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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Dec 19. 2022

#3. 파리 세느강, 유람선 투어

유럽 가족 여행기 in 파리 (2022.10.03~04)

지금까지의 여행기

#1. 파리 디즈니랜드는 뭐가 다른가

#2. 파리 뮤지엄 패스를 즐기다.




[6일 차] 파리 뮤지엄 패스 2일 차 - 노트르담 대성당, 개선문, 그리고 유람선


슬슬 슬퍼진다. 파리에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차피 여행은 끝나고, 기억은 흐려지겠지만, 지금 이 순간을 충만히 즐기자는 각오를 다시금 새긴다. 얼마나 귀한 시간인가. 오늘은 지금까지 방문하지 못한 장소들 중심으로 돌아다닐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돌아보면 모든 것이 원활했던 지금까지 보다는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하루였다. 뭐 어떤가. 그게 여행, 그리고 인생의 묘미 아닐까. 원하는 대로 되든, 되지 않은 그 모든 경험은 경험 그대로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반복되면 안 되겠지만. 



일어나서 바로 향한 곳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이었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비롯해 다수의 영화에 출현한 명소. 특히나 오래된 서점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나에겐 파리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1순위 방문 스폿이었다. 방문했던 시점엔 역시 관광객이 많았다. 그래도 오전 이른 시간이라 나름의 여유도 느낄 수 있었는데, 2층 다락방 같은 공간에서 한 청년이 '라라랜드 OST'를 피아노 연주로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적으로 영화 같은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헤밍웨이를 비롯한 작가와 예술가들이 모여 노래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이라니 나도 나중에 이런 공간 하나쯤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하게도 관광객 사이에서 나름 유명한 에코백 하나 사서 들고 나왔다. 



그 이후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는데, 안타까운 사건 이후에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이더라. 아직까지 어떤 방식으로 리뉴얼할지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고 한다. 현대적인 관점을 반영시킬지 아니면 과거 그대로 복원할지. 프랑스다운 고민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숭례문도 같은 일을 겪었지만, 당연히 그대로 복원시키는 쪽으로 방향이 결정되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그런 식으로 다양한 관점을 부딪쳐보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닐까. 그게 프랑스의 저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성당 방문 이후에는 일정들이 좀 꼬였다. 뮤지엄 패스 줄을 잘못 서는 경우도 있었고, 사용처가 아닌 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일도 있었는데, 케밥을 먹고 싶어서 가게를 방문하던 중 그 근처 빵집에 사람들이 꽤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을 봤다. 검색을 해봐도 한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는 곳인 것 같아서, 일단 줄을 서서 샐러드와 빵을 사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것 아닌가. 물론 프랑스 빵은 다 맛있지만, 여기는 특별히 가격이 저렴하면서 맛도 있어서 아주 좋았다. 케밥도 맛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은 절반은 계획대로 진행하되, 절반은 우연에 맡기는 것이다. 모든 일정을 하나하나 다 짜고, 한국에서 맛있는 곳을 검색해서 다 예약하는 건 너무 숨 막힌다. 물론 그렇다고 일정하나 없이 몸만 가는 여행도 별로다. 귀한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대략적으로 큰 일정을 잡되, 세부적인 장소는 현지에서 결정하는 것. 그 과정에서 우연히 출현할 여지를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그래서 패키지여행보단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것이고. 



다음 일정은 카타콤, 그리고 생 에티엔 뒤몽 성당을 방문했다. 앞서 언급한 영화 '미드나잇 앤 파리'에서 주인공이 마차를 기다리던 장소가 있는데 재원이도 똑같이 한번 누워줬다. 하하. 지나가던 사람들도 영화를 언급하면서 웃더라. 그다음 우리가 향한 곳은 현대 미술을 관람할 수 있는데 '퐁피두 센터'였는데, 사실 제대로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이후 개선문 및 세느강 유람선 일정 때문에 거의 들어가자마자 나오게 되었다. 물론 1층 기념품 샵에서 몇 가지 사고 싶은 물품들이 있었기에 그걸 사서 나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인적으론 너무 아쉬웠지만, 어제 워낙 많은 미술관을 갔었기 때문에 잠시 방문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오늘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 '개선문 정상 올라가기'다. 뮤지엄 패스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고, 아직까지 제대로 파리 시내 전경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꼭 올라가 보고자 마음먹었다. 개선문은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힘들다기 보단 워낙 빙글빙글 돌아서 어지러워서 고생했다. 끝까지 올라가서 다리가 아니라 머리에게 휴식이 필요하더라. 그렇게 올라간 정상(?)은 정말 황홀했다. 사실 오늘 하루 종일 일정이 꼬이기도 했고, 날씨도 계속 먹구름이 껴있어서 걱정을 했었는데, 마침 오후 4시 이후부터 햇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올라갈 시점에는 날씨가 환하게 밝았다. 덕분에 에펠탑은 원 없이 찍을 수 있었다. 다들 고만 고만한 크기의 건물들이라, 그중에서 군계일학처럼 솟아오른 에펠탑은 정말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역 포인트를 제대로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웠다고 해야 할까.  



