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심리학 2
채용 담당자로 일하다 보면, 자기소개서 또는 면접에서 빠지지 않고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말해주세요."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이 질문이 아주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갈등'이라는 단어 자체가 감정적으로 불편한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또 이걸 어떻게 써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지 감이 잘 안 잡히는 질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이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는 이유는, 단순한 경험의 나열을 듣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두면 좋다.
그 안에는, 지원자의 '정서적 민감성', '갈등 인식 방식', '감정 조절 전략', '대인관계 성숙도'를 간접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이 질문은, '정서 조절 능력(Emotion Regulation)'과 '사회적 문제 해결 능력(Social Problem Solving)'을 평가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다.
감정은 갈등의 본질을 드러내는 첫 신호이고,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곧 그 사람의 대인관계 기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갈등을 회피하거나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사람과, 감정을 인식하고 건설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조직 내에서 전혀 다른 성과와 신뢰를 얻게 된다.
또, 이 질문은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과도 연관된다.
안정 애착(건강한 애착)을 가진 사람은, 갈등을 관계 회복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갈등 자체를 회피하거나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대처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갈등 상황에서의 반응은, 그 사람의 '관계 패턴'과 '정서적 안정성(Emotional stability)'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좋을까?
먼저, 단순히 사건의 '사실'을 나열하기보다는, 그 갈등이 나에게 '어떤 감정적 영향을 주었는지' 솔직하게 서술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팀 프로젝트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했을 때, 저는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감정적으로 위축되었습니다. 하지만 ~." 이러한 감정 언어의 사용은 단순한 사건 전달이 아니라, 정서 인식 능력을 보여주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둘째는, 그 갈등 속에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를 이야기하되, '상황 - 감정 - 사고 - 행동'의 순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인지행동치료(CBT)'에서도 사용하는 대표적인 자기 이해의 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 상황에서 저의 감정은 혼란스러웠지만, 상대방의 관점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갈등 후에는 먼저 대화를 제안해 조율점을 찾았습니다."와 같은 방식으로 풀어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셋째,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을 잘 피했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갈등 이후에 내가 '무엇을 배웠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갔는가'를 강조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질문을 통해 결국 평가자가 알고 싶은 건, '이 사람이 갈등을 겪고도 관계를 회복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넷째는, 조심해야 할 표현이 있다는 것이다.
"그 팀원은 이기적이었고, 대화가 불가능했습니다."와 같은 타인을 비난하는 것이 중심인 서술은 피해야 한다. 그러한 서술은, 오히려 나의 감정 조절 실패를 드러내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원인과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태도는, 감정적으로 미성숙하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쉽다는 점을 기억하자.
결국 이 질문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셈이다.
"당신은 불편한 상황에서도,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
"당신은 갈등을 피하지 않고, 그것을 유연하게 소화해 내는 힘이 있는 사람인가요?"
자기소개서는 단지 과거의 경험을 말하는 글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의 정서적 자산과 심리적 역량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하나의 서사의 글이다.
그렇기에, '갈등'이라는 단어 앞에서 움츠러들기보다는, 그 경험을 통해 '나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추가적으로,
만약 기업의 인사 담당자라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검토할 때에도 이러한 점들을 기반으로 하여 보다 객관적으로 지원자의 역량과 가능성을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