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과 OTT 그리고 AI

콘텐츠 척도 앱

by 사이먼 케이

이제는 OTT(Over The Top)의 세상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처음 나왔을 때 극장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영화는 진정성이 없고 관객과 배우들이 직접 마주하는 연극 무대만이 진정한 예술공간이라 말한 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극장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영화는 인류에게 연극 무대와는 또 다른 삶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다.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 극장의 위기라 했지만 잘 넘어갔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OTT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잘 넘어가기 위해 많은 관계자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극장을 떠나가는 대중들을 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영화라는 매체가 극장에서 OTT로 옮겨가는 시점이 생겼고 극장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극장 영화로 수천억을 벌던 영화 관계자들이 서서히 무너졌고 발 빠른 영화 관계자들은 OTT로 옮겨갔다. 하지만 그들 역시 OTT로는 극장 영화처럼의 돈을 벌 수가 없었다. 돈은 OTT 회사들이 다 벌어갔다. 결국 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현금 흐름을 위해서라도 척도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세계 정부에서 척도 앱을 출시했다.


모든 OTT 플랫폼은 분기마다 영상 시청에 관련된 척도를 제출해야 했다. 그들은 정부 규율에 따라 반드시 깔아야 하는 앱(App)이 있었다. 드라마 시청 분포부터 영화 시청률까지 다 매겨지는 척도 앱이었다. 모든 영상에 따라 표가 만들어지기에 정부에서 감시가 가능했다.


모든 영상이 정식으로 마켓에 나오려면 척도 앱을 반드시 깔아야 했다. 그러다가 아예 영상을 만들 때부터 척도 앱을 깔고 시작했다. 척도 앱은 정부의 감시를 받지만 제작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세상은 정부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창작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모든 제작자와 창작자들은 자신의 창작물에 척도 앱을 깔았다. 척도 앱에는 모두가 볼 수 있는 척도율이 나타난다. 배우나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재정 계산법도 그 척도율에 맞추어 나타나기에 그에 맞춰 수익을 나눴다.


척도 앱 때문에 배우의 몸값이 낮춰졌다. 그래도 배우가 출연하는 영상은 지구만이 아닌 온 우주로 전파되기에 큰돈을 벌 수 있다. 수많은 배우들이 탄생하였고 이전에는 상위 1%만 누렸던 엄청난 부를 이제는 모든 배우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모두가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전 시스템은 영화가 극장에 걸리면 극장과 제작사가 나누고 dvd로 2차 산업이 생성되었다. 그 2차 산업으로 생긴 재정은 거의 영화를 재제작할 정도의 수준으로 들어왔다. 그 당시에는 배우들이 가장 많이 벌었고, 투자자나 제작자, 유명 감독, 그리고 작가 순으로 수익이 들어왔다.


지금은 극장에 걸려도 배우를 포함한 모든 핵심 제작진 (ATL:above the line)들의 몸값이 낮아졌기에 핵심 제작진부터 BTL (below the line)까지 공평하게 수익이 돌아갔다. BTL 스태프들은 자신들이 받아가는 수익에 대해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았으며 핵심 제작진들이 받는 수익을 보며 꿈도 키워가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콘텐츠의 시조,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조금 달랐다. 아마도 가장 돈이 많이 들어오는 사람일 것이다.


