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 명의 나로 살아간다

자기 복잡성과 회복탄력성으로 보는 자기 돌봄의 심리학

by 제인 Jane



힘든 하루를 보낸 어느 날,

상사의 말 한마디, 나의 실수 하나, 그런 기대에 못 미친 결과들이 마치 내가 '쓸모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럴 때는 꼭 '나'라는 사람이 오로지 그 한 역할에 갇혀버린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학생으로서의 실패 또는 직장인으로서의 좌절, 나를 지탱하고 있는 역할 하나가 무너지는 듯하면, 그대로 내가 무너지는 듯한 감정이 든다.






나라는 사람은 '하나의 이름'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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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Linville은, '자기 복잡성(Self-complexity)'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그것은 한 사람 안에는 사실 여러 역할, 성격, 정체성의 조합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나는 직장에서 매니저로서 일도 하지만, 집에서는 딸이자 엄마일 수도 있고, 취미로 글을 쓰거나 친구들에게 상담자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처럼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이름, 하나의 역할 또는 하나의 이미지로만 한정되어 있지 않을 때, 삶에서 받는 충격도 훨씬 부드럽게 분산되는 것이다. 즉, 하나의 '나'가 흔들려도, 다른 '나'들이 버텨주는 구조라는 것이다.






자기 복잡성은 감정의 완충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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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vill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 복잡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정서적 회복이 빠르다. 하나의 역할 또는 사회적 위치 등에서 나에게 휘몰아친 감정이 나의 전체로 '확산'되지 않고, 그 특정 역할이나 위치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실수를 했다고 가정했을 때, 자기 복잡성이 낮은 사람은 "나는 무능한 인간이야" → "지금의 위치(또는 역할)를 잃을 것 같아" → "이번 인생은 망했다"와 같은 과정으로 감정이 번져 가면서 회복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지만, 자기 복잡성이 높은 사람은 "오늘은 힘들었지만, 난 여전히 좋은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따듯한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야" 또는 "지금 이 역할이 아니더라도 나는 충분히 다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림이야"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그런 경우 "자기 합리화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과정은 합리화가 아니다. 내가 가진 다양한 역할과 위치, 또는 역량 등을 오히려 객관적인 시선으로 정확하게 인식하는 현실 인식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돌봄은 '다른 나'를 기억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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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라는 정체성을 때때로 너무 단순하게 묶어두고 정의하고는 한다.


'유능한 직원', '이성적인 사람', '항상 잘해야 하는 나'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다양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이다.



자기 돌봄은, '지금 실망한 나를 토닥이기 위해, 다른 '나'를 꺼내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하니, 실망한 지금의 나를 채근하지 말고, 내 안의 다른 정체성(다정한 나, 창의적인 나, 유머러스한 나, 때로는 느긋한 나 등)을 다시 떠올려 보아야 한다. 그 수많은 나는 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바쁘고 힘든 그리고 때로는 너무나도 정형화된 사회 속에서 잊고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바로 떠오르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나를 찾아 꺼내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에게 다정해지는 기술'을 갖고 싶다면


자기 복잡성을 높이는 자기 돌봄 연습을 지금 바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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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역할 리스트 적어보기

직장인, 딸 또는 아들, 친구, 여행자, 독서가, 등산 러버(lover)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를 즐겁게 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또는 그러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관심을 가지고 하고 있는 무엇이라도 적어볼 수 있다.


2. 각 역할 속에서 나의 장점 찾기

리스트를 다 적었다면, 각각의 역할 속에서의 나의 장점을 생각해서 적어보자. 이때, 그 장점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서, "나는 등산을 해도 쉽게 숨이 차지 않지", "친구들을 상담해 줄 때면 다들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칭찬을 해주지"와 같이 상황 그대로를 적어도 좋다. 그리고 그 모든 나의 역할들을 마음 깊이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3. 힘든 하루가 왔을 때, 다른 역할의 나를 불러내기(떠올리기)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순간과 마주했을 때, 지금의 나를 탓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나에게는 ~한 면도 있으니까 괜찮아", "지금 이 역할만이 나의 역할은 아니니까 괜찮아,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어"와 같은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은 지금의 내 모습을 비난하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깎지 않는 가장 간단하지만 파급력이 강한 방법이며, 다시 일어나 힘을 내 볼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줄 수 있다.






나를 온전히 사랑하려면, '여러 명의 나'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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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절대로 하나의 얼굴로 살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늘 여러 명의 나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다면성 또는 다양성이, 우리를 더 깊고 유연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순간 삶의 나를 흔드는 날, 우리는 스스로 '하나의 나'가 아니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자기 돌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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