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수면의 과학

뇌는 자는 동안에도 공부한다

by 제인 Jane


시험을 앞둔 밤, 책상 앞에 앉아 마지막 장을 넘기던 친구가 말했다.


“이제 다 외웠어! 근데 왠지 자기가 아까운 느낌이 들어.”


그래서 그는 결국 새벽까지 책을 붙잡았고, 다음날 시험장에서 머릿속은 하얘졌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그 친구가 놓친 것은 공부 시간이 아니라, 기억을 저장할 시간이었다.


그 시간의 이름은 바로 '수면(Sleep)'이다.






수면은 기억을 '이동시키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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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루 동안 읽고 보고 들은 정보는, 처음에는 해마(Hippocampus)라는 뇌의 구조에 임시적으로 저장된다.


그러나 그 기억은 매우 불안정하다. 마치 임시 파일처럼, 쉽게 지워질 수 있는 종류의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는 이 정보를 더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수면 중에 ‘기억 응고화(Memory consolidation)’라는 과정을 시작한다.


기억 응고화는, 단기기억이 장기기억(Long-term memory)으로 안정화되는 생리적, 그리고 신경과학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은 주로 수면 중에 일어나는데, 해마에 있던 정보가 대뇌 피질(Cortex)로 재배치(Reorganization)되며 보다 구조화되고 의미 있는 기억으로 바뀌게 된다(우리는 실제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5년 전 생일 파티 때의 기억, 10주년 기념일에 입었던 옷 등)을 더 잘 기억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하루 동안 학습한 내용을 뇌가 다시 저장하는 작업'이 되는 셈이다. (이것만 보아도 우리는 수면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어떤 수면이, 어떤 기억을 응고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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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서파 수면(Slow-wave sleep)REM 수면(Rapid eye movement)이다.


이 두 가지 수면 단계는 각기 다른 종류의 기억을 응고화하는 데 관여한다.


서파 수면은, 해마에서 대뇌피지로 정보를 이동시켜 사실이나 개념, 단어 등의 기억을 응고화한다.


그리고 REM 수면은, 감정 정리와 시냅스 연결을 재조정하는 기능을 하여 기술 습득이나 감정 등 절차적 기억을 응고화한다.







관련 실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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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뤼베크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단어를 외운 뒤에 수면을 취한 그룹은, 깨어 있었던 그룹보다 최대 40% 이상 단어를 더 잘 기억해 냈다.


특히, 수면 초반에 깊은 서파 수면을 많이 경험한 사람일수록 더 뛰어난 기억 회상 능력을 보였다.


이는, 공부한 직후에 자는 것이 복습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공부와 수면 사이에 그 어떤 활동 등도 없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은 붙을 수 있다).







일상 속 적용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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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면 직전 30분을 이용하자

수면 직전 30분은, 가장 좋은 '기억 전이 구간'이다. 공부를 하며 중요한 개념을 요약하거나, 외웠던 단어를 복습하는 것은 수면 직전에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2. 짧은 낮잠이 주는 혜택을 누리자

20~30분의 짧은 낮잠(Nap)은, 학습 피로를 회복하고 단기기억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밤샘 학습은 가급적 피하자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해도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면, 공부한 내용은 쉽게 휘발되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한 밤샘 학습은 기억 응고화 기능을 방해해 학습 효율을 낮춘다는 것을 기억하고 피하는 것이 좋다.


4. 수면의 질을 높이자

수면의 질(Quality)을 높이기 위해, 지나친 카페인 섭취나 불규칙한 수면 습관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Pixabay /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주는 사과는 되도록 받지 말기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매번 시간이 부족해서 공부나 시험 준비도 겨우 하는데, 자라고?"


하지만, 과학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당신이 자지 않으면, 뇌도 당신이 공부한 걸 잊을 준비를 시작한다."



공부와 수면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이다.


수면은 당신의 뇌가 배운 것을 기억이라는 형태로 '완성'시키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늘 밤 일찍 불을 끄고 자는 것도 하나의 공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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