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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Feb 12. 2022

직장인의 대학원 회고(w/ 코로나)

1편.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

(코로나와 함께한) 대학원 과정이 드디어 끝났다. 논문 작성이 12월 말까지 정신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인쇄소에 제출하고 난 뒤에는 거의 정신을 놓아버린 것 같다. 이제야 다시 정신줄을 붙들고 지난 시간을 간략히 회고하고자 한다. 대학원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잠깐이나마 돌아보는 시간이다.





대학원에 입학한 이유


나는 왜 대학원을 가게 되었을까? 첫 번째는 자격지심 때문이다. 약 20년 전, 통신 공학을 전공했었는데, 아무래도 HR을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이 없다 보니 스스로 '잘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러한 자격지심이 계속 배울 수 있게 채찍질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업계 전문가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최대한 논리와 사실에 근거하여 글 쓰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나는 논리보다는 직관에 근거한다는 것이 스스로 느낀 아쉬운 점이었다. 너무 늦기 전에, ‘꼭 한번 논문을 써봐야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품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이유는 데이터와 통계에 대한 관심이다. HR 직무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세상은 데이터와 통계가 더욱 중요 해질 텐데, 논문 작성을 통해 기본적 내용을 배울 수 있겠다는 것도 덧붙여진 기대였다. 물론 코스 워크를 밟으면서 기초 통계 수업도 들어보고, 논문을 쓰면서 통계 툴을 다뤄봤지만 제대로 배웠다고 보긴 어렵다. 데이터를 다루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많이 느끼게 되었고, 그래도 이렇게나마 늦지 않게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감사한 점이다.


마지막 기대는 업계의 다양한 분들과의 만남과 대화였다.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은 무엇이 다른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무엇인지, 토론해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까 기대했다. 뒤풀이를 비롯한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곧 역병이 창궐했다.



코로나와 함께한 대학원 수업


이처럼 다양한 기대를 갖고 입학을 했지만, (앞서 말했듯)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처음 발병한 당시만 하더라도 2년 간 학교에 못 가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1년이면 끝나지 않을까?라고 위안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실무자 간 관계를 쌓고, 살아있는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그저 지나가버린 것이 돌아보면 많이 아쉽다. 학기 때는 다들 워낙 바쁘니, 방학 때 만남을 추진하려고 해도, 여름과 겨울 방학 시즌에 늘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했던 것 같다.


반면, 온라인 수업이어서 좋았던 점도 있다. 첫 번째, 출석률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바쁜 실무에 쫓기다 보면 수업을 빠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겠지만, 온라인 수업은 회사에서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빠지지 않았다. 나 역시 꽤 많은 수업은 회사에서 접속했고, 수업이 끝나고 남은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ㅎㅎ 어쨌든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는 수업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건 사실 교수님들에 따라서 차이가 크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랜덤으로 편성되는 ‘소그룹 토론'이 인상 깊었다. 교실에선 매번 랜덤 하게 조를 편성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았겠지만, 온라인에선 아주 간편하게 이뤄졌다. 뜻밖의 수확이었고, 그러한 방식을 회사 워크숍에서도 적용할 수 있었다.


더불어, 지방에 계신 분들에겐 큰 기회가 되기도 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론 학교가 집과 가까웠기 때문에 해당되진 않지만,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교육 기회가 확대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에 대학원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전공은 아니지만, 수업 당시에 대구에서 일주일에 2번씩 올라와 수업을 듣는 분이 있었는데, 그런 분들께 코로나 19는 축복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공존하는 법이다.



코스워크 및 논문을 쓰면서 느낀 점은 2부에서 이어서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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