아직 일정이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론 세느강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사실 파리 마지막 날에 타려고 계획했었는데, 생각보다 짐이 많다 보니 시간에 쫓길 것 같아서 오늘 탔다. 내일은 여유 있는 일정이기도 해서. 8시쯤, 해가 저무는 시점부터 '바토 파리지앵' 유람선을 타고 투어를 시작했는데, 왜 빛의 도시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서울의 야경도 물론 화려하긴 하지만, 빛의 통일성이나 그런 것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특히 광고판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의 시야를 해치는 것들이 많은데, 파리는 전반적인 톤 앤 매너가 확실하게 구축되어 있고, 그 와중에 앞서 언급한 에펠탑이 그 위용을 뽐내다 보니 그저 말이 필요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유람선에서 적절한 노래도 흘러나오고, 그냥 배를 타고 가다 보면 '내가 또 언제 이런 순간을 맞이해보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말랑말랑해져서 좋았다. 더욱이, 지금까지 다양한 곳들을 거쳤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느낄 정도로 배를 타고 가면서 재원이와 함께 그간의 추억을 되짚어보는 시간도 되었다. 유람선이 너무 늦게 끝나서 돌아오는 길이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영원히 기억될 멋진 장면을 남긴 것 같다. 




[7일 차] 숙소를 옮긴 하루, 소소한 일상


오늘은 정말 짧다. 사실상 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침에 평소보다 여유 있게 일어나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짐을 쌌는데, 생각보다 그동안 구입한 기념품도 많고, 빨래를 비롯해서 정리해야 할 짐들도 많다 보니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렸다. 재원이도 어제 있었던 일을 그림일기로 작성했는데, 워낙 꼼꼼한 성격이라 시간이 1시간에서 길게는 1시간 30분까지 걸린다. 혼자서 개선문을 그리는데, 제대로 안 그려지니까 혼자 막 분해하더라. 그 정도로 안 해도 된다고 아무리 말려도 혼자 열받아하면서도 끝까지 하겠단다.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닌데, 참 재미있는 스타일이다. 암튼, 그렇게 짐을 다 정리하고, 집도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린 시간이 11시 반이었다. 체크아웃을 거의 딱 맞춰서 하고 나왔다. 



이후에 옮길 집 근처에 있는 크레페를 먹으러 가자고 설득해서 나왔는데 이게 왠 걸. 날씨가 너무너무 좋은 게 아닌가. 하필 오늘 같은 일정 없는 날 날씨가 왜 이렇게 좋은 걸까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는데 비라도 오면 얼마나 고생할까 싶기도 해서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비가 안 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낑낑 대면서 음식점으로 향했는데, 이럴 수가 문을 닫은 게 아닌가. 분명 구글에선 운영을 한다고 나와있었던 것 같은데 ㅠㅠ 슬픈 마음에 근처 다른 레스토랑의 리뷰를 살펴보다가 평점이 4.9로 아주 높은 피자가게가 있길래 들어가서 피자와 샐러드를 먹었다.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었는데, 역시 리뷰만큼이나 아주 맛있는 피자였다. 파리는 원하던 레스토랑을 못 가더라도 사실 크게 걱정이 없다. 근처 음식점에 대충 들어가도 인생 맛집이니까. 



숙소 1층에 마트로 가서 장을 보고, 집으로 체크인을 했다. 앞선 집은 거리가 에펠탑을 비롯한 관광지와 좀 더 가까운 반면에 전반적인 컨디션은 정말 별로였는데, 이번에 옮긴 집은 거리가 다소 멀어지긴 하지만 컨디션은 최고였다. 거의 호텔에 가까운 느낌이어서, 뭔가 보상을 받는 느낌까지 들었다. 기존 건물과 달리 최근에 만들어진 아파트인 것 같은데, 집안도 따뜻하고 집에 있는 전자기기도 모두 완벽하게 잘 돌아갔다. 마트에서 산 고기를 구워 먹고, 세탁을 마치고, 근처 동전 세탁소로 향해서 건조기에 옷을 넣어뒀다. 이후에 30분 정도 집 근처를 배회했다. 산책하는 할아버지들,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 멋진 카페들을 구경하다가 옷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긴 여행이다 보니, 중간중간 이렇게 아무런 일정 없이 쉴 수 있어서 좋았고 내일은 다시금 힘든 '당일치기 런던 투어'가 있기 때문에 이제 그만 일찍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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