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왜 이 일을 선택했을까 : Calling 2.0』

by 제인 Jane


어느 날 문득, 뉴스에서 이런 비슷한 기사를 봤다. “AI가 만든 디자인이 인간 디자이너의 결과물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그럼 그 디자이너는 이제 뭘 하지?’ 그날 이후,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서늘했다. 내가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그것이 완전히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지금도 또 그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해진다.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은 AI가 글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코드를 짜고, 심지어 면접관 역할까지도 대신한다. 게다가 효율도 놀라울 만큼 향상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놀랄만한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람은 그 기술들을 활용해 지금까지 보다 더 빠르게 배우고, 성장하고,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도 자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표정은 점점 더 공허해지는 듯하다. 왜일까?


나는 기업의 인사팀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서류들을 검토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무래도 지원 동기였다. 한 번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는 글을 봤는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싶었다. 그 말에는 아마 AI가 스며드는 일상 곳곳에 대한 불안과 그럼에도 살아남고 싶다는 바람이 동시에 담겨 있었지 않을까.


하지만 AI 시대의 진짜 문제는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제 ‘대체 가능한 세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자리’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 즉 내가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심리적 토대다. 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 책은 그것을 묻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왜 이 일을 선택했을까?” 사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이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회사에서는 일을 잘하려고 애썼지만, 성과를 내도 늘 어딘가 허전했다. 한 마디로, 성과는 쌓여도 의미는 항상 비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에는, 퇴근 후 노트북을 닫으며 자문했던 적도 있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나는 그 물음의 끝에서 문득 깨달았다. 지금처럼 AI가 무섭게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절실히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걸. AI는 ‘무엇(what)’을 잘한다면, 인간은 그 안에서 ‘왜(why)’를 찾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AI 전문가가 인상 깊은 말을 한 적이 있다. “AI는 효율을 극단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나 효율만으로는 인간의 뇌를 만족시킬 수 없다.” 심리학적으로 보자면, 우리의 뇌는 효율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의미를 느낄 때’ 더 활기를 띤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관적 의미를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있다는 것은, 그러한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근거라고도 할 수 있다. AI는 쉼 없이 일하지만, 인간은 의미가 없다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쉽게 말해, 의미가 있어야 무엇이든 오래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말은,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사치야.” 맞다. 의미는 돈처럼 바로 통장에 보기 좋게 찍히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의미를 잃는 것은, GPS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결국 속도는 나더라도 방향은 없게 된다. 우리가 활용하는 AI가 이 세상의 속도를 책임진다면, 인간은 방향을 책임져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자, 불안을 넘어서는 심리적 생존 매뉴얼이다. 나는 회사 안팎에서 의미를 잃고 방황했던 내 경험과 심리학, 뇌 과학, 그리고 나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철학을 함께 녹여내고자 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의미에 굶주린 존재’라고 생각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야 의미를 찾는 게 아니라, 의미를 잃으면 그 어떤 생존도 길게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AI 시대의 인간은 결국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AI가 닦아 놓은 효율이라는 길을 좇으며 살아가는 길과 나를 지지해 주는 의미를 설계하며 살아가는 길이다. 나는 이 책이 후자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가 되기를 소망한다.


‘의미를 찾는 일’은 거창한 자기 계발이 아니다. ‘나를 나답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행위’이다. AI가 모방할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내가 왜 이 일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그 대답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AI 시대의 새로운 소명(callin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