불법으로 복제하는 나라에는 제재가 들어갔다. 척도 앱 덕분이다. AI를 활용한 이 척도 앱은 모든 콘텐츠에 AI 워터마크가 들어있어 만든 영상이 어디로 가든지 다 감시할 수 있었다. 감시하는 정부 기관도 따로 있기에 만일 불법으로 그 영상을 튼다면 바로 꺼지게 하는 동시에 그 영상이 상영하는 곳도 바로 찾아낼 수 있었다. 보통 불법 영상이 상영하는 장소는 범죄 소굴이었기에 경찰과 정부의 범죄소탕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OTT로 나오는 영상물은 OTT 플랫폼 회사와 영화제작 회사가 반반으로 나눴다. 플랫폼 회사가 투자를 하더라도 수익이 나뉠 뿐 제작사들도 로열티를 받았다. 척도 앱은 이 모든 것까지 다 감시 가능했다. 이 앱을 깔아야지만 OTT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 플랫폼 회사는 운영을 위해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모든 수익은 다 정확히 나뉘었다. 척도 앱에서 생산되는 AI 감시가 정확하게 계산하였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몸값은 많이 낮아졌지만 대신 배우들은 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다. 이제는 취미처럼 배우를 하는 세상이었다. 배우뿐만 아니라 창작자들 역시 범위가 범국민적으로 넓어졌다. 창작의 영역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쉬워졌기 때문이다. AI에게 Prompt만 작성하면 바로 영화나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 주는 세상이 되었다. 자신이 출연하기 원하면 자신의 사진을 찍어 그 영화에 올리면 바로 영상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창작물은 AI 영상으로 분류되면서 인터넷 플랫폼에 한해서만 상영이 되었지 극장에 걸리지는 못했다. 극장에 걸리는 영화는 엄중한 심의를 거쳐야 했고 그 심의에는 AI가 들어가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극장 영화는 그 수가 적어졌을 뿐이지 여전히 창작의 종합체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극장 영화에 참여하는 게 더 어려워졌 뿐이다.




이전에 제2차 산업인 dvd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dvd가 만질 수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VOD나 디지털 같은 실시간 재생으로만 만들어진 영화를 어떻게 만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영상 제작자들은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피규어(figure)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디오라마까지, 다양한 생성물을 만들어냈다. 가장 잘 팔리는 물건으로는 피규어 프로젝터가 있었다. 피규어에서 센서가 작동해 영화가 틀어지고 이전 DVD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다양한 포토카드도 한몫했다. 중요 영상이 카트에 틀어지기도 하는 이 포토카드는 2차 마켓에서 서로 사고파는 교환까지 가능해 많은 인기를 끌게 되었다. 잘 되는 영화의 포토카드는 아주 비싼 값에 거래가 었다. 3차 마켓까지도 가고 더 갈 수도 있었다. 덕분에 영화 산업이 더 다양해졌다. 영화 산업은 지구에만 한정된 게 아니었기에 수많은 사람이 조금만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다른 행성에 가서 살아도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업체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홀로그램을 이용해 다른 행성에 있는 사람과 물물교환이 성사되면 운송업체에서 바로 서로의 물건을 맞교환해주는 서비스가 존재했다.


OTT에서는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예능이 대세였다. 많은 배우나 셀럽들이 출연한 예능을 시청자들이 계속 틀어놓으면서 자기 할 일을 했기에 시청률이 잘 나왔다. 예능출연자들의 가장 큰 수익의 일부였다. 광고 역시도 계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출연만 하면 돈을 못 버는 일이 없었다. 척도 앱에서 보여주는 시청률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에 각자의 이유로 예능에 출연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거기에 한쪽으로만 쏠리는 현상이 생각보다 없었다. 재미있는 영상이 수익이 더 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가 돈을 잃는다'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극장에 걸릴 영화는 한 해에 몇 편밖에 안 된다. 그것도 모두 IMAX 같은 특수 환경의 극장에 한해서였다. 2D 극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집에다가 충분히 2D정도의 극장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헤드셋(Headset)을 착용하면 방대한 사이즈의 스크린이 나타나고 극장의 사운드를 첨부할 수 있었기에 2D극장은 의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특수한 환경을 제공하는 극장에 가면 IMAX가 있었다. 방대한 화면은 물론이거니와 마치 현장에 있을 법한 사운드와 간이 존재하였기에 영화를 느끼고 보려면 극장에 가야만 했다. 극장 사람들 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접촉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놨다. 각 자리에서 원한다면 베리어 (Barrier)라 불리오는 방어막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극장영화에 대한 규정이 생겼다. 제작자가 자신의 영화를 극장에 걸려면 디지털이 아닌 필름을 써야 했고 적어도 200명 이상의 사람이 그 영화에 투입이 되어 일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SF영화나 괴생물체가 나오는 크리쳐 영화같이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 소품은 사람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규율이 새로 생겼다. 어차피 그렇게 만들어진 모든 소품들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만큼 실제 세상에서는 엄청난 수익을 내며 팔려나갔다. 한정판으로 만들어 팔기도 하고 한정기간 내에 팔기도 하는 다양한 사업 방식으로 영화 안에서와 영화 밖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걷어들였다. 그리하여 극장에는 대형 블록버스터만이 걸릴 수 있었고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과도 같은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수익을 내긴 했다. 술영화만을 위한 극장이 따로 있었다. 그곳은 극장 행성이었다. 한 행성을 영화극장만을 위한 행성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곳에 가지 않는 이상 각 행성에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위한 IMAX극장만이 존재했다.




