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발 빼는 것도 성공 전략이다

없는 거 말고, 가지고 있는 능력에 집중하기

by 제인 Jane




초등학교 4학년인 민지는 수학 문제를 풀다가 눈앞이 캄캄해졌다. 단지 조금 더 어려운 곱셈일 뿐인데, 머릿속이 하얘졌다. 옆에 앉은 친구는 이미 다음 장을 풀고 있는데, 민지는 아직 문제를 해석하는 데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순간 민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진짜 머리가 나쁜가 봐.."


이렇게 아이들이 자신을 판단하게 되는 결정적 순간은, 사실 굉장히 이른 시기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 판단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자기 효능감'이라는 이름의 심리적 기반이 되어 평생을 따라다닌다. "나는 못해"라는 말 뒤에는, 실제로 해보지도 않고 시도조차 멈추게 만드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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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콘텐츠에서도 다루었듯, 지능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경험과 지식을 통해 쌓여가는 '결정적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 해결, 추론, 속도 같은 사고의 유연성을 말하는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이다. 이 중 유동성 지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IQ 테스트와 더 가까운 영역으로, 수학적 능력, 공간 추론, 작업 기억 등이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유동성 지능은 후천적으로 훈련해도 크게 바꾸기 어렵다는 데 있다. 연구에 따르면, 유동성 지능은 비교적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고,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감소하기도 한다. 특히, 학습 초기 단계에서 아이가 '이건 내가 잘하는 영역이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하게 되면, 이후 해당 영역의 성장을 가로막는 심리적 장벽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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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빠른 '자기 이해''방향 전환'이다. 아이가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반복 학습을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다. 오히려 학습 환경이 그 아이에게 맞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이럴 때 아이에게 '더 열심히 하라'라고 압박하기보다는, '어떤 방식이 너에게 맞을까?'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지는 수학은 늘 어렵지만,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는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다. 결국 민지는 언어 지능이 뛰어난 아이였던 것이다. 만약 선생님이 그 점을 알아차리고 수학 문제를 '스토리텔링 문제'로 바꿔주었더라면, 민지는 수학이라는 벽 앞에서 덜 위축되고, 자기 강점을 더 빨리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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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 지능 이론'을 통해 인간의 지능은 언어, 논리, 공간, 음악, 신체, 대인 관계, 자기 이해, 자연 탐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즉, 아이가 수학을 못한다고 해서 단순히 지능이 낮은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지능이 다른 곳에서 빛날 수 있다는 뜻인 것이다.


그래서 학교는 '누가 제일 빠르게 정답을 맞히느냐'를 평가하기보다, '누가 자기 강점을 일찍 발견하고, 거기서부터 자신감을 키워가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똑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틀리더라도, 일상생활에서 그 아이가 몰입하는 순간을 예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것이 음악을 듣는 순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 대화할 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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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이란, 결국 자기 이해의 과정이다. 유동성 지능은 타고난 부분이 많고 바꾸기 어렵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인지, 어떤 일에 빠져드는지, 어떤 순간에 편안함을 느끼는지를 빨리 알게 된다면, 우리는 잘 안 되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쪽에 더 빠르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렇기에, 학교와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학력 평가가 아니라, '가능성 탐색자'로서의 역할인 것이다. 아이가 유동성 지능에서 벽에 부딪혔을 때, 교사는 그 아이를 밀어붙이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틀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길은 아닌 것 같아"라고 좌절하는 아이에게, "그럼 다른 길을 같이 찾아보자!" 하며 절대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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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리는, 그러한 말 한마디가 한 아이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신호가 되는지, 우리는 종종 간과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말을 오랫동안 기억한다. '내가 못해서 혼난 날'보다, '내가 이해받았던 날'을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날이 교실 안에서 만들어진다면, 교사는 이미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교사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아이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일이다. 그러니 로는 그 아이가 본인조차 보지 못한 잠재력을 대신 먼저 믿어주는 사람이 교사라는 점만 기억하면 좋을 듯하다. 우리가 교사 또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일이란, 지금 그 아이가 '수학을 못해서' 주눅 들었을 때, '수학 말고도 잘할 게 있다는 것'을 먼저 찾아 알려주는 것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