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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Mar 20. 2022

직장인의 대학원 회고(논문)

3부. 논문을 작성하며 느낀 점

1부. 대학원에 입학한 이유

2부. 코스워크 과정에서 느낀 점




논문을 쓰는 이유


대학원 생활도 바쁜데 논문을 왜 써야 할까? 물론 학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부터 꼭 논문이 아닌 ‘졸업 보고서’로도 졸업이 충분히 가능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을 쓰기 위해선 스스로 이유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논문을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의무감’보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한다.


내가 논문을 작성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내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논문이라는 핑계로, 자연스럽게 내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 깊이 연구해 볼 시간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구실이나 이유 없이, 그저 혼자서 연구해보는 건 웬만한 의지로는 하기 힘든 일이다. 두 번째는 논문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논리 훈련’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책들을 읽다 보니 생각의 비약도 심심찮게 일어났던 편인데, 이번 기회에 좀 더 단단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훈련을 하고 싶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개인적으론 이러한 이유들로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 논문에 있어서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맞다고 느낀다. 일단 시작만 하면 대학원이라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데, 개인 시간이 사라지고, 압박감에 놓여지고, 예심과 본심의 피드백을 미친 듯 수정하다 보면, 어느새 논문이 만들어지는 기적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분들에겐 논문 작성을 꼭 권하고 싶다. 이럴 때가 아니면, 살면서 언제 또 논문을 써보겠는가.



논문 작성에서 느낀 점


솔직히 논문에 대해서 무언가를 쓴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부끄럽다. 글을 읽는 분들 역시 박사도 아니고, 학술지도 아니고, 그저 처음으로 ‘석사 학위 논문을 써봤다’ 정도의 관점임을 감안해 너그럽게 읽어 주셨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낀 점을 쓰는 이유는 나와 같은, 늦깎이로 논문을 시작하시는 분들 역시 많기 때문이다. 느낀 점을 3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첫 번째, 형식에 익숙해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논문은 특정 주제에 대해서 자신의 주장을 논리와 형식에 맞게 풀어쓰는 글이다. 즉, 논문을 구성하는 것은 ‘주제와 논리, 그리고 형식’이다. 이 중에서 가장 낯설었던 것은 형식인데, 평소에 단행본 형식의 글은 꽤 읽어본 편이지만, 논문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논문 읽는 것이 취미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처음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면, 논문보다는 코스워크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아직 몇 학기의 시간이 남았기도 하고, 오랜만에 하는 공부라 그에 적응하기도 정신없다. 생각보다 많은 쪽글과 발표, 중간 및 기말 보고서를 쓰다 보면 직장인들에게 학기는 그야말로 순삭 된다. 학기가 끝나고 나면 다소 여유 있는 방학이 찾아오는데, 훌륭한 학생이라면 그때 주제에 대한 공부도 하고, 다양한 논문도 읽어봐야 하는데 막상 그런 경우는 드물다. 나 또한 그랬다. 학기 중에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한 것들을 하다 보면, 방학도 금방 지나가 버린다.


지금 돌아보면, 일단 1-2학기 때는 욕심을 내려놓고 코스워크 자체를 잘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때 다양한 글을 읽어보되, 조금씩 본인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와 관련한 논문을 찾아보면서 ‘독립변수, 통제/매개변수, 종속변수’에 대해서 하나의 표로 간략히 정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막상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선행연구를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많은 논문을 읽고 정리해 놓는 것은 정신건강을 위해 꼭 추천하고 싶다. 나 또한 논문이라는 형식이 낯설다 보니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았는데, 우선은 서론과 결론 중심으로 여러 번 읽어보고, 낯섦을 익숙함으로 변화시키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실제 논문 작성 시, 정리했던 문헌들


