자들의 투철하고 끈질긴 정신의 승리였다. 이 드론을 총괄 지휘하는 대표는 딱 이 네 가지의 철칙을 가지고 사람을 모았다고 한다.


돈과 명예, 인기 그리고 권력을 안겨준다면
누구나 마음을 맞출 것이다.


오토바이 보험 사기로 시작했지만 개인드론 소지법이 성립된데 가장 큰 결정적 인은 또 다른 남자가 카메라가 없는 퇴로에서 여자를 강간했다는 누명을 쓰면서였다. 여자는 일부러 카메라가 없는 퇴로로 남자를 데리고 가 관계를 맺은 후 고소를 했다. 다행히 그 남자는 개인드론을 소지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누명이 벗기면서 개인 드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치솟았다.


자들은 사생활에 대한 우려보다는 억울하게 감옥에서 썩으면 안 된다는 우려를 강조했다. 한번 사는 인생을 억울하게 망친 사례들이 속속히 드러나면서 개인 드론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은 점점 더 커져갔다.


결국 얼마 못 가서 개인드론 사용이 법으로 성립되었다.


사생활이 아닌 공동생활이 주가 되어가고 있었고 어차피 그 당시 쓰던 휴대폰이나 AI 기술이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는 기자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점차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버리고 개인 드론을 갖게 되었다. 더 편리했기 때문이다.


기계를 몸에 걸치거나 손으로 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개인 휴대폰에서 스마트 안경으로 넘어가려 했지만 개인 드론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스마트 안경보다는 개인 드론을 유행처럼 구입하기 시작했다.


퍼스널 드론(Personal Drone), 일명 피디(PD)라 불리게 된 개인 드론은 이제 누구나 다 소유해야 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그 회사를 만든 대표와 공동참여자들은 순식간에 세계 1위 부자가 되었다. 회사 이름 역시 피디 재벌 그룹이라 불렸다. P.D. Chaebol Groul.


거기다가 드론을 일찍 구입하고 사용이 잦을수록 돈을 벌게 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의 철학인 돈, 명예, 인기, 권력은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기존의 유튜브나 틱톡 시스템처럼 개인이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이후로는 사람들이 스스로 드론을 이용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하지만 나는 아날로그가 좋은 사람이다.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로 나온 촌놈이라 그런지 모든 걸 내 손으로 직접 했으면 했다. 손맛이라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곳이나 모든 도시 사람들은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드론에게 명령해서 모든 일을 해결했다. 게다가 피디가 없으면 구매를 할 수도,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도 없어졌다. 지폐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드론이 없는 사람은 야만인으로 취급하는 사회로 변해버렸다. 드론소지는 점점 자유가 아닌 의무가 되어갔다. 그것도 '피디'라 불리는 드론소지가.


'피디'를 구입하면 드론이 나의 몸을 스캔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럼 끝이다. 드론과 내가 마치 한 몸처럼 돼버린다.


스마트폰이 나온 후 새롭게 일어난 문화 혁명이었다.


여러 버전의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특히 사람들의 관심을 끈 업그레이드는 드론의 시야와 내 시야를 페어링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버전은 그냥 내 몸을 스캔하는 것과는 달리 드론과 연결된 칩을 내 뇌에 박아야 한다. 나는 겁이 나서 업그레이드까지는 하지 못했다. 아니, 안 할 것이다. 뇌에 칩을 박는 행위야 말로 완전한 지배당하는 행위이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노예가 되는 행위이다.


칩을 뇌에 박아 드론과 완벽히 연결된 사람들은 마치 신세계를 보는 것 같다며 자랑을 하였다. 향수 Nostalgia도 불러올 수 있고 도파민도 터져 나와서 세상 살 맛 난다고 하였다. 개인드론인 '피디'를 개발한 회사 역시 뇌에 박힌 칩의 안전성을 계속해서 강조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뇌에 칩을 박기 시작했다.


종교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종말이 왔단다. 인권단체도 들고일어났다. 사람의 몸을 사이보그로 만들면 안 된단다. 하지만 이미 세계 최고의 부자로 우뚝 선 피디 재벌 그룹은 모든 단체들에게도 돈을 뿌리며 유명 연예인들을 내세워 전면으로 뇌에 칩을 넣으라고 광고했다. 시끄러웠던 단체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칩에 대한 안전성이 100프로처럼 보이자 잠잠해졌다. 게다가 중간에서 이간질하면서 집회를 부추기던 단체들 역시 '피디'를 이용하면 돈을 더 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반대하는 모든 단체들을 잠잠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사람을 한데 모으는 데는 이 네 가지면 충분한 것이었다.


돈과 명예, 인기, 권력을 안겨준다면
누구나 마음을 맞출 것이다.


치매를 비롯해 각종 암이나 질병도 찾을 수 있다 하여 결국 드론을 시작으로 체내 안으로 집어넣는 칩까지 사용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싫다. 아날로그가 그립다. 그래서 매일 한 시간씩 손으로 기계를 고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한다.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해본다.


내 눈앞에 비취는 빛을 보며 나도 모르게 서글퍼진다.


"끝났단다 우리 아기."




많이 듣던 목소리다. 나를 '우리 아기'라고 부르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내가 늘 그리워하던, 오래전에 돌아가신 우리 엄마. 우리 엄마의 목소리였다. 그림을 그리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 눈앞에는 이전에 보지 못한 수많은 자료들이 보인다. 내 생각에 맞춰 필요한 것이 눈앞에 보인다.


"이제 집으로 가서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면 되는 거란다 우리 아기."


돌아가신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향한다. 내 뒤로 나만의 드론이 따라다니며 길을 안내해 주고 있다. 드론이 내는 조용한 소리가 안정감을 준다. 저 높은 건물 맨 꼭대기에는 '피디 재벌 그룹'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있다.


내 통장에 들어오는 무수히 많은 돈이 눈앞에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하며 쳐다본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나를 보고 좋다고 환호성이다. 내가 지나가자 앞에 양복 입은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레드카펫을 깔아준다.


위에서,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드론이 나를 쫓아다닌다. 내 머리를 만져본다. 방금 삽입된 칩이 빠지지 않고 잘 들어있다.


난 다 얻었다. 돈과 명예, 인기,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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