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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Feb 06. 2022

무기력에 대하여

2022년 첫 번째 글

(정말 오랜만에 접속하네요. 구독자님들, 늦었지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글 하나 쓰지 못했다. 아무리 바쁜 상황에서도 그래도 짬을 내어 1년에 대한 회고나 성찰 글은 반드시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에는 정말 에너지가 남아나지 않았던 것 같다. 작년 막판까지 논문을 작성하고, 연말에 일에 쫓겼던 탓일까.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정말 쉼 없이 달려왔다.


문제는 좀처럼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팀 사정으로 인해, 기존에 해본 적 없던 일들을 많이 맡게 되었는데 그러한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친 것도 있다. 특히 1월에 2주 동안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머물렀는데, 머리로는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혹시나 업무가 제대로 되지 못해서 사고가 나면 어떨까 하는 불안감이 마음 깊숙이 있었나 보다. 낮에는 가족과 여행하고, 밤에는 업무를 하느라 혼자만의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그러한 상황이 한 달 정도 지나면서, 내 마음속에서 무기력 그리고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스쳐갔다. 지난 설 연휴 때도 여유 시간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정말 올라오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더라. 이러한 상황에 놓인 것 자체가 스스로 낯설었다. 쉴 때는 푹 쉬어야 하는데, 제대로 쉬지 못한 상황이 6개월을 지나오고 최근에 다양하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내 안에서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어제는 힘든 마음을 터 놓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었다. 오후에는 낮잠을 잤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게임도 했다. 우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아무리 다잡고, 붙잡아도 그게 쉽지 않은 때가 있다. 다양한 책을 읽고 코칭을 접하고 나서, 사실 웬만한 어려운 상황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겨내 왔는데 오랜만에 '소진 혹은 탈진'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중이다. 아직은 이러한 상황 자체가 낯설다.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 이렇게나마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데, 첫 번째 글이 이렇게 우울해서 어쩌나 싶기도 하다. 사실 쓰고 싶은 글은 정말 많다. 2021년 회고도 해야 하고, 대학원에서 느낀 점도 써야 하고, 재원이 어린이집 졸업, 제주도 여행까지.. 하지만, 지금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채찍질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토닥거리며, 나만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힘을 빼고 글을 써볼 겸, 한 발짝이라도 걸어가볼 겸 가볍게 글을 남긴다. 


조급하지도,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게. 

천천히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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