디지털이나 AI로 만든 영화는 극장 상영을 금지했다. 한때 AI로 CG를 대처한다는 말도 나왔지만, 인력을 위해 그 역시 금지되었다. 이제는 직접 사람이 무대를 직접 만들거나 실제 존재하는 장소에서 진짜 사람을 배우로 쓰는 영화만이 극장에 걸렸다. 극장에는 그렇게 IMAX 영화만이 남게 되었다.


극장을 가는 사람들의 눈은 아이러니하게도 AI나 CG보다는 실체를 보길 원했다. CG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어설퍼 보였고 한동안 CG를 AI가 대처하는 시대도 있었지만, 정부의 간섭과 척도 앱으로 인해 AI로 만든 영상은 YouTube 같은 영상 앱으로 시청이 가능했다. 만약 AI영상이 인기가 많고 재밌으면 OTT 플랫폼으로 향했다. 장 영화는 평생 동안 극장에서만 관람해야 했다. 극장마다 등급이 매겨져 새로 나온 영화를 위한 극장부터 시대가 지난 극장까지 각기 등급대로 영화가 걸렸다.


누구나 다 배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모두가 AI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이기에 많은 사람이 취미로 AI 영화를 만들었고 그렇게 수많은 영화가 나왔다. 하지만 극장에 걸릴 영화는 심사를 받았다. 아무거나 극장에 걸 수가 없었다. 위원회에서 엄중한 심사를 했다. 그중에는 AI 심사위원도 있었기에 최대한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인맥으로도, 돈으로도 극장에 영화를 걸 수는 없었. 그렇기에 어느 영화사든지 함부로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수많은 투자자가 붙어야 는 건 당연하거니와 한 편을 만드는데 이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제작사는 이전보다 더 신중하게 영화 주제를 골랐고 그렇게 한 해에 나오는 영화는 이전과 비교해 1/10 정도의 수준이었다. 나리오만 쓰는 시대가 지나갔고 모든 대본이 영화로 나오려면 정식으로 출판된 소설책을 통해 대본이 씌어야지만 가능했다. 그렇게 출판분야까지 왕성해지면서 극장영화는 철저한 고증이 필요한 산업이 되었다. 출판 단계부터 시작해서 영화가 나오기까지 많은 노력과 돈, 그리고 시간이 들어갔다. 이러한 헌신을 원하는 제작자는 극히 드물었기에 세상은 이런 사람들을 가장 치켜세워 주었다.


어렵게 만들어 극장에 걸린 영화는 일 년 동안 최고급 극장에서 상영이 되었고 그 수준도 우주 최고였다. 일 년이 지나면 다음 등급의 극장에서 상영했다. 극장 영화는 재미부터 시작해서 감동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액션과 패션, 대사와 배경까지 모든 트렌드를 리드했다. 영화가 나온 그 해와 심하면 다음 해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트렌드를 이끌었다.


그렇다. 영상 시장은 전 우주로 뻗어갔고 넓어졌으며 광대해졌다. 대중들은 이전보다 더 많아졌으며 극장이나 라이브로만 보는 연극무대 이외의 영상 시장은 무한히 확장되고 있었다. 온라인 플랫폼과 일인 미디어의 확산으로 누구에게나 자신의 영상물을 판매할 수 있었다. 극장사업은 이전 극소수에게만 주어진 백화점 시스템인 vvip의 혜택을 이용해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극소수의 대중들만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대중을 vvip라고 불렀다. 극장은 굳이 대중층을 넓히려고 하지도 않았다. vvip 극장 대중들에게 주어진 혜택은 범우주적이었기에 더 많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위해 그들은 영화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구매하는, 즉 상위 1%의 소비를 하였다. 그들은 트렌드섹터로서 또 다른 방면의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극장에서 보기 위해 수많은 대중들은 줄을 섰고, vvip가 되기 위한 기회를 엿보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누구에게나 소비 가능했던 극장은 그렇게 특정층을 위한 사업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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