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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Mar 13. 2022

부모가 함께 뛰어드는 곳, 공동 육아 - 4년의 회고

첫 번째, 왜 공동육아인가?


2022년 3월 1일, 졸업식을 끝으로 4년 동안 머물렀던 성미산 어린이집을 떠났다. 지금 8살이 된 재원이의 입장에선 인생의 절반이고 우리 부부에게도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대로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그간 느끼고 배운 점을 적으려고 한다. 공동육아에 아이를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부모님들의 판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론부터 쓰자면, 공동육아에서 ‘내가 배웠다고 느끼는 것’은 등원 당시에 전혀 기대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렬한 경험은 공동육아는 아이를 ‘보내는 곳’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함께 뛰어드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종종 내게 결혼이나 육아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31살에 결혼을 했고, 33살에 재원이가 태어났으니 최근 트렌드와 비교하면 비교적 빠른 편이다. 그때 나의 대답은 대부분 일관적이다. “그 답은 당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어요. 만약, 편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결혼과 육아보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삶에서 더 넓고, 더 깊은 경험을 하고 싶다면 결혼과 육아는 꼭 필요한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경험에서부터 그 반대쪽까지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근육이 자라기 위해선 적당한 고통이 필요하듯, 무언가를 얻는다는 건 사실 또 다른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내가 원하는 삶과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잘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결정적인 삶의 순간에서 더욱 그렇다. 인생 순간 순간은 선택으로 채워지며, 그때마다 우리에겐 무엇을 잃고 무엇을 취할지를 결정하는 ‘나침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육아관도 결국 나와 아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의 총합으로 이뤄지게 된다.




선택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끝나는, 육아

아이를 갖겠다는 선택을 시작으로, 우리 부부도 무지막지한 ‘선택 게임’에 빨려 들게 되었다. 임신하는 순간부터 지금처럼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크고 작은 순간마다 우리는 선택해야 했다.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는 선택들이기에, 나름대로의 공부를 하고,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임신 시기에 우리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물론 그것이 더 힘든 길임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서 ‘얻는 것’을 더 가치 있게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자연주의 출산을 하진 못했다. 예정일보다 3주 먼저 태어나는 바람에 급히 대형 병원에 가서 낳을 수밖에 없었다. 계획을 무참히 벗어나 버리는 게 또 인생의 매력이 아닌가.)


또한, 우리 부부가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선택은 미디어 차단이다. 물론 나도 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적당한 미디어 활용은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하지만,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들이 지나치게 유튜브에 노출된 모습은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로 인해 ‘무엇을 얻는지’는 크게 보이지만,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그 행복이 단순히 ‘편함’으로 간단히 수렴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거의 지킨 편이다. 8살이 된 지금은 선택적으로 노출하는 중이다. 관련한 글은 예전에 쓴 적이 있어서 한번 더 공유한다. (여기)



공동육아를 선택한 이유

지금까지가 서론이었다. 다소 길었지만, ‘가치관과 선택’을 이야기하지 않고선 도저히 공동육아를 이야기할 수 없기에 이렇게 글을 시작했다. 내가 육아 시절에 바라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은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바로 ‘충분한 놀이 시간, 건강한 먹거리, 그리고 신뢰로운 관계 형성’이었다. (어쩌면 너무 큰 욕심일 수도 있겠다.) 아이가 살아갈 삶은 아주 길고, 어차피 예측대로 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은 삶이 무너질 것 같을 때도 단단히 버틸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시간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 가치들을 추구하는 기관을 찾다가, 공동육아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다곤 하지만, 나 역시 공동육아가 추구하는 모든 가치에 잘 맞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나와 아내는 그렇게 공동체적인 성격도 아니고,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재정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시간적으로도 많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육아의 우선순위를 반영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마침 우리가 머물고 있는 마포 지역이 전국적으로 공동육아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라는 점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우린 2018년 3월, 공동육아를 선택했다.


공동육아에서 배운 점에 대해선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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