두 번째, 주제를 정할 때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3학기를 마칠 때쯤엔 ‘종합 시험’이 있어서 정신이 없다. 그렇게 4학기가 되면, 지도교수님이 정해지고 학기 중에 연구 보고서를 써야 한다. 즉, 늦어도 4학기 중에는 연구 주제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제를 정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고 생각보다 어렵다. 당시 지도교수님도 많이 강조하셨는데 “주제를 정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전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논문을 작성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선행연구를 충분치 찾아보지 않게 되면, 논문을 작성하는 중간에 너무 비슷한 논문을 발견하게 된다거나, 반대로 혼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결국, 선행연구를 충분히 보면서 주제를 정해야 하는데, 본인의 관심사와 관련하여 과거부터 최근까지 어떤 연구가 이뤄졌는지 리뷰를 하면서, ‘아직 맞추지 못한 퍼즐’을 찾아내고 내 연구를 통해 채워 넣어야 한다. 논문을 처음 쓰는 입장에선 통계를 익히고, 분석을 하고, 논문 형식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기 때문에 주제까지 너무 독창적일 경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주제 의식이 너무 드러나지 않을 경우 열정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기에 그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즉, 칙센트미하이가 말했듯, 불안과 지루함 사이의 적당한 난이도를 찾아야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시행착오를 많이 경험했는데, 우선 대상은 평소 관심이었던 ‘스타트업에 종사자’으로 정했다. 하지만, 단순히 스타트업만 분석하기보단 비교 연구를 하게 되면 특징을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비교로 연구 대상을 확장했다. 그렇게 설문까지 어렵게 진행을 마치고 나름대로 비교 논문을 중심으로 찾아보며 논문을 작성하고 있었는데, 예심에서 이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특히 스타트업은 대부분의 업종이 IT이었는데, 대기업은 업종이 다양했고 그로 인해 두 그룹이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뼈아팠다. 결국 이후에 스타트업 종사자에 대한 연구로 범위를 좁혔고, 선행연구도 다시 찾고 설문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주제를 잘 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논문을 마무리하는 내내 절절히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주제는 비교 연구였으나...


세 번째, 결국 논문 작성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논문을 쓰는 시점에는, 어떤 역량이 요구되는지 알지 못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냉철한 분석 능력, 아니면 논리적 글쓰기? 물론 이러한 역량들도 중요하지만, 그중에서 꼽으라면 바로 ‘시간관리’와 ‘체력’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논문을 작성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시간’이다. 많은 경우 논문을 작성하기까지 일반적으론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며, 개인 변수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예심 전까지 설문 결과에 대한 분석까지는 거의 다 작성을 끝내야 한다.


역산을 해보면, 5학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논문을 작성하게 될 경우, 1달 반 만에 논문을 다 써야 하는데, 거의 3-4배 정도로 압축해야 가능하다. 가능하지도 않고 결코 추천하고 싶지도 않기에, 적어도 방학 중에는 설문(질방인 경우 인터뷰)을 끝내고, 서론과 이론적 배경까지는 작성해놓길 권한다. SPSS 분석의 경우, 혼자 하기엔 어려움도 있고 교수님의 가이드도 필요하다 보니 아무래도 학기 중에 하게 되는데, 그 외 영역에 대해선 방학부터 꾸준히 써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예심 때 교수님들로부터 받는 피드백도 생각보다 많은데, 지적받는 사항에 대해서 수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앞서 말했듯, 나는 주제와 대상이 바뀌어서 설문도 추가로 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꼼꼼한 ‘시간 관리’와 ‘체력’이다. 나 역시 논문을 쓰면서 직장도 다니고, 공동육아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했기에 낭비되는 시간이 없으면서 또한 지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선행 연구를 찾을 때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고,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며 주말 시간을 일부 사용했다. 논문을 작성하는 몇 개월 동안은 여유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좀 더 미리 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은 되는데, 막상 그 상황으로 돌아가더라도 잘할 수 있을까 싶다. 확실히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수록 글이 더 나아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논문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논문 작성이 끝난 후


무지했던 나는 예심과 본심이 끝나면, 논문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은 그런 기대는 하지 말기를.. 훈훈하게 끝날 줄 알았던 본심에서도 내 부족한 논문에 대한 피드백은 끝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인준서를 받게 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치고 수정하는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교수님들의 도장을 받고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더 이상 논문을 쳐다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논문 작성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논문을 받아보면 생각보다 허무하다...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구속과 제약이 필요하듯, 논문 제출 후 해방감은 논문을 작성해 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굉장히 압축적이고 치열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제출 이후에 찾아오는 ‘자유’라는 감정이 되려 낯설었다. 사실 주제가 바뀌기도 해서 최종 논문 결과가 썩 만족스럽진 않았기에, 성취감이라고 부르긴 아쉬운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 상황에서 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인 것은 분명하기에,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관련하여 부족한 점이 있다면, 모든 건 내 책임이다.


코로나 19가 세상을 집어삼킨 지 2년이 훌쩍 흘렀다. 그 전에는 대학원 선후배 간에 좀 더 활발한 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내가 대학원을 다닌 기간에는 거리두기로 인해서 아쉬움이 있었다. 나의 글이 논문 작성을 앞두고 막막한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논문을 작성하고 인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아주 작은 계단 하나는 올라섰다고 느낀다. 그렇게 각자의 상황에서 계단을 올라가는 있는, 모든 성장하려는 